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LLM과 AI Agent의 발전이 세상을 바꾸고 있습니다. 이 놀라운 변화의 속도를 모두가 체감하고 있죠.
그렇다면 ‘다음(Next)은 무엇일까요?’ 그 대답은 ‘양자 컴퓨팅(Quantum Computing)’ 입니다.
AI가 현재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적의 답’을 찾는 것이라면, 양자 컴퓨팅은 아예 ‘계산 불가능의 영역’을 여는 열쇠입니다. 이는 단순한 속도의 개선이 아닌, 패러다임의 전환을 의미합니다.
많은 투자자가 양자 컴퓨팅 관련 기업들에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는 순간, 신약 개발, 신소재, 금융 모델링, 그리고 현재의 암호 체계까지 모든 것이 바뀔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양자 컴퓨팅’이라는 단어는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막연한 두려움과 신비함으로 다가옵니다. 이 글에서는 양자 컴퓨팅의 핵심 작동 원리와 기술적 현황을 깊이 있게 분석해 보겠습니다.
/양자 컴퓨팅 기업들에 대한 소개는 다음글을 참고하세요
1. 양자 컴퓨팅, 고전 컴퓨터와 무엇이 다른가?
이해의 시작은 ‘비트(Bit)’와 ‘큐비트(Qubit)’의 차이에서 출발합니다.
- 고전 컴퓨터 (Bit): 우리가 지금 이 글을 읽는 데 사용하는 컴퓨터는 ‘비트’를 사용합니다. 비트는 0 또는 1, 즉 ‘꺼짐’ 또는 ‘켜짐’이라는 두 가지 상태 중 하나만 가질 수 있습니다. 명확하고 안정적이지만, 한 번에 하나의 상태만 처리합니다.
- 양자 컴퓨터 (Qubit): 반면, 양자 컴퓨터는 ‘큐비트’를 사용합니다. 이 큐비트는 양자역학의 원리에 따라 0과 1의 상태를 ‘동시에’ 가질 수 있습니다.
이 ‘동시에’라는 마법 같은 단어가 바로 양자 컴퓨팅의 핵심이며, 이는 양자역학의 3대 핵심 원리에서 비롯됩니다.
양자역학 3대 핵심 원리: 중첩, 얽힘, 터널링
전문적인 용어지만, 이 세 가지 개념을 이해해야 양자 컴퓨팅이 왜 그토록 강력한 병렬 연산이 가능한지 신뢰할 수 있습니다.
- 중첩 (Superposition): 0과 1의 동시 존재’중첩’은 큐비트가 0이면서 동시에 1인 상태로 존재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쉽게 비유하자면, 고전 비트가 ‘앞면’ 아니면 ‘뒷면’만 보여주는 동전이라면, 큐비트는 ‘회전하고 있는 동전’과 같습니다. 우리가 관측하기 전까지는 앞면과 뒷면의 가능성을 모두 포함하고 있죠.이 덕분에 3개의 큐비트만 있어도 $2^3 = 8$가지 상태($000$부터 $111$까지)를 동시에 표현하고 연산할 수 있습니다. 큐비트가 $N$개라면 $2^N$의 연산을 동시에 수행하는, 그야말로 폭발적인 계산 능력의 근원입니다.
- 얽힘 (Entanglement): 시공간을 초월한 연결’얽힘’은 아인슈타인이 “유령 같은 원격 작용”이라 불렀던 현상입니다. 두 개의 큐비트가 한 번 얽히면,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하나의 상태가 결정되는 순간(예: 0으로 관측) 다른 하나의 상태가 즉시(예: 1로) 결정됩니다.이는 마치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된 것과 같습니다. 이 얽힘을 통해 양자 컴퓨터는 수많은 큐비트의 연산 결과를 하나의 거대한 시스템처럼 유기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됩니다.
- 양자 터널링 (Quantum Tunneling) : 양자 터널링은 입자가 물리적인 장벽을 ‘통과’할 수 있는 현상입니다. 고전 물리학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지만, 양자 세계에서는 확률적으로 일어납니다. 양자 컴퓨팅은 이 원리를 이용해 에너지 장벽에 갇히지 않고 ‘최적의 해’를 더 빨리 찾아내는, 특히 최적화 문제 해결에 강력한 이점을 가집니다.

