석유화학 산업 구조조정 3 – 여수 단지

지난 글에서 ‘LG-롯데 빅딜’이라는 ‘합종연횡(M&A)’이 핵심 키워드였던 대산 석유화학 구조조정 문제를 다루었습니다. 이번 포스팅은 ‘한국 석유화학의 심장’이라 불리는 여수 석유화학산업 구조조정에 초점을 맞춥니다. 여수는 대산과는 또 다른, 매우 복잡한 방정식이 펼쳐지는 곳입니다.

대산의 문제가 ‘중복 투자로 인한 비효율’이었다면, 여수의 문제는 ‘정유사(GS칼텍스)의 신기술(MFC)’과 ‘기존 NCC(LG/롯데/YNCC)’ 간의 생존을 건 ‘원가 전쟁’이자 ‘통합’의 문제입니다.

특히 여수 단지는 ‘YNCC(여천NCC)’라는, 한화와 DL(대림)이 50:50으로 소유한 ‘국내 1위’의 거대한 ‘NCC 전용(Pure-play)’ 합작사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구조조정의 핵심 ‘뇌관’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사전 이해: 여수 단지의 ‘공통 재무 현황’ (2021~2025년)

4개사를 분석하기 전, 2021년~2025년의 ‘롤러코스터’는 여수 석유화학 기업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 2021년 (사상 최대 호황): 코로나 팬데믹발 물류난 + 수요 폭증으로 역사상 유례없는 ‘수조 원’ 단위의 이익을 창출했습니다.
  • 2022년 (급격한 추락):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발 유가 급등, 중국의 ‘제로 코로나’ 봉쇄로 하반기부터 급격한 ‘적자 전환’이 시작됩니다.
  • 2023년 (구조적 위기): 중국발 공급 과잉(지난 #29 글 참조)이 본격화되며, ‘연간 조 단위’의 누적 적자를 기록, ‘생존 위기’가 공론화됩니다.
  • 2024년 (적자 고착화): 1~4분기 내내 의미 있는 시황 반등에 실패. 2년 연속 적자가 확실시되며 재무 구조가 한계에 봉착합니다.
  • 2025년 (구조조정 원년): 3분기까지도 적자가 지속.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한계 기업’들이 나타나며, 정부와 산업계의 구조조정 논의가 급물살을 탑니다.

1. YNCC (여천NCC): ‘뇌관’이 된 1위 NCC 합작사

  • 1. 사업 구조 (여수): 여수 단지의 핵심 플레이어. 한화(50%)와 DL케미칼(50%)의 합작사(JV)입니다. 총 230만 톤(3개 공장)의 ‘에틸렌’ 생산 능력을 갖춘 국내 1위, 아시아 최대 규모의 NCC입니다.
    • 핵심: YNCC는 ‘퓨어 플레이(Pure-play)’ NCC입니다. 즉, LG/롯데처럼 에틸렌으로 최종 제품(PE/PP 등)을 만드는 ‘다운스트림’이 없습니다. 오직 ‘나프타’를 사서 ‘에틸렌/프로필렌’ 등 기초 유분만 생산해 주주사(한화, DL)와 시장에 파는 ‘중간재 공장’입니다.
  • 2. 재무 현황: 위 ‘공통 재무 현황’의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 2021년 5,600억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냈으나, 2022년 -1,600억, 2023년 -2,800억 등 3년간 누적 적자가 1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 ‘다운스트림’이 없어 시황 충격을 흡수할 완충재가 전혀 없고, 노후화된 1, 2공장의 효율이 낮아 적자 폭이 가장 큽니다.
  • 3. 구조조정 전략 (방안): ‘셧다운’ 1순위 후보여수 석유화학 구조조정의 ‘핵심’입니다. 주주사인 한화와 DL그룹 모두 각자의 신사업(한화-태양광/방산, DL-친환경)에 집중해야 하기에, ‘적자 덩어리’ YNCC에 자금을 수혈할 여력이 없습니다.
    • 1순위 (설비 매각/셧다운): 3개 공장 중 가장 낡고 효율이 낮은 ‘1공장(51만 톤)’의 가동을 영구 중단(셧다운)하거나, ‘매각’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됩니다.
    • 2순위 (원료 통합): (4번에서 설명할) GS칼텍스의 ‘MFC’와 연계하여, 비싼 나프타 대신 저렴한 LPG 등을 공급받는 ‘원료 통합’ JV를 모색할 수 있습니다.
  • 4. 예상 시너지 (셧다운 시): YNCC가 1개 공장이라도 닫으면, 국내 에틸렌 ‘공급 과잉’이 즉각적으로 해소되는 ‘신호탄’이 됩니다. 이는 다른 NCC 기업(LG, 롯데)의 가동률 회복과 마진 개선에 숨통을 틔워주는 ‘희생적’ 시너지를 창출합니다.

