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 우리는 AI 바이오 생태계가 ‘진단'(Guardant, Natera)과 ‘도구'(Twist, Crispr)의 혁신을 통해 성장하고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기술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성배(Holy Grail)’는 단 하나, 바로 AI 신약 개발입니다.
전통적인 신약 개발은 평균 10~15년의 시간, 1조~3조 원의 천문학적인 비용, 그리고 90%가 넘는 처참한 임상 실패율과의 싸움이었습니다. 하지만 AI는 이 ‘고비용-저효율’의 절망적인 방정식을 ‘고속-고효율’의 디지털 문제로 바꾸고 있습니다.
AI 신약 개발 기업들은 더 이상 ‘모래사장(수백만 개 화합물)’에서 ‘바늘(유효 물질)’을 찾지 않습니다. 이들은 컴퓨터 안(in-silico)에서 질병을 일으키는 단백질을 3D 모델링하고, 생성형 AI로 ‘존재하지 않던’ 완벽한 약물 분자를 ‘설계(Design)’한 뒤, ‘가장 성공 확률이 높은 후보’만 골라 실험실로 보냅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 ‘디지털 신약 혁명’을 이끄는, 시가총액 기준 7대 AI 신약 개발 핵심 기업을 집중 분석합니다.
참고: 이 리스트는 구글(Isomorphic Labs)이나 엔비디아(BioNeMo), 혹은 머크(Merck), 화이자(Pfizer) 같은 ‘빅 파마’를 제외한, AI 신약 개발 플랫폼 자체를 핵심 사업으로 하는 ‘순수 기술 기업(Pure-Play)’들을 중심으로 구성했습니다.

1. 슈뢰딩거 (Schrödinger, Inc. / SDGR)
- 1. 기업 소개:
AI 신약 개발의 ‘교과서’이자 ‘원조’입니다. 1990년부터 양자역학, 물리학, 화학을 결합한 ‘컴퓨터 시뮬레이션’ 플랫폼을 개발해 온 선구자입니다. (회원님의 이전 리스트에도 포함된 핵심 기업입니다.) - 2. 사업 영역: 2개의 핵심 사업을 동시에 운영합니다.
- 소프트웨어(Platform): 자체 개발한 ‘물리학 기반 연산 플랫폼’을 전 세계 빅 파마(Big Pharma)와 바이오텍에 구독형으로 판매합니다. (안정적인 캐시카우)
- 신약 파이프라인(Pipeline): 이 강력한 플랫폼을 이용해 ‘자체 신약’도 개발합니다. 현재 희귀질환, 암 관련 다수의 파이프라인을 보유 중입니다.
- 3. 최근 1년 주요 뉴스:
- 다수의 빅 파마(BMS, 사노피 등)와 플랫폼 라이선스 계약을 갱신 및 확대.
- 자체 개발 파이프라인 중 하나인 ‘SGR-1505′(MALT1 억제제)가 임상 1상에서 긍정적인 데이터를 발표하며 플랫폼의 ‘증명’을 시작.
- 4. 향후 2년간 기대 호재:
- ‘플랫폼의 증명’: 자체 파이프라인(SGR-1505, SGR-2921 등)이 임상 1/2상에서 계속해서 유의미한 데이터를 도출하는 것. 이는 ‘소프트웨어 판매’를 넘어 ‘신약 기업’으로의 가치 재평가를 의미합니다.
- 글로벌 제약사에 플랫폼 기술이전(L/O) 추가 계약.

2. 템퍼스 AI (Tempus AI / TEM)
- 1. 기업 소개:
AI 신약 개발은 ‘데이터’ 전쟁임을 증명하는 기업입니다. 2015년 설립 이후, 병원들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미국에서 가장 방대한 ‘임상 및 분자 데이터 라이브러리’를 구축했습니다. - 2. 사업 영역:
- 데이터/진단(Data & Diagnostics): 암 환자의 유전체, 임상 기록 등 ‘멀티오믹스’ 데이터를 AI로 분석하여 맞춤형 치료법을 제안하는 ‘정밀 진단’ 사업 (Guardant Health와 유사)
- AI 신약 개발(AI-Driven Discovery): 이 독점적인 ‘실제 임상 데이터(RWD)’를 AI로 학습시켜, 신약 개발의 타깃을 발굴하고 임상 성공 확률을 예측하는 플랫폼을 제약사에 제공합니다.
