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 우리는 가상화폐 산업을 ‘채굴’, ‘거래소’, ‘보유’, ‘결제’라는 4가지 거대한 카테고리로 나누어 보았습니다. 그중 ‘금광(Gold Mine)’에 해당하는, 즉 비트코인을 직접 ‘캐내는’ 가상화폐 채굴 기업들은 비트코인 가격에 가장 강력한 레버리지(Leverage)를 가진 투자처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2024년 4월 ‘비트코인 반감기(Halving)’라는 거대한 지각 변동과, 2025년을 강타한 ‘AI 전력난’은 가상화폐 채굴 산업의 룰(Rule)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단순히 비트코인을 캐던 ‘광부’에서, AI 데이터센터라는 ‘새로운 금광’을 발견한 ‘인프라 사업자’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 거대한 변혁의 중심에 선, 시가총액 기준 7대 가상화폐 채굴 핵심 기업들을 심층 분석합니다.
1. 마라톤 디지털 (Marathon Digital / MARA)
- 1. 기업 소개: 전 세계 1위의 해시레이트(채굴 능력)를 자랑하는
가상화폐 채굴대장주입니다. 공격적인 채굴기 확보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있습니다. - 2. 사업 영역: 비트코인 ‘퓨어 플레이(Pure-play)’ 채굴 사업. MARA는 자체 데이터센터를 대규모로 소유하기보다, 파트너의 시설을 활용(호스팅)하는 ‘자산 경량화(Fab-less)’ 모델을 통해 빠르게 해시레이트를 확장하는 전략을 사용합니다.
- 3. 최근 1년 주요 뉴스: 2024년 4월 ‘반감기’ 이후, 채굴 보상이 절반으로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최신 고효율 채굴기(Antminer S21 등)의 공격적인 도입을 통해 채굴량을 방어하고 있습니다. 경쟁사들이 어려움을 겪는 사이 M&A(인수 합병)를 통해 점유율을 오히려 늘려가고 있습니다.
- 4. 향후 2년간 기대 호재: 비트코인 가격 상승이 이들에게는 가장 큰 호재입니다. 반감기 이후 ‘승자독식’ 구도에서, 압도적인 규모와 효율성으로 시장 점유율 1위를 수성하는 것이 중기 목표입니다.

2. 라이엇 플랫폼 (Riot Platforms / RIOT)
- 1. 기업 소개: MARA와 함께
가상화폐 채굴1, 2위를 다투는 ‘수직 계열화’의 거인입니다. - 2. 사업 영역: MARA와 정반대 전략을 구사합니다. 텍사스에 ‘기가팩토리’급의 초대형 자체 데이터센터(Whinstone, Corsicana)를 직접 소유하고 운영합니다.
- 핵심: 단순 채굴을 넘어 ‘전력망 사업자’ 역할을 합니다. 텍사스 전력난 시(폭염/한파) 채굴을 멈추고, 확보한 전력을 전력망에 비싸게 되파는(전력 크레딧) ‘차익 거래’로 막대한 부가 수익을 창출합니다.
- 3. 최근 1년 주요 뉴스: 2024년 반감기 대응과 더불어, 2025년 텍사스 전력난 시기에 ‘전력 크레딧’ 수익이 채굴 수익을 넘어서는 기현상을 보여주며 독보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증명했습니다.
- 4. 향후 2년간 기대 호재: 텍사스 2차 대규모 시설 ‘Corsicana’의 완공 및 최대 해시레이트 달성. 비트코인 가격 상승과 더불어, ‘전력 차익 거래’ 수익이 안정적인 캐시카우로 자리 잡는 것.

3. 클린스파크 (CleanSpark / CLSK)
- 1. 기업 소개: ‘가장 효율적인(저비용) 채굴’을 모토로 ‘Big Two'(MARA, RIOT)를 맹추격하는 신흥 강자입니다.
- 2. 사업 영역: 100% 비트코인 퓨어 플레이. 이들의 핵심 경쟁력은 ‘저렴한 전력원(주로 원자력, 수력 등)’을 선점하고, 최고 효율의 채굴기만 운영하여 ‘비트코인 1개당 채굴 원가’를 업계 최저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입니다.
- 3. 최근 1년 주요 뉴스: 2024년 반감기 이후, 대부분의 경쟁사가 적자 전환할 때 ‘채굴 마진’을 방어하며 생존력을 증명했습니다. 현금 흐름을 바탕으로 경영난에 빠진 경쟁사들의 데이터센터를 공격적으로 인수(M&A)하며 규모를 키우고 있습니다.
- 4. 향후 2년간 기대 호재: 반감기 이후 ‘승자독식’ 시나리오의 최대 수혜주가 되는 것. ‘최저 채굴 원가’를 무기로 경쟁사들이 도태되는 과정에서 시장 점유율을 빼앗아와 ‘Big Two’의 아성을 무너뜨리는 것입니다.
4. 아이렌 (IREN / Iris Energy)
- 1. 기업 소개: 호주 기반의 ‘친환경’
가상화폐 채굴기업입니다. 100% 재생 가능 에너지(주로 수력)를 사용합니다. - 2. 사업 영역:‘채굴 + AI 하이브리드’
- 비트코인 채굴 (기존 사업)
- AI/HPC 데이터센터 임대: (지난 #16 글에서 분석했듯이) AI 붐이 일자, 자사의 풍부하고 저렴한 친환경 전력 인프라를 활용, 엔비디아 H100 GPU를 탑재한 ‘고성능 컴퓨팅(HPC)’ 임대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 3. 최근 1년 주요 뉴스: ‘AI 피벗’의 최대 수혜주 중 하나로 주가가 재평가되었습니다. ‘Poolside AI’ 등 AI 스타트업과 대규모 HPC 클라우드 임대 계약을 체결하며 AI 매출이 가시화되었습니다.
- 4. 향후 2년간 기대 호재: HPC(AI) 매출 비중이 BTC 채굴 매출을 넘어서는 ‘매출 역전’이 발생하는 것. 이를 통해 ‘변동성 큰 채굴주’에서 ‘안정적인 AI 인프라 주’로의 성공적인 전환을 증명하는 것이 최대 호재입니다.

