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루지』가 인간의 뇌가 가진 ‘불완전함’에 초점을 맞췄다면, 가나자와 사토시의 『지능의 역설(The Intelligence Paradox)』은 “왜 지능이 높은 사람들이 진화적으로는 불리하거나 엉뚱한 행동을 하는가?”에 대해 도발적인 주장을 펼치는 책입니다.
[똑똑한 바보들의 비밀] 우리는 흔히 ‘지능(IQ)’이 높으면 모든 면에서 우월할 것이라 생각한다. 인간관계도 잘하고, 일도 잘하며, 행복한 삶을 살 것이라는 기대다. 하지만 저자 가나자와 사토시는 이러한 통념을 산산조각 낸다. 그는 진화심리학적 관점에서 “지능은 인간의 가치를 판단하는 척도가 아니라, 단지 특정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책을 읽는 내내 지능에 대한 기존의 환상이 깨지는 불편함과 동시에, 인간 행동의 이면을 꿰뚫는 통찰에 전율을 느꼈다.
[사바나 원칙과 지능의 진짜 기능] 이 책의 핵심 이론은 ‘사바나 원칙(The Savanna Principle)’이다. 인간의 뇌는 아프리카 사바나 초원 시절, 즉 수렵 채집 환경에 최적화되어 진화했다는 것이다. 이때 ‘일반 지능(General Intelligence)’은 왜 생겨났을까?
- 지능은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화했다: 짝짓기, 자녀 양육, 친구 사귀기, 길 찾기 등은 인류가 수백만 년 동안 해왔던 ‘진화적으로 익숙한 문제’들이다. 이런 문제들은 굳이 높은 지능이 없어도 본능과 직관으로 해결 가능하다. 반면, 가뭄, 홍수, 새로운 도구 사용 등 ‘진화적으로 새로운(Evolutionarily Novel) 문제’가 닥쳤을 때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발달한 것이 바로 ‘지능’이다.
- 지능의 역설: 똑똑할수록 본능을 거스른다 따라서 지능이 높은 사람들은 필연적으로 ‘진화적으로 새로운’ 가치관이나 행동 양식에 끌리게 된다. 저자가 제시하는 사례들은 매우 도발적이다.
- 진보주의와 무신론: 타인(비친족)을 돕는 제도나, 보이지 않는 신을 믿지 않는 것은 사바나 시절에는 없던 새로운 사고방식이다.
- 아침형 vs 저녁형: 인공 조명이 없던 시절, 인간은 해가 지면 잤다. 늦게까지 깨어 있는 ‘올빼미족’은 진화적으로 부자연스러운 행동을 하는 것이며, 이는 높은 지능과 상관관계가 있다.
- 독점적 연애와 동성애: 남성의 경우 강력한 일부다처제가 자연스러운 본능이었으나, 자발적 일부일처제(일편단심)를 택하는 것은 본능을 억제하는 이성적(지능적) 행동이다. 번식과 무관한 동성애 역시 진화적으로 새로운 행동이다.
- 기호품과 취향: 술, 담배, 마약 같은 인공적인 자극이나, 가사가 없는 기악곡(클래식)을 즐기는 것 또한 생존 본능과는 거리가 먼, 지능 높은 뇌가 추구하는 ‘새로움’이다.


[지능은 행복이나 성공의 보증수표가 아니다] 저자의 결론은 충격적이면서도 위로가 된다. “지능이 높은 사람은 인생에서 실패할 확률이 높다.” 여기서 말하는 실패란 진화적 관점에서의 실패, 즉 번식(자손 번창)과 본능적 행복의 상실을 의미한다. 머리가 좋은 사람들은 진화적으로 새로운 문제(학문, 기술 등)에는 능숙하지만, 정작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익숙한 문제'(인간관계, 사랑, 상식)에는 서투르기 십상이다.
결국, 지능은 만능열쇠가 아니다. 자신이 똑똑하다고 자만할 것도, 지능이 평범하다고 좌절할 것도 없다. 우리는 모두 사바나의 후예이며, 각자의 방식대로 현대 사회라는 낯선 정글을 헤쳐나가고 있을 뿐이다.
왜 주식 천재였던 뉴턴은 파산했을까? – 투자자가 경계해야 할 ‘지능의 역설’
아이작 뉴턴, 인류 역사상 최고의 천재로 불리는 그도 주식 투자(남해회사 사건)로 전 재산을 날렸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그는 “천체의 움직임은 계산할 수 있어도, 인간의 광기는 계산할 수 없다”는 명언을 남겼습니다. 『지능의 역설(The Intelligence Paradox)』은 왜 똑똑한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는 헛똑똑이인지, 그리고 왜 투자 세계에서 종종 실패하는지에 대한 흥미로운 단서를 제공합니다.
그렇다면 이 ‘지능의 역설’이 재테크에서는 어떻게 독이 될까요?
📉 똑똑한 투자자가 빠지기 쉬운 3가지 함정
1. ‘복잡함’을 ‘수익’으로 착각한다 (단순함의 역설) 지능이 높은 사람은 본능적으로 복잡하고 새로운 논리를 선호합니다. 그래서 남들이 다 아는 단순한 투자 원칙(장기투자, 분산투자, 우량주 매수)을 지루해합니다.
- 투자 실패 예시: 지수 추종 ETF(단순함)를 사면 될 것을, 굳이 복잡한 파생상품, 레버리지, 알 수 없는 잡코인, 복잡한 차트 분석에 매몰되다가 시장 수익률조차 따라가지 못합니다.
2. 대중을 무시하다가 고립된다 (역발상의 함정) 책에 따르면 지능이 높은 사람은 대중의 통념(보수주의, 종교 등)을 거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투자에서도 “대중은 틀렸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무조건적인 청개구리 투자를 합니다.
- 투자 실패 예시: 상승장이 명백한데도 “논리적으로 말이 안 돼”라며 인버스를 타다가 깡통을 차거나, 부동산 대세 하락기에도 “남들이 공포에 질렸을 때가 기회”라며 너무 일찍 매수해 물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장의 광기(본능)도 투자의 일부임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3. 인간의 본능(심리)을 계산에서 뺀다 지능이 높은 사람은 모든 것을 논리와 이성으로 해결하려 합니다. 하지만 자본 시장은 ‘탐욕’과 ‘공포’라는 인간의 원초적 본능이 지배하는 곳입니다. 사바나 초원의 본능이 여전히 우리를 지배하고 있죠.
- 투자 실패 예시: 기업의 재무제표와 기술력은 완벽하게 분석했지만,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를 읽지 못해 주가가 떨어질 때 멘탈이 붕괴됩니다. 뉴턴이 실패한 이유도 바로 이 ‘인간의 광기’를 변수에 넣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 결론: 지능보다 중요한 것은 ‘현명함’
『지능의 역설』은 말합니다. “지능이 높다는 건 단지 논리적 문제를 잘 푼다는 뜻이지, 인생을 잘 산다는 뜻은 아니다.”
투자도 마찬가지입니다. IQ 150의 천재가 IQ 100의 평범한 투자자보다 돈을 더 잘 번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지능을 과신하여 시장을 이기려 들 때 계좌는 녹아내립니다.
투자의 세계에서 필요한 건, 복잡한 미분 방정식을 푸는 ‘지능’이 아니라, 자신의 본능과 탐욕을 통제할 줄 아는 ‘메타인지’와 ‘인내심’입니다.
내가 남들보다 조금 더 똑똑하다고 느껴질 때, 오히려 그때가 투자의 가장 큰 위기일 수 있음을 기억하세요. 우리는 모두 사바나 초원에서 온, 불완전한 존재들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