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바이오 혁명의 최종 목적지는 ‘질병의 정복’입니다. AI 진단이 질병의 ‘원인(유전자 변이)’을 찾아내는 ‘지도’라면, 유전자 가위는 그 지도를 보고 문제의 유전자를 직접 ‘수리’하는 ‘수술 도구’입니다.
유전자 가위 기술의 등장은 인류가 ‘증상 완화’에 그치던 수동적인 의학에서 벗어나, ‘유전적 결함’ 자체를 잘라내고 교정하는 ‘능동적인 의학’으로 진입했음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모든 유전자 가위가 같은 ‘가위’는 아닙니다. 이 시장은 기술의 정밀도에 따라 3세대로 나뉘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습니다.
- 1세대 (ZFN): 초창기
유전자 가위(예: 상가모) - 2세대 (CRISPR-Cas9): ‘가위’ 기술의 대중화. DNA 두 가닥을 ‘싹둑’ 자름. (예: 크리스퍼, 인텔리아, 에디타스)
- 3세대 (Base/Prime Editing): ‘연필’과 ‘지우개’. DNA를 자르지 않고 ‘염기’ 하나만 바꾸거나(베이스), ‘검색 및 교체(Find & Replace)'(프라임)로 더 정밀하게 수정. (예: 빔, 프라임)
이번 글에서는 이 3세대에 걸친 유전자 가위 기술과, 이 기술을 ‘상업화(돈)’로 연결하는 7대 핵심 기업을 분석합니다.
1. 버텍스 파마슈티컬스 (Vertex Pharmaceuticals / VRTX)
- 1. 기업 소개:
유전자 가위기술의 ‘상업화’를 현실로 만든 거대 제약사. ‘낭성 섬유증(CF)’ 치료제 독점으로 막대한 현금을 버는 ‘캐시카우’를 가졌습니다. - 2. 사업 영역: 이들의 핵심은 ‘캐시카우(CF)’가 아닙니다. 이들은 ‘크리스퍼 테라퓨틱스(CRSP)’와 손잡고, 인류 최초의 CRISPR
유전자 가위치료제 ‘카스제비(Casgevy)’를 공동 개발하고 상업화(판매)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 3. 최근 1년 주요 뉴스: ‘카스제비(Casgevy)’가 미국 FDA와 유럽 EMA의 최종 판매 승인을 획득한 것이 역사상 가장 큰 뉴스입니다. ‘유전자 가위’가 R&D를 넘어 ‘돈을 버는 약’이 되었음을 증명했습니다.
- 4. 향후 2년간 기대 호재: ‘카스제비’의 상업적 성공 여부. 1인당 수십억 원에 달하는 약값을 보험사(CMS 등)로부터 얼마나 잘 받아내는지(Reimbursement), 그리고 얼마나 많은 환자에게 투약하여 ‘매출’을 발생시키는지가 VRTX와 CRSP의 운명을 가를 것입니다.

2. 크리스퍼 테라퓨틱스 (CRISPR Therapeutics / CRSP)
- 1. 기업 소개: 2세대
유전자 가위인 ‘CRISPR-Cas9’ 기술을 공동 개발한 에마뉘엘 샤르팡티에(노벨상 수상자)가 설립한,유전자 가위의 ‘적통’이자 ‘아이콘’입니다. - 2. 사업 영역:
- 유전병 치료 (Ex-vivo): ‘카스제비'(겸상 적혈구증 치료제)처럼, 환자의 피를 ‘밖에서’ 편집해 다시 주입하는 방식.
- 면역 항암제 (CAR-T): AI가 T세포를 편집하여 암을 공격하게 만드는 차세대 항암제(CTX110, CTX130) 개발.
- 3. 최근 1년 주요 뉴스: 파트너인 VRTX와 함께 ‘카스제비’ FDA 승인을 획득한 것. 이는 회사의 ‘기술력’이 ‘상용화’로 증명된 것입니다.
- 4. 향후 2년간 기대 호재: ‘카스제비’의 성공적인 상업화로 인한 ‘로열티’ 매출 발생. 그리고 ‘카스제비’의 성공을 이을 차세대 ‘면역 항암제(CAR-T)’ 파이프라인의 임상 1/2상에서 긍정적인 데이터를 발표하는 것.