2. GS칼텍스 (GS Caltex): ‘게임 체인저’가 된 정유사

  • 1. 사업 구조 (여수): 국내 2위의 ‘정유(Refinery)’ 기업.
    • 핵심 (MFC): 2022년, 2조 7천억 원을 투자한 ‘MFC(혼합 공급 원료 분해 설비)’를 완공했습니다. 이는 여수 석유화학 구조조정의 ‘게임 체인저’입니다.
    • MFC는 ‘나프타(NCC의 원료)’만 쓰는 게 아니라, ‘LPG’, ‘부생가스’ 등 정유 공정에서 나오는 ‘값싼’ 원료를 70%까지 투입할 수 있습니다.
  • 2. 재무 현황: 2021~2025년 ‘정유 마진’ 호황으로 막대한 현금을 벌어들였습니다. ‘석유화학’ 부문은 MFC 완공과 동시에 시황 악화를 맞았으나, ‘원가 경쟁력’ 덕분에 NCC 기업들(LG, 롯데, YNCC) 대비 압도적으로 ‘낮은 손실’ 또는 ‘BEP(손익분기점)’ 수준을 유지하며 선방했습니다.
  • 3. 구조조정 전략 (방안): ‘시장 지배’ 및 ‘통합’ 대산의 ‘현대케미칼(HPC)’과 정확히 같은 포지션입니다. 구조조정 ‘대상’이 아니라 구조조정을 ‘촉발’하는 ‘메기’입니다.
    • ‘원가 우위’로 시장 압박: GSK는 싼 원료(LPG)로 만든 에틸렌을 시장에 공급, 비싼 원료(나프타)로 만든 YNCC, LG, 롯데를 ‘원가 경쟁’에서 압박합니다.
    • ‘통합의 키(Key)’: GSK는 여수 단지의 ‘원료 공급자’ 역할을 자처할 수 있습니다. YNCC, LG, 롯데가 비싼 나프타 대신 GSK의 MFC 인프라(또는 LPG)를 공유하는 ‘원료 통합’ JV의 ‘중심’이 될 수 있습니다.
  • 4. 예상 시너지: GSK는 ‘정유’와 ‘석유화학(MFC)’의 수직 계열화를 완성, ‘원가 경쟁력’을 바탕으로 여수 단지의 ‘패권’을 쥐게 됩니다.

