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 우리는 슈뢰딩거(SDGR), 리커전(RXRX) 같은 AI 신약 개발 기업들이 컴퓨터 안(in-silico)에서 질병을 정복할 ‘약물 설계도’를 그리고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AI가 아무리 완벽한 ‘설계도’를 그려낸들, 그 설계도대로 ‘물리적인 DNA’를 빠르고 싸게 ‘프린트(Print)’하지 못한다면 신약 개발은 첫걸음조차 뗄 수 없습니다. 즉, DNA 프린트 가 중요합니다.
DNA 프린트(유전자 합성) 기술은 AI가 ‘디자인’한 유전자를 ‘현실’로 만드는 핵심 ‘병목 기술’입니다. 이 시장을 장악하는 기업이 AI 바이오 시대의 ‘TSMC’가 될 것입니다.
참고: DNA 프린트 시장은 ‘TOP 7’이 모두 같은 일을 하는 구조가 아닙니다. 시장은 크게 (1) 실리콘 기반 대량 생산(TWST), (2) 전통 강자(DHR, A), (3) 차세대 기술(CDXS), (4) DIY 프린터(TBIO), (5) 최대 고객(DNA)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이 ‘생태계’ 자체를 이해하는 것이 투자에 핵심입니다.
1. ‘실리콘 혁명’을 이끄는 대장주
트위스트 바이오사이언스 (Twist Bioscience / TWST)
- 1. 기업 소개:
DNA 프린트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꾼 ‘파괴적 혁신가’이자 이 분야의 압도적인 1위 대장주입니다. - 2. 사업 영역: 반도체 제조 공정을 응용, 실리콘 칩(Silicon Chip) 위에 DNA를 대량으로 합성(프린팅)하는 독보적인 기술을 가졌습니다. 기존 방식(96-well plate)보다 수천 배 많은 DNA를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높은 정확도로 생산합니다.
- SynBio(합성 생물학): AI 신약, 산업 바이오 기업에 맞춤형 유전자(DNA)를 판매.
- NGS(차세대 시퀀싱): 유전자를 ‘읽는’ NGS 장비에 필요한 도구(패널) 판매. (안정적 캐시카우)
- 3. 최근 1년 주요 뉴스: 오리건주에 ‘미래의 공장(Factory of the Future)’이라 불리는 대규모 생산 기지(Wilsonville)를 완공하고 가동을 시작했습니다. 초기 막대한 감가상각비와 비용으로 마진 압박을 받았으나, 최근 공장 자동화 및 효율화가 궤도에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 4. 향후 2년간 기대 호재: ‘미래의 공장’ 램프업(Ramp-up)이 완료되어 ‘규모의 경제’를 통한 흑자 전환이 가시화되는 것.
DNA 프린트기술을 활용한 ‘DNA 데이터 저장(Data Storage)’ 분야의 상용화 및 대형 파트너십 체결.

2. ‘전통 강자’: 시장을 지배하는 거인들
DNA 프린트 시장은 TWST 외에, 수십 년간 이 시장을 지배해 온 ‘공룡’ 기업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거대 생명공학 그룹의 ‘자회사’ 형태로 존재합니다.
데이나허 (Danaher / DHR)
- 1. 기업 소개: 시가총액 수백조 원의 글로벌 1위 생명공학 그룹. 이들이 소유한 자회사 ‘IDT(Integrated DNA Technologies)’가
DNA 프린트시장의 숨겨진 거인입니다. - 2. 사업 영역: IDT는 TWST가 등장하기 전부터 전 세계 연구소에 맞춤형 유전자를 공급하던 전통 1위 강자입니다. (전통적인 96-Well Plate 방식) TWST가 ‘대량 생산’에 강점이 있다면, IDT는 CRISPR 유전자 편집 등에 쓰이는 고정밀/특수 목적 ‘올리고(Oligo, 짧은 DNA 조각)’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가집니다.
- 3. 최근 1년 주요 뉴스: 데이나허 그룹 전체가 코로나19 특수 이후 ‘소화기’를 거치며 성장률이 둔화되었으나, 최근 M&A(Abcam 인수) 등을 통해 바이오 의약품 ‘원부자재’ 시장의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 4. 향후 2년간 기대 호재:
AI 바이오와 ‘유전자 편집(CRISPR)’ 시장이 커질수록, IDT의 고부가가치 ‘올리고’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것.