5. 어플라이드 디지털 (Applied Digital / APLD)
- 1. 기업 소개:
가상화폐 채굴기업에서 **’AI 인프라’ 기업으로 가장 성공적으로 변신(피벗)**한 교과서 같은 기업입니다. - 2. 사업 영역:
- 비트코인 채굴 (일부)
- AI/HPC 데이터센터 임대 (핵심 사업): 이미 ‘AI Cloud’ 사업 부문을 주력으로 삼고 있으며, 대형 AI 고객사(이름 비공개)와 수천억 원 규모의 장기 HPC 임대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 3. 최근 1년 주요 뉴스: ‘AI Cloud’ 사업의 폭발적인 성장세가 시장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비트코인 채굴 기업이 아닌 ‘AI 인프라’ 기업으로 밸류에이션이 재평가되었습니다.
- 4. 향후 2년간 기대 호재: ‘AI Cloud’ 사업부의 성공적인 분사(Spin-off) 또는 나스닥 재상장. 이를 통해
가상화폐 채굴이라는 꼬리표를 완전히 떼어내고, 순수 ‘AI 데이터센터’ 기업(예: 코어위브)과 동등한 가치를 인정받는 것입니다.

6. 사이퍼 마이닝 (Cipher Mining / CIFR)
- 1. 기업 소개: 텍사스 등지에 대규모 전력 계약을 선점한
가상화폐 채굴기업입니다. - 2. 사업 영역: 1순위는 비트코인 채굴입니다. 하지만 APLD와 IREN의 성공을 목격한 후, 자사가 보유한 ‘잉여 전력 인프라 부지’를 활용해 AI/HPC 데이터센터 사업 진출을 공식 선언했습니다.
- 3. 최근 1년 주요 뉴스: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한 파트너(블랙록 등 대형 투자사)를 물색하고, 조인트 벤처(JV) 설립을 추진 중입니다.
- 4. 향후 2년간 기대 호재: APLD, IREN처럼 유의미한 ‘AI/HPC’ 임대 계약을 체결하는 것. ‘채굴 + AI’ 하이브리드 모델을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는 것이 중기 목표입니다.

7. 테라울프 (TeraWulf / WULF)
- 1. 기업 소개: 100% 무탄소 에너지(원자력, 수력) 사용을 목표로 하는 친환경
가상화폐 채굴기업입니다. - 2. 사업 영역: ‘채굴 + AI 하이브리드’
- 비트코인 채굴 (핵심)
- HPC 데이터센터: 펜실베이니아의 ‘서스쿼해나(Susquehanna)’ 원자력 발전소 부지 내에 위치한 데이터센터(Nautilus)를 활용, ‘AI-원전’ 테마에 편승하여 HPC 사업 진출을 선언했습니다. (이 원전은 #14 글에서 ‘아마존’이 지분 투자한 그 원전입니다.)
- 3. 최근 1년 주요 뉴스:
AI 원전테마가 부상하며, ‘원전 바로 옆’이라는 독보적인 지리적 이점을 가진 ‘AI 인프라’ 주식으로 재평가받았습니다. - 4. 향후 2년간 기대 호재: ‘AI-원전-데이터센터’라는,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3박자 테마를 현실화하는 ‘HPC 임대 계약’을 체결하는 것입니다.

5. 결론: ‘광부’에서 ‘인프라 제왕’으로
지난 글에서 가상화폐 산업의 4가지 축을 살펴보았듯, ‘채굴’은 비트코인 가격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고위험-고수익’ 투자처입니다.
하지만 2024년 ‘반감기’와 2025년 ‘AI 전력난’은 이 ‘광부’들의 운명을 둘로 나누었습니다.
- ‘퓨어 플레이’ 베팅 (MARA, RIOT, CLSK): 비트코인 가격 상승과 ‘반감기 이후 승자독식’에 모든 것을 거는 전통적 채굴주입니다.
- ‘AI 하이브리드’ 베팅 (IREN, APLD, CIFR, WULF):
가상화폐 채굴을 ‘캐시카우’로 삼고, 자신들이 선점한 ‘저렴한 전력 인프라’를 ‘AI 데이터센터’로 재활용하는 ‘인프라’ 기업입니다.
투자자의 관점에서, 가상화폐 채굴 기업 투자는 이제 “비트코인 가격이 오를까?”라는 질문을 넘어, “이들이 가진 ‘전력 인프라’의 가치를 AI가 재평가해 줄 것인가?”라는 새로운 질문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