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 ‘한국 석유화학산업 구조조정’의 거시적인 3대 원인과 3대 단지(울산, 여수, 대산)의 방향성을 살펴보았습니다. 오늘은 그중에서도 가장 뜨거운 감자이자, 한국 NCC(나프타 분해 설비) 비효율의 ‘상징’이 되어버린 대산 석유화학 구조조정 문제를 ‘현미경’ 수준으로 심층 분석합니다.
대산 단지는 ‘석유화학 삼국지’라 불릴 만큼,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토탈에너지스라는 3개의 거대 기업이 담벼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똑같은’ NCC 공장을 각각 돌리는 기이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중국발 과잉공급 이전, 호황기에는 ‘경쟁을 통한 발전’이었으나, 지금은 ‘공멸을 부르는 비효율’이 되었습니다.
여기에 ‘정유사’ 기반의 현대케미칼이 ‘차세대 공법(HPC)’으로 참전하며, 대산의 생존 게임은 더욱 복잡해졌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 4대 핵심 플레이어의 사업 구조, 재무 현황, 그리고 대산 석유화학 구조조정을 위한 생존 전략(빅딜)과 그 시너지를 집중 분석합니다.

1. LG화학 (LG Chem): ‘신(新)사업’을 위한 ‘구(舊)사업’ 정리
- 1. 사업 구조 (대산): 대산 단지 내 120만 톤 규모의 NCC(나프타 분해 설비) 공장 운영. 에틸렌, 프로필렌 등 기초 유분을 생산하여 PE, PP 등 ‘범용’ 제품을 만듭니다.
- 2. 재무 현황 (석유화학/기초소재 부문): (참고: 아래는 ‘대산’만의 실적이 아닌, 석유화학 부문 전체의 추세입니다.)
- 2021년 (Peak): 사상 최대 호황. 석유화학 부문 영업이익 수조 원 달성.
- 2022년 (Shock): 중국발 공급 과잉 직격탄. 영업이익 급감, 연말 적자 전환.
- 2023년 (Crisis): 연간 조 단위 영업손실 기록. NCC 가동률 70%대로 하락.
- 2024년 (Crisis): 1~4분기 내내 적자 지속. 누적 적자로 재무 부담 가중.
- 2025년 (Crisis): 3분기까지 적자 탈출 실패. ‘생존’이 화두.
- 3. 구조조정 전략 (방안): ‘선택과 집중’ LG화학의 미래는 ‘석유화학’이 아닌 **’3대 신성장 동력(배터리 소재, 친환경 소재, 혁신 신약)’**입니다.
대산 석유화학 구조조정에 가장 적극적인 이유입니다.- ‘LG-롯데 빅딜’의 핵심: 언론 보도와 업계에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대산 NCC-롯데케미칼 NCC 합작법인(JV) 설립’ 또는 ‘사업 매각’입니다.
- LG 입장에서는 ‘범용’ 사업인 NCC를 분리(JV)하거나 매각함으로써, 막대한 적자를 털어내고 ‘배터리 소재’에 투자할 현금을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입니다.
- 4. 예상 시너지 (빅딜 성사 시): 적자 사업(NCC)을 재무제표에서 분리(지분법)하여 ‘재무 리스크’를 즉시 해소하고, 신사업 투자에 올인할 수 있는 ‘실탄’을 확보하게 됩니다.
2. 롯데케미칼 (Lotte Chemical): ‘생존’을 위한 ‘규모의 경제’
- 1. 사업 구조 (대산): LG화학 바로 옆에 붙어있는 110만 톤 규모의 NCC 공장 운영. LG와 완벽히 겹치는 ‘범용’ 제품이 주력입니다.
- 2. 재무 현황 (기초소재 부문):
- 2021년 (Peak): LG화학과 함께 사상 최대 호황 기록.
- 2022년 (Shock): 적자 전환.
- 2023년 (Crisis): 수천억 원~조 단위 영업손실.
- 2024년 (Crisis): 적자 폭 확대. 인도네시아 ‘라인(LINE) 프로젝트’ 등 대규모 투자가 동시에 진행되며 재무 부담이 극도로 가중됨.
- 2025년 (Crisis): 3분기까지 실적 반등 실패. 현금 확보가 절실.
- 3. 구조조정 전략 (방안): ‘빅딜’과 ‘헤징(Hedge)’ 롯데는 ‘석유화학’이 본업(Core)이기에, LG처럼 ‘철수’할 수 없습니다. 이들은 ‘살아남는 것’이 목표입니다.
- ‘LG-롯데 빅딜’의 파트너: 롯데 역시 LG와의 ‘대산 NCC 통합(JV)’에 적극적입니다. 따로 돌리는 두 공장을 하나로 합쳐 **’One-Cracker’**로 만들자는 것입니다.
- ‘현대케미칼’ 지분 보유: (뒤에 설명할) 현대케미칼(HPC)의 지분 40%를 보유, 이미 ‘차세대 공정’에 한 발을 걸쳐놓는 ‘헤징’ 전략을 구사 중입니다.
- 4. 예상 시너지 (빅딜 성사 시):
- ‘규모의 경제’ 달성: 110만 톤 + 120만 톤 = 230만 톤급 ‘메가 크래커’로 재탄생.