애질런트 테크놀로지스 (Agilent Technologies / A)
- 1. 기업 소개: HP(휴렛팩커드)에서 분사한 정밀 측정/분석 장비의 거인. 데이나허(IDT)와 마찬가지로
DNA 프린트시장의 전통적인 강자입니다. - 2. 사업 영역: 분석 장비(매출의 핵심) 외에, ‘NGS 진단 패널’ 및 ‘맞춤형 올리고’ 합성 사업을 운영합니다. 특히 제약사 및 진단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고품질/대규모 DNA 합성 서비스에서 IDT와 경쟁합니다.
- 3. 최근 1년 주요 뉴스: 진단 및 연구용 장비 시장의 꾸준한 수요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실적을 기록.
AI 바이오및 세포 분석 분야의 솔루션 강화. - 4. 향후 2년간 기대 호재: AI 신약 개발 기업들이 임상 단계에 진입할수록, 이들이 요구하는 ‘GMP 등급'(고순도 의약품 원료)의
DNA 프린트수요가 증가하며 고마진 매출이 발생하는 것.
3. ‘차세대 기술’: 화학을 넘어 효소로
TWST, IDT, Agilent는 모두 ‘화학적(Chemical)’ 방식으로 DNA를 합성합니다. 이 방식은 한계(길이, 정확도, 유해 화학물질 사용)가 명확합니다. 이 한계를 ‘효소(Enzyme)’로 극복하려는 기업들입니다.
코덱시스 (Codexis / CDXS)
- 1. 기업 소개: ‘효소(Enzyme)’를 설계하고 최적화하는 데 특화된 기업.
DNA 프린트의 ‘게임 체인저’가 될 ‘효소 기반 DNA 합성(Enzymatic DNA Synthesis, EDS)’ 기술을 개발 중입니다. - 2. 사업 영역: 기존의 화학 방식 대신, ‘효소’를 이용해 DNA를 조립(프린트)합니다.
- 장점: 더 빠르고, 더 길게(Long-read) 합성할 수 있으며, 유해 화학물질이 필요 없어 친환경적입니다.
- 3. 최근 1년 주요 뉴스: EDS 기술의 잠재력을 인정받아 다수의 바이오텍 및 제약사와 파트너십을 체결. 기존 사업(효소 판매)에서 EDS 기술 개발로 R&D 투자를 집중하며 피벗(Pivot) 중.
- 4. 향후 2년간 기대 호재: EDS 기술이 TWST의 화학 방식보다 ‘더 우월함(길이, 속도, 정확도)’을 데이터로 증명하고, 이 기술을 상용화할 ‘장비/플랫폼’을 출시하거나 빅 파마에 기술 이전하는 것.

텔레시스 바이오 (Telesis Bio / TBIO)
- 1. 기업 소개: (구 Codex DNA)
DNA 프린트계의 ‘데스크톱 PC’입니다. TWST나 IDT처럼 ‘중앙 공장’에 주문하는 대신, “연구실 책상 위에서 직접DNA 프린트“를 할 수 있게 만든 기업입니다. - 2. 사업 영역: ‘BioXp’라는 이름의 ‘벤치톱(Benchtop) 유전자 합성기’를 판매합니다.
- 연구원이 AI로 유전자를 설계한 뒤, 이 기기에 ‘잉크(원료)’를 넣고 버튼을 누르면 몇 시간 만에 DNA가 완성됩니다. (주문/배송 시간 절약)
- 3. 최근 1년 주요 뉴스: 소형 기술주 특유의 높은 현금 소진(Cash burn) 문제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프린터 + 잉크(소모품)’라는 매력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유지하며 R&D 지속 중.
- 4. 향후 2년간 기대 호재: BioXp ‘프린터’가 시장에 더 많이 보급되어, ‘잉크'(소모품 키트) 매출이 꾸준히 발생하는 ‘록인(Lock-in)’ 효과를 증명하는 것.