3. 인텔리아 테라퓨틱스 (Intellia Therapeutics / NTLA)
- 1. 기업 소개: ‘CRISPR-Cas9’의 또 다른 노벨상 수상자인 제니퍼 다우드나가 공동 설립한 기업. CRSP와 라이벌 관계입니다.
- 2. 사업 영역: CRSP가 환자의 ‘밖에서(Ex-vivo)’ 편집에 먼저 성공했다면, 인텔리아(NTLA)는 환자의 ‘몸 안에서(In-vivo)’
유전자 가위를 직접 주입하는, 더 고난도 기술의 선두 주자입니다. - 3. 최근 1년 주요 뉴스: ‘NTLA-2001′(ATTR 아밀로이드증 치료제)과 ‘NTLA-2002′(유전성 혈관부종, HAE)의 임상 1/2상에서 세계 최초로 In-vivo 편집이 인간의 몸 안에서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작동함을 데이터로 증명하며 전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 4. 향후 2년간 기대 호재: ‘In-vivo’ 플랫폼의 확증. NTLA-2001/2002가 최종 임상(Phase 3)에 성공적으로 진입하고, 이 플랫폼 기술을 활용해 거대 제약사(예: 리제네론)와의 추가적인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것.

4. 빔 테라퓨틱스 (Beam Therapeutics / BEAM)
- 1. 기업 소개: 2세대(CRISPR)의 한계를 극복하는 3세대
유전자 가위‘베이스 에디팅(Base Editing, 염기 편집)’의 창시자(데이비드 리우)가 설립한 기업입니다. - 2. 사업 영역: DNA 두 가닥을 ‘자르는’ CRISPR(가위)와 달리, 베이스 에디팅은 DNA를 자르지 않고 ‘염기(A,T,C,G)’ 하나만 바꾸는 ‘연필과 지우개’ 기술입니다.
- 왜 강력한가: DNA를 ‘자르지’ 않기 때문에, CRISPR의 잠재적 부작용(비표적 절단, 염색체 변이)에서 훨씬 더 안전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 3. 최근 1년 주요 뉴스: ‘카스제비’와 동일한 ‘겸상 적혈구증(SCD)’을 공략하는 ‘BEAM-101’ 파이프라인이 FDA의 임상 보류(Hold)에서 해제되어, 최초의 환자 투약을 시작했습니다.
- 4. 향후 2년간 기대 호재: ‘BEAM-101’의 첫 번째 임상 데이터. 과연 ‘베이스 에디팅’이 ‘CRISPR(카스제비)’보다 더 안전하고 효과적인지, 혹은 동등한지를 증명하는 것이 이들의 숙명입니다.

5. 프라임 메디슨 (Prime Medicine / PRME)
- 1. 기업 소개: ‘베이스 에디팅’을 창시한 ‘데이비드 리우’가 그 기술을 더 발전시켜 만든 ‘궁극의
유전자 가위‘, ‘프라임 에디팅(Prime Editing)’ 기술을 보유한 기업입니다. - 2. 사업 영역: 프라임 에디팅은 ‘연필(베이스 에디팅)’을 넘어, 컴퓨터의 ‘검색 및 바꾸기(Find and Replace)’ 기능과 같습니다.
- 원하는 DNA 서열을 ‘검색(Find)’하고, 문제가 되는 부분을 ‘잘라낸 뒤’, ‘새로운(정상) DNA 서열’을 그 자리에 ‘붙여넣기(Replace)’ 합니다.
- 이론상 유전 질환의 90% 이상을 교정할 수 있는 가장 정밀하고 강력한 기술입니다.
- 3. 최근 1년 주요 뉴스: 아직 상용화된 약은 없으며, 플랫폼 기술의 잠재력을 입증하는 ‘전임상(동물실험)’ 데이터를 꾸준히 발표하고 있습니다.
- 4. 향후 2년간 기대 호재: ‘최초의 IND(임상시험계획) 승인’ 획득. 이 ‘꿈의 기술’이 드디어 ‘전임상’의 벽을 넘어, ‘최초의 인간(First-in-Human)’에게 투약되는 것 자체가 주가를 재평가할 가장 큰 호재입니다.