2. 꿈의 기술을 향한 여정: 양자 컴퓨팅의 역사
양자 컴퓨팅은 하루아침에 등장한 개념이 아닙니다.
- 1980년대 (개념의 탄생):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Richard Feynman)이 양자역학 시스템을 시뮬레이션하기 위해서는 기존 컴퓨터가 아닌, 양자역학 원리로 작동하는 새로운 컴퓨터가 필요하다고 제안하며 개념이 싹텄습니다.
- 1994년 (결정적 계기): 수학자 피터 쇼(Peter Shor)가 ‘쇼 알고리즘’을 발표하며 업계에 충격을 줍니다. 이 알고리즘은 양자 컴퓨터가 현재의 인터넷 암호 체계(RSA)를 매우 빠른 속도로 해독할 수 있음을 수학적으로 증명했습니다. 이는 양자 컴퓨팅이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국가 안보와 직결된 기술임을 알리는 신호탄이었습니다.
- 1990년대 후반 ~ 2000년대 (실험의 시작): 이론이 현실화되기 시작했습니다. 1998년, MIT와 IBM 등에서 2~3 큐비트 수준의 원시적인 양자 컴퓨터 시연에 성공했습니다. 이는 ‘쇼 알고리즘’을 실제로 구현해 15를 3과 5로 소인수분해하는 수준이었지만, 이론이 현실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기념비적인 사건이었습니다.
- 2010년대 (양자 우월성 경쟁): D-Wave와 같은 기업이 특정 문제(최적화)에 특화된 ‘양자 어닐링’ 방식을 선보이며 상용화의 문을 열었습니다. 이후 구글, IBM 등이 본격적으로 큐비트 개수를 늘리는 경쟁에 돌입하며 ‘양자 우월성(Quantum Supremacy)’이라는 개념이 등장합니다.
이러한 역사의 흐름은 자연스럽게 ‘어떻게 그토록 제어하기 힘든 큐비트를 실제로 구현하는가?’라는 하드웨어의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3. 큐비트 구현 기술: 불안정한 양자를 가두는 방법
양자 컴퓨팅 기술의 가장 큰 장벽은 ‘양자 결맞음 상실(Quantum Decoherence)’입니다. 큐비트는 0과 1이 중첩된 극도로 민감한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데, 아주 작은 소음이나 온도 변화, 심지어 관측하려는 시도만으로도 이 중첩이 깨져버리고 고전적인 0 또는 1로 ‘붕괴’합니다.
따라서 현재 양자 컴퓨팅 기술의 핵심은 “누가 더 오랫동안, 더 정확하게 큐비트의 중첩 상태를 유지하고 제어하는가”에 달려있습니다. 이를 위해 여러 가지 방식이 경쟁하고 있습니다.
1) 초전도 큐비트 (Superconducting Qubits)
- 주요 기업: 구글(Google), IBM, 리게티 컴퓨팅(Rigetti Computing)
- 리게티 컴퓨팅에 대해 상세히 알아보시죠
- 원리: 초저온(절대 0도에 가깝게 냉각)에서 전기 저항이 0이 되는 ‘초전도’ 회로를 만듭니다. 이 회로에 흐르는 전류나 전하의 양자 상태를 큐비트로 활용합니다.
- 장점: 반도체 공정과 유사하여 제작 및 확장이 용이하며, 연산(게이트) 속도가 매우 빠릅니다.
- 단점: 양자 상태가 매우 불안정하고(짧은 결맞음 시간), 극저온 냉각 장치(희석 냉동기)가 필수적이어서 시스템이 거대하고 비용이 많이 듭니다.

2) 이온 트랩 큐비트 (Ion Trap Qubits)
- 주요 기업: 아이온큐(IonQ), 허니웰(Honeywell/Quantinuum)
- 아이온큐에 대해 상세히 알아보시죠
- 원리: 전하를 띤 원자(이온)를 진공 상태에 가두고, 레이저를 이용해 이온의 에너지 상태를 제어하여 큐비트로 사용합니다.
- 장점: 큐비트가 매우 안정적이며 결맞음 시간이 압도적으로 깁니다. 큐비트 간의 연결성(충실도)이 높습니다.
- 단점: 연산 속도가 초전도 방식보다 상대적으로 느리고, 레이저로 이온 하나하나를 제어하는 것이 복잡합니다.

3) 기타 방식 (중성 원자, 광자)
- 중성 원자(Neutral Atoms): 이온 트랩과 유사하지만 전하를 띠지 않는 원자를 사용하며, 확장성(수백~수천 개의 큐비트 배열)에서 큰 잠재력을 보여줍니다. (예: 사이퀀텀(PsiQuantum)과 다른 방식인 QuEra)
- 광자(Photons): 빛의 입자인 광자 자체를 큐비트로 사용합니다. 상온에서 작동 가능하고 통신에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으나, 제어가 매우 어렵습니다. (예: 사이퀀텀(PsiQuantum))
지금까지는 양자컴퓨팅 관련한 양자역학의 주요개념과 큐비트의 개념, 큐비트 생성방법과 기술 등을 정리해보았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현재 투자관점에서도 화재가 되고 있는 양자컴퓨팅 관련 기업들의 기술개발 현황과 미래 방향성에 대해 정리해보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