3. LG화학 (LG Chem): ‘HVA 전환’과 ‘원가 절감’

  • 1. 사업 구조 (여수): LG화학 최대의 ‘통합 생산 기지’입니다. NCC(118만 톤)부터 PE, PVC, 아크릴, SAP(고흡수성 수지), 고무/특수수지까지 ‘다운스트림’이 가장 잘 발달되어 있습니다.
  • 2. 재무 현황 (석유화학 부문): (대산과 동일) 2021년 호황 이후, 2023~2025년 ‘조 단위’ 누적 적자를 기록 중입니다.
  • 3. 구조조정 전략 (방안): ‘HVA(고부가) 전환’ 및 ‘NCC 효율화’ LG화학의 미래 역시 ‘신성장 동력(배터리 소재 등)’입니다. 따라서 여수에서도 ‘범용’을 줄이고 ‘고부가’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 범용 NCC 가동률 하락: GSK(MFC)와의 원가 경쟁에서 밀리는 ‘범용 NCC’ 가동률을 낮추거나, 일부 낡은 라인을 셧다운하는 것을 검토 중입니다.
    • 고부가(HVA) 집중: NCC에서 나오는 기초 유분을 ‘범용(PE/PP)’이 아닌, 돈이 되는 ‘SAP’, ‘고무’, ‘친환경 바이오 소재’ 생산에 집중적으로 투입하는 ‘제품 믹스’ 개선.
    • GSK와 협력: YNCC와 마찬가지로, GSK의 ‘저가 원료(LPG)’를 공급받는 ‘원료 통합’을 모색할 수 있습니다.
  • 4. 예상 시너지: ‘적자’ 범용 NCC 비중을 줄이고 ‘흑자’ HVA 비중을 늘려 석유화학 부문의 ‘체질 개선(수익성 회복)’을 앞당길 수 있습니다.

4. 롯데케미칼 (Lotte Chemical): ‘원료 다변화’와 ‘효율성’

  • 1. 사업 구조 (여수): 롯데케미칼의 ‘핵심 생산 기지’. NCC(120만 톤) 및 PE, PP, EG(에틸렌글리콜), PIA(고순도 이소프탈산) 등 다양한 다운스트림 포트폴리오를 보유.
  • 2. 재무 현황 (기초소재 부문): (대산과 동일) 2023~2025년 ‘조 단위’ 누적 적자로 재무 부담이 극도로 가중된 상태입니다.
  • 3. 구조조정 전략 (방안): ‘원료 다변화’와 ‘대산 집중’ 롯데는 ‘대산(빅딜)’, ‘여수(효율화)’, ‘현대케미칼(HPC 지분)’, ‘인도네시아(라인 프로젝트)’ 등 너무 많은 ‘전선’을 동시에 감당하고 있습니다.
    • ‘원료 다변화’: 여수 NCC가 비싼 ‘나프타’ 외에 ‘LPG’도 일부 투입할 수 있도록 설비를 개선, GSK(MFC)와의 ‘원가 격차’를 줄이려 하고 있습니다.
    • ‘선택과 집중’: 만약 대산 석유화학 구조조정(#30)에서 LG와의 ‘빅딜(JV)’이 성사된다면, 롯데는 비효율적인 ‘여수 NCC’ 비중을 줄이고, 효율적인 ‘대산 JV’와 ‘현대케미칼(HPC)’에 집중하는 전략을 택할 수 있습니다.
  • 4. 예상 시너지: ‘비싼’ 나프타 NCC 의존도를 줄이고, ‘저렴한’ LPG(자체) 및 HPC(현대 지분) 비중을 높여 ‘생존’에 필요한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5. 결론: ‘GSK(MFC)’가 촉발한 여수의 ‘통합’과 ‘도태’

여수 석유화학산업 구조조정은 ‘담벼락’을 사이에 둔 대산 석유화학의 ‘빅딜’과는 양상이 다릅니다.

여수의 핵심은 ‘GS칼텍스 MFC’라는 ‘신기술’ 설비의 등장입니다. 이 ‘메기’는 ‘원가’라는 무기로 기존 NCC 3사(LG, 롯데, YNCC)의 생존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여수 단지의 구조조정은 ‘통합’ 또는 ‘도태’로 귀결될 것입니다.

  1. ‘도태’: 가장 경쟁력이 약한 ‘퓨어 플레이’ YNCC가 ‘셧다운 1순위’로 거론됩니다.
  2. ‘통합’: LG, 롯데, YNCC가 ‘적’이었던 GS칼텍스와 손잡고 ‘저가 원료(LPG 등)’를 공유하는 ‘원료 통합’을 이루어 원가를 낮추는 것입니다.

이 고통스러운 ‘원가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여수 단지의 ‘합종연횡’과 ‘각자도생’이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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