6. 에디타스 메디슨 (Editas Medicine / EDIT)
- 1. 기업 소개: CRSP, NTLA와 함께 ‘CRISPR 3대장’으로 불렸던 2세대
유전자 가위기업입니다. (MIT/하버드 ‘펜 장’ 박사 기반) - 2. 사업 영역: NTLA와 유사하게 ‘In-vivo’ 편집에 집중, 특히 ‘안과 질환(눈)’ 치료제(EDIT-101) 개발에 가장 앞서 있었습니다.
- 3. 최근 1년 주요 뉴스: ‘EDIT-101’의 초기 데이터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R&D 전략을 수정하는 등 CRSP와 NTLA가 ‘카스제비 승인’, ‘In-vivo 증명’ 등으로 앞서 나가는 동안 상대적으로 뒤처지며 경영진 교체 등 구조조정을 겪었습니다.
- 4. 향후 2년간 기대 호재: ‘Reni-C'(EDIT-101)의 결정적인 임상 데이터 발표.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고, 3대장으로서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는 ‘기술력’을 데이터로 증명해야 합니다.

7. 상가모 테라퓨틱스 (Sangamo Therapeutics / SGMO)
- 1. 기업 소개: CRISPR가 등장하기 훨씬 이전인 1990년대부터
유전자 가위를 연구해 온 ‘1세대유전자 가위(ZFN – 아연 손가락)’ 기술의 원조 기업입니다. - 2. 사업 영역: ‘ZFN(Zinc Finger Nuclease)’이라는 1세대 기술 플랫폼을 기반으로 혈우병 등 유전 질환을 연구합니다.
- 3. 최근 1년 주요 뉴스: 화이자(Pfizer) 등 빅 파마와의 파트너십으로 연명했으나, ZFN 기술이 CRISPR/베이스/프라임 에디팅 등 후세대 기술과의 경쟁에서 ‘효율성’과 ‘비용’ 측면에서 밀리면서, 임상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파트너십이 중단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 4. 향후 2년간 기대 호재: ZFN 기술이 후세대 기술보다 ‘더 나은’ 특정 영역(예: 특정 유전자 타깃팅)이 있음을 증명해야 합니다. 현재로서는 R&D 비용(Cash burn)을 감당하고 ‘생존’하는 것 자체가 중요한 과제입니다.

5. 결론: ‘치료’의 시대를 넘어 ‘완치’의 시대로
유전자 가위 혁명은 ‘가능할까?’의 물음표 단계를 지났습니다. ‘카스제비'(VRTX, CRSP)의 상용화는 이 기술이 ‘된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이제 시장의 질문은 “누가 더 안전하고, 더 정밀하며, 더 많은 질병을 고칠 수 있는가?”로 넘어갔습니다.
- 2세대 ‘가위'(CRSP, NTLA)가 시장을 여는 동안,
- 3세대 ‘연필'(BEAM)과 ‘검색/교체'(PRME)가 그 뒤를 맹추격하고 있습니다.
투자자의 관점에서, 유전자 가위 기업들은 AI 바이오 생태계에서 가장 폭발적인 잠재력과 가장 치명적인 위험(임상 실패)을 동시에 안고 있는 ‘궁극의 베팅’입니다. 이들이 ‘생명의 코드’를 편집하는 매 순간이 인류 의학의 역사가 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