4. ‘생태계’의 핵심 고객과 공급망
DNA 프린트 시장은 ‘프린터’만 있어서는 안 됩니다. ‘잉크’ 공급사와 ‘최대 고객’이 함께 있어야 합니다.
깅코 바이오웍스 (Ginkgo Bioworks / DNA)
- 1. 기업 소개:
DNA 프린트시장의 ‘최대 고객(The #1 Customer)’입니다. 이들은 스스로를 ‘유기체 공학 파운드리’라고 부릅니다. - 2. 사업 영역: ‘AI 신약 개발’과 유사하지만, 신약뿐만 아니라 향수, 농업용 비료, 식품 첨가물 등 모든 ‘유기체’를 AI로 설계하고 로봇으로 배양(테스트)합니다.
- 왜 중요한가: 깅코는 ‘설계’에만 집중하고, 필요한 DNA는 TWST와 IDT에 막대한 규모로 ‘주문(아웃소싱)’합니다. 즉, 깅코가 성장할수록
DNA 프린트기업들의 매출이 동반 성장합니다. - 3. 최근 1년 주요 뉴스: AI 기반 플랫폼 고도화 및 대형 제약사/화학 회사와의 장기 파트너십(로열티 기반) 체결에 집중.
- 4. 향후 2년간 기대 호재: 깅코의 ‘파운드리’에서 설계한 유기체가 실제 상업화에 성공하여 ‘로열티 매출’이 발생하는 것. (이는
DNA 프린트수요의 지속성을 증명함)

마라바이 라이프사이언시스 (Maravai LifeSciences / MRVI)
- 1. 기업 소개:
DNA 프린트의 ‘특수 잉크’ 공급사입니다. 특히 mRNA(메신저 RNA) 합성에 필수적인 ‘캡핑(Capping)’ 기술의 독점 강자입니다. - 2. 사업 영역: 이들의 핵심은 ‘CleanCap®’ 기술입니다. 코로나19 백신(mRNA)이 안정적이고 강력한 효능을 내도록 머리(5′ cap)를 씌워주는 필수 ‘부품’입니다. AI가 설계한 mRNA 신약 역시 이들의 ‘캡’이 필요합니다.
- 3. 최근 1년 주요 뉴스: 코로나19 백신 수요가 사라지며 ‘매출 절벽’에 직면, 주가가 폭락했습니다. (포스트-코로나의 직격탄)
- 4. 향후 2년간 기대 호재: ‘비(非)코로나 mRNA’ 시장의 개화. AI가 설계한 ‘암 백신’, ‘독감 백신’, ‘희귀질환 치료제’ 등 차세대 mRNA 신약 개발이 활발해지면서, 이들의 ‘CleanCap®’ 수요가 다시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

5. 결론: AI의 ‘설계’, DNA 프린트가 ‘생산’한다
AI 신약 개발 혁명은 혼자 일어날 수 없습니다. 이는 AI의 ‘설계’와 DNA 프린트의 ‘물리적 생산’이라는 두 개의 바퀴가 함께 굴러가야 합니다.
투자자의 관점에서, DNA 프린트 생태계는 AI 바이오 혁명에 투자하는 가장 확실한 ‘곡괭이와 삽(Picks and Shovels)’입니다.
- ‘대량 생산’의 혁신에 베팅한다면 TWST.
- ‘차세대 기술(효소)’에 베팅한다면 CDXS.
- ‘DIY’ 모델에 베팅한다면 TBIO.
- 이들이 사용하는 ‘특수 잉크(mRNA)’에 베팅한다면 MRVI.
- 이들의 ‘최대 고객’에 베팅한다면 DNA.
- 이 모든 것의 ‘안정적인’ 기반(전통 강자)에 베팅한다면 DHR, A.
AI가 더 많은 약물을 설계할수록, 이 DNA 프린트 기업들의 공장은 더욱 바쁘게 돌아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