- 3. 최근 1년 주요 뉴스: 2024년 6월 나스닥(NASDAQ) 상장(IPO)에 성공하며 AI-Bio 분야 최대 관심주로 부상. 상장 이후 GSK 등 빅 파마와의 데이터 기반 신약 개발 파트너십 확대.
- 4. 향후 2년간 기대 호재: ‘데이터 플랫폼’의 수익화 본격화. AI가 예측한 임상시험이 실제로 성공 확률을 높이는지 ‘데이터로 증명’하는 것.

3. 리커전 (Recursion Pharmaceuticals / RXRX)
- 1. 기업 소개: AI가 ‘세포의 사진(이미지)’을 보고 신약을 찾는 ‘디지털 생물학’의 선두 주자입니다. ‘페노믹스(Phenomics)’라는 접근법을 사용합니다.
- 2. 사업 영역: 자동화된 로봇 실험실에서 매주 수백만 장의 ‘병든 세포’와 ‘약물 처리 후 세포’ 이미지를 촬영, AI(컴퓨터 비전)가 이 이미지를 분석하여 약물의 효능을 판단하는 ‘생물학 지도(Map)’를 구축합니다.
- 3. 최근 1년 주요 뉴스:
- 엔비디아(NVIDIA)의 5천만 달러 전략적 투자:
AI 신약 개발업계 전체를 뒤흔든 상징적인 뉴스였습니다. 리커전은 엔비디아의 ‘BioNeMo’ 생성형 AI 모델을 자사 플랫폼에 탑재합니다. - 바이엘(Bayer) 등 빅 파마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다수의 신약 후보 물질을 임상 단계로 진입시킴.
- 엔비디아(NVIDIA)의 5천만 달러 전략적 투자:
- 4. 향후 2년간 기대 호재:
- ‘NVIDIA 파트너십’의 구체화: BioNeMo를 탑재한 차세대 AI 플랫폼 공개 및 신규 빅 파마 파트너십 체결.
- 내부 파이프라인(희귀 유전 질환 등)의 임상 1/2상 데이터 발표.

4. 엑스사이언시아 (Exscientia / EXAI)
- 1. 기업 소개: ‘생성형 AI(Generative AI)’를 신약 개발에 가장 적극적으로 도입한 유럽(영국) 기반의 선두 기업입니다.
- 2. 사업 영역: AI가 환자 데이터를 분석해 ‘새로운 타깃’을 발굴하고, ‘생성형 AI’가 이 타깃에 맞는 ‘완전히 새로운(Novel)’ 분자 구조를 ‘설계’합니다. 임상 디자인까지 AI가 관여하는 ‘End-to-End’ 플랫폼을 지향합니다.
- 3. 최근 1년 주요 뉴스: 사노피(Sanofi), BMS 등 빅 파마와의 오랜 파트너십을 통해 기술료(마일스톤) 수취. AI가 설계한 내부 파이프라인(암, 염증)을 임상 단계로 꾸준히 진입시킴.
- 4. 향후 2년간 기대 호재: ‘AI가 설계한 약물’이 임상 2/3상이라는 ‘죽음의 계곡’을 통과하여 ‘최초의 AI 신약’ 타이틀을 획득하는 것.
5. 릴레이 테라퓨틱스 (Relay Therapeutics / RLAY)
- 1. 기업 소개: AI/ML을 이용해 ‘움직이는 단백질’을 분석하는 독보적인 기업입니다.
- 2. 사업 영역: 기존의 신약 개발은 단백질의 ‘정지된 3D 사진’을 보고 약물을 설계했습니다. 하지만 릴레이(Relay)는 AI와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단백질의 4D 움직임(Protein Motion)’을 시뮬레이션합니다.