- ‘원가 절감’: 원료(나프타) 공동 구매를 통한 ‘구매력(Bargaining Power)’ 확보, 중복 인력 및 유지보수 비용 삭감으로 ‘고정비’ 절감.
3. 한화토탈에너지스 (Hanwha TotalEnergies): ‘홀로서기’와 ‘고부가화’
- 1. 사업 구조 (대산): 한화그룹과 프랑스 ‘토탈에너지스’의 50:50 합작사. 155만 톤 규모의 NCC 및 고부가 제품(SM, PE) 설비를 보유, ‘정유-방향족-올레핀’으로 이어지는 ‘수직 계열화’가 잘 되어있습니다.
- 2. 재무 현황 (전사):
- 2021년 (Peak): 3사 중 가장 높은 수익성(조 단위 영업이익) 기록.
- 2023~2024년 (Crisis): 다른 2사(LG, 롯데)와 마찬가지로 심각한 영업손실 기록.
- 2025년 (Crisis): 적자 지속. 프랑스 ‘토탈’ 측의 배당 요구 및 구조조정 압박이 거센 것으로 알려짐.
- 3. 구조조정 전략 (방안): ‘독자 노선’ 및 ‘다운스트림 강화’ 한화토탈은 ‘LG-롯데 빅딜’에서 한발 비켜나 있습니다.
- ‘NCC 효율 개선’: 3사 중 가장 규모가 크고 수직 계열화가 잘 되어있어, 노후 설비 가동 중단(셧다운) 및 효율 개선을 통해 ‘홀로 생존’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 ‘고부가화(HVA)’: ‘범용’ NCC 비중을 줄이는 대신, 태양광 소재(EVA) 등 모기업(한화솔루션)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스페셜티’ 제품 비중을 늘리는 전략을 택하고 있습니다.
- 4. 예상 시너지: LG-롯데가 통합(빅딜)할 경우, 한화는 ‘범용’ 시장에서 더 치열한 원가 경쟁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들의 생존은 ‘범용’을 포기하고 얼마나 빨리 ‘스페셜티’로 전환하느냐에 달려있습니다.
4. 현대케미칼 (Hyundai Chemical): ‘게임 체인저’ (차세대 공정)
- 1. 사업 구조 (대산): 2022년 가동 시작. **현대오일뱅크(60%)**와 **롯데케미칼(40%)**의 합작사.
- 핵심:
대산 석유화학 구조조정의 ‘태풍의 눈’입니다. 이들은 낡은 NCC가 아니라, ‘HPC(Heavy-feed Petrochemical Complex)’라는 차세대 설비를 돌립니다. - HPC는 비싼 나프타(NCC의 원료) 대신, 정유 공정에서 나오는 ‘값싼 찌꺼기 기름(탈황 중질유)’과 ‘LPG’ 등을 원료로 사용합니다.
- 핵심:
- 2. 재무 현황: 2022년 가동 시작과 동시에 ‘석화 위기’를 정통으로 맞았으나, 2024년 이후 ‘원가 경쟁력’을 바탕으로 3사(LG, 롯데, 한화)의 NCC 대비 압도적으로 ‘낮은 손실 폭’ 또는 ‘손익분기점(BEP)’ 수준을 유지하며 선방하고 있습니다.
- 3. 구조조정 전략 (방안): ‘시장 지배’ 이들은 구조조정 ‘대상’이 아니라, 구조조정을 ‘촉발’하는 ‘메기(Game Changer)’입니다.
- 현대오일뱅크(정유)는 ‘가치 없는’ 찌꺼기 기름을 현대케미칼에 ‘안정적으로’ 판매하고, 현대케미칼은 이를 ‘값싸게’ 받아 제품을 만듭니다. (완벽한 정유-화학 수직계열화)
- 4. 예상 시너지:
- 현대오일뱅크: ‘정유 마진’과 ‘석유화학 마진’을 동시에 확보.
- 롯데케미칼: ‘낡은 NCC'(대산 롯데)의 리스크를 ‘신형 HPC'(현대케미칼 지분 40%)로 헤징하는 완벽한 이중 전략.
5. 결론: ‘빅딜’은 대산 석유화학의 유일한 생존 카드
대산 석유화학 구조조정의 핵심은 명확합니다.
- ‘낡은 NCC’ 3형제 (LG, 롯데, 한화): 이들은 ‘비싼 나프타’로 ‘똑같은 범용 제품’을 만드는 ‘제로섬 게임’을 멈춰야 합니다.
- ‘신형 HPC’ 1인 (현대): 이들은 ‘싼 찌꺼기 기름’으로 ‘차별화된 원가’의 제품을 만듭니다.
시장의 결론은 정해져 있습니다. 낡은 NCC 3형제가 ‘살아남는’ 유일한 길은 LG-롯데의 ‘빅딜’처럼 공장을 통합, ‘규모의 경제’를 통해 HPC(현대) 수준으로 ‘원가’를 낮추는 것입니다.
만약 이 ‘빅딜’마저 실패한다면, 대산의 낡은 NCC 설비들은 현대케미칼의 HPC, 그리고 중국의 저가 공세에 밀려 순차적인 ‘영구 가동 중단(Shutdown)’ 수순을 밟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