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서산 여행 2 ] 바닷길이 열려야 만날 수 있는 간월암, 그리고 정겨운 간월항 (물때 시간 확인 필수)

지난 포스팅에서 소개한 예산 ‘스플라스 리솜‘에서 아이들이 워터파크를 즐기는 동안, 어른들은바다 내음을 찾아 서산 간월암으로 향했습니다. 예산과 서산은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어 여행 코스를 묶기에 아주 좋습니다. 리조트에서 차로 약 40분 정도를 달려 도착한 곳은 서산 9경 중 하나이자, 물때가 맞아야만 들어갈 수 있다는 신비로운 암자, 간월암 (看月庵) 입니다.

오랜만에 마주한 간월암은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어 마치 고향에 온 듯 반가웠습니다. 겨울 바다의 운치와 불교의 고즈넉함이 공존하는 이곳에서의 시간을 기록해 봅니다.

바다 위에 떠 있는 연꽃, 간월암의 유래와 역사

간월암은 충청남도 서산시 부석면 간월도리에 위치한 작은 암자입니다. 사진에서 보시는 것처럼 밀물 때는 바다 위에 둥둥 떠 있는 섬처럼 보이고, 썰물 때가 되면 육지와 연결되는 길이 열리는 신비로운 곳입니다.

간월암

고려 말 무학대사가 이곳에서 달을 보고 깨달음을 얻었다 하여 ‘간월암(看月庵)’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합니다. 숲속에 있는 일반적인 사찰과 달리, 사방이 바다로 트여 있어 가슴이 뻥 뚫리는 시원함을 선사합니다. 흐린 날씨였지만, 오히려 회색빛 하늘과 바다가 어우러져 한 폭의 수묵화 같은 풍경을 자아냈습니다.

모세의 기적? 물때를 맞춰 걸어 들어가는 길

간월암 여행의 핵심은 바로 ‘물때’입니다. 만조 시에는 배를 타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지만, 간조 시에는 사진처럼 바닥이 드러나 걸어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저희가 도착했을 때는 마침 물이 빠져 있어 갯벌과 자갈이 드러난 길을 따라 여유롭게 걸어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양옆으로 펼쳐진 서해의 갯벌을 보며 걷는 기분은 색달랐습니다.

간월암 내부 둘러보기 (소원등과 바다 뷰)

암자 입구인 일주문을 지나 내부로 들어서면 아담하지만 기품 있는 법당과 건축물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바다를 배경으로 서 있는 건물의 처마 곡선이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특히 바다를 향해 있는 종각과 그 너머로 보이는 등대의 모습은 간월암만의 포토존입니다.

마당 한편에는 형형색색의 소원등이 줄지어 걸려 있어 회색빛 겨울 풍경에 생기를 더해주었습니다. 가족들의 건강과 행복을 비는 수많은 사람의 염원이 담긴 듯했습니다. 저희 가족도 바다를 배경으로, 소원등 앞에서 서로 하트를 그리며 인증샷을 남겼습니다. 가족이 함께 웃고 떠들며 사진을 찍는 이 순간이 여행의 가장 큰 보물이 아닐까 싶습니다.

범종각 옆에서 바라보는 서해의 풍광은 그야말로 절경입니다. 날씨가 맑은 날에는 낙조가 환상적이라는데, 흐린 날은 흐린 날대로 차분하고 운치 있는 분위기를 즐길 수 있어 좋았습니다.

삶의 활기가 넘치는 간월항의 풍경

간월암 관람을 마치고 바로 옆에 위치한 간월항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항구 입구에서부터 짭조름한 바다 냄새와 건어물 냄새가 코끝을 자극합니다. 항구 주변에는 직접 잡은 수산물을 말려서 파는 노점들이 즐비했습니다.

사진처럼 해풍에 꾸덕꾸덕하게 말라가는 생선들과 싱싱한 자연산 굴을 파는 모습을 보니 시골 장터에 온 듯한 정겨움이 느껴졌습니다. “생굴, 자연산 굴 있어요~”라고 외치는 상인들의 활기찬 목소리에서 삶의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저희는 이곳에서 종종 사먹던 박대와 첫째 딸이 먹고싶어하던 새우장을 샀습니다. 다음날 새우장을 먹어봤는데 너무 짜지않고, 대하의 살이 통통하게 올라서 정말 맛나더군요!!! 박대도 곧 와이프한테 구워달라해야지요 ㅋ

간월암 방문 전 필수 체크! (주차 및 물때 정보)

간월암을 방문하실 분들을 위해 몇 가지 팁을 정리해 드립니다.

  1. 주차: 간월암 입구에 넓은 공용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으며, 주차비는 무료입니다. 주말에는 붐빌 수 있으니 오전 시간에 방문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2. 물때 시간표 확인: 가장 중요한 것은 물때입니다. 국립해양조사원 홈페이지나 ‘간월암 물때표’를 검색하여 간조 시간(물이 빠지는 시간)을 반드시 확인하고 가셔야 합니다. 헛걸음하지 않으려면 방문 당일의 ‘바다 갈라짐’ 시간을 꼭 체크하세요.
  3. 복장: 바닷바람이 꽤 매섭습니다. 특히 겨울철에는 체감 온도가 낮으니 따뜻한 외투와 목도리를 챙기시는 것이 좋습니다.

마음을 비우고 채우는 여행지

서산의 간월암은 화려하지 않지만, 자연이 주는 경이로움과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는 곳입니다. 바다 위에 떠 있는 암자가 주는 고립감과, 길이 열릴 때만 허락되는 만남이라는 서사가 이곳을 더욱 특별하게 만듭니다. 아이들에게는 바다 한가운데 절이 있다는 신기함을, 어른들에게는 지나온 삶을 돌아보게 하는 여유를 선물해 준 간월암. 서산 여행을 계획 중이시라면 물때를 맞춰 꼭 한번 다녀오시길 추천합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간월도에서 절대 놓쳐선 안 될 미식, ‘큰마을 영양굴밥’ 후기로 돌아오겠습니다.


본 포스팅은 직접 방문하여 촬영한 사진과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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