- 왜 강력한가: 암을 유발하는 단백질이 ‘움직이는 순간’에만 드러나는 ‘숨겨진 약점(결합 부위)’을 포착하여, 기존에는 공략 불가능했던(Undruggable) 타깃을 공격하는 신약을 개발합니다.
- 3. 최근 1년 주요 뉴스: ‘RLY-4008′(가장 강력한 FGFR2 억제제)이 임상 2상에서 종양을 극적으로 줄이는 ‘Best-in-Class’ 데이터를 발표하며 플랫폼의 가치를 입증.
- 4. 향후 2년간 기대 호재: ‘RLY-4008’의 FDA 혁신 치료제 지정 및 최종 승인. 이는 AI/시뮬레이션 기반 신약 개발의 가장 큰 ‘성공 사례’가 될 수 있습니다.
6. 앱셀레라 (AbCellera Biologics / ABCL)
- 1. 기업 소개: AI를 이용해 ‘항체(Antibody)’ 신약을 발굴하는 데 특화된 ‘항체계의 구글’입니다.
- 2. 사업 영역: 이들의 플랫폼은 미세유체(Microfluidics) 기술로 수백만 개의 면역 세포(B세포)를 분석, AI가 이 중 ‘가장 강력한’ 항체를 0.1초 만에 스크리닝(Screening)합니다.
- 3. 최근 1년 주요 뉴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릴리(Lilly)’와 협력하여 단 90일 만에 치료제(밤라니비맙)를 발굴하며 기술력을 전 세계에 입증했습니다. 이후 수십 개의 제약사와 파트너십을 맺음.
- 4. 향후 2년간 기대 호재: ‘플랫폼 사용료’ 및 ‘로열티’ 매출의 본격화. 이들의 플랫폼에서 발굴된 수십 개의 항체 신약 파이프라인이 임상 2/3상에 진입하며 기술료(마일스톤) 수익이 급증하는 것.
7. 앱사이 (Absci / ABSI)
- 1. 기업 소개: ‘AI 신약 개발’의 ‘DNA 프린터'(Twist Bioscience)와 ‘생성형 AI'(Exscientia)를 결합한 무서운 신예입니다.
- 2. 사업 영역:
- 데이터 생성(Wet-Lab): 자체 개발한 ‘실험실 기술’로 단백질의 기능 데이터를 대량 생성.
- 생성형 AI(In-Silico): 이 데이터를 학습한 ‘생성형 AI’가 목표(예: 더 강력하고, 더 오래가는 항체)에 맞는 **’완전히 새로운 단백질’**을 ‘설계’합니다.
- 검증(Validate): AI가 설계한 DNA를 (Twist처럼) 합성/프린팅하여 즉시 실험으로 검증합니다.
- 3. 최근 1년 주요 뉴스: ‘제로샷(Zero-shot)’ AI 모델을 공개. 이는 AI가 이전에 본 적 없는 데이터 없이도 단백질의 기능과 결합력을 예측/설계할 수 있음을 의미하며, ‘생성형 AI’ 신약 개발의 선두로 부상. 머크(Merck) 등 빅 파마와 대규모 계약 체결.
- 4. 향후 2년간 기대 호재: 이들의 ‘생성형 AI’가 설계한 신약 후보 물질이 동물 실험 및 임상 1상에서 ‘AI가 의도한 대로’ 정확히 작동함을 증명하는 것.
5. 결론: AI 신약 개발, ‘가능성’에서 ‘데이터’의 시대로
AI 신약 개발 기업들은 더 이상 ‘꿈’이나 ‘SF’를 파는 단계가 아닙니다. 슈뢰딩거(SDGR)와 릴레이(RLAY)는 이미 ‘임상 데이터’로 자신들의 플랫폼이 ‘진짜’임을 증명하기 시작했습니다. 리커전(RXRX)은 엔비디아의 ‘투자’로 그 가치를 인정받았고, 템퍼스(TEM)는 ‘데이터’ 자체가 돈이 되는 시대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투자자의 관점에서, 이 기업들은 여전히 임상 실패라는 ‘초고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 중 단 하나라도 AI가 설계한 약물로 ‘블록버스터 신약’을 탄생시키는 순간, 이 산업 전체의 가치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재평가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