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이라는 시간, 그리고 다시 찾은 오사카성 여행은 장소보다 누구와 함께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합니다. 저에게 오사카는 2011년 어머니, 여동생, 아내, 그리고 당시 2살이었던 첫째 아이와 함께했던 추억이 서린 곳입니다. 그 후로도 몇 차례 방문했지만, 온 가족이 ‘완전체’로 오사카 땅을 밟은 것은 이번 2025년 6월 여행이 처음입니다. 유럽의 웅장한 성들을 경험하며 눈이 높아진 사춘기 딸들이 일본의 성을 보고 어떤 반응을 보일지, 그리고 14년 전 유모차를 타고 아장아장 걷던 아이가 얼마나 컸는지 실감할 수 있었던 4박 5일 여행의 첫 번째 기록. 그 시작은 오사카의 상징, ‘오사카성(Osaka Castle)’입니다.
여행의 시작, 김포 출발과 대박 숙소 ‘e-stay 난바’ 5월 31일 토요일 오전 9시, 김포공항을 출발하여 10시 40분 오사카 간사이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김포 출발 노선은 도심 접근성이 좋아 어린 자녀나 부모님을 동반한 가족 여행객에게 최고의 선택입니다. 이번 여행의 성공을 예감하게 한 첫 번째 요소는 바로 숙소였습니다. 저희가 예약한 ‘e-stay 난바’는 최근 지어진 신축 숙소였는데, 운 좋게도 2층짜리 독채를 저희 가족만 단독으로 사용하는 행운을 누렸습니다.
- 가격: 1박 약 25만 원 (4인 가족 기준 가성비 최상)
- 시설: 최신식 인테리어, 2층 독채 구조로 프라이버시 완벽 보장 오사카의 비좁은 비즈니스호텔을 생각했다가 넓고 쾌적한 독채를 만나니 가족들의 만족도가 하늘을 찔렀습니다. 난바 지역이라 접근성도 훌륭해 첫날은 숙소 근처를 가볍게 산책하며 컨디션을 조절했습니다.

오사카 주유패스(Osaka Amazing Pass)로 여는 2일 차 아침 본격적인 일정은 주유패스 1일 차가 시작되는 일요일 아침부터였습니다. 오사카 여행의 필수품인 ‘주유패스’는 교통비 절감은 물론 주요 관광지 무료입장 혜택이 있어, 저희처럼 부지런히 움직이는 가족 여행객에게는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저희의 전략은 명확했습니다. “주유패스로 최대한 뽕을 뽑자!” 그 첫 번째 목적지로 숙소에서 지하철을 타고 오사카성 공원(Osaka Castle Park)으로 향했습니다.
웅장한 해자와 거대한 석벽, 오사카성의 첫인상
지하철역에서 내려 공원으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압도적인 규모의 해자(Moat)와 거대한 석벽(Stone Wall)을 마주하게 됩니다.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성 주변을 깊게 파서 물을 채운 해자는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호수 같습니다. 성벽을 쌓은 돌들의 크기도 어마어마합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 시대의 권력을 상징하듯, 빈틈없이 맞물린 거석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경외감을 불러일으킵니다. 6월 초의 오사카 날씨는 다소 흐렸지만, 오히려 덥지 않아 산책하며 성곽을 둘러보기에 최적의 날씨였습니다.

유럽의 성 vs 일본의 성, 아이들의 시선
이번 여행의 관전 포인트는 스페인, 이탈리아, 런던, 파리 등을 여행하며 유럽의 고성(古城)들에 익숙해진 딸들의 반응이었습니다. “아빠, 유럽 성들은 돌로 쌓은 요새 느낌인데, 여기는 지붕이 층층이 있고 금색 장식이 있어서 화려해!” 아이들 말처럼 오사카성의 천수각은 에메랄드빛 기와와 황금색 샤치호코(용마루 장식)가 어우러져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14년 전 이곳에서 유모차를 타고 사진을 찍었던 첫째가 어느새 중3이 되어 저와 눈높이를 맞추고 건축 양식을 논하는 모습을 보니 감회가 정말 남달랐습니다.

천수각(Main Keep) 전망대, 올라갈 것인가 말 것인가?
오사카성 공원 입장 자체는 무료이지만, 메인 건물인 천수각(Tenshukaku) 내부 관람 및 전망대는 유료입니다. 물론 저희가 소지한 주유패스가 있다면 무료입장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저희 가족은 현장에서 ‘쿨하게’ 천수각 입장을 패스하기로 결정했습니다.
- 긴 대기 줄: 주말 오전이라 천수각으로 들어가는 엘리베이터와 입구 줄이 상당히 길었습니다.
- 가족들의 니즈: “굳이 저 높은 곳까지 걸어 올라가서 현대적인 오사카 시내를 봐야 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습니다.
- 효율적인 동선: 바로 이어지는 ‘고자부네 뱃놀이’와 ‘아쿠아 라이너’ 탑승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는 시간이 금이었습니다.
대신 천수각을 배경으로 가족사진을 남기고, 성 주변의 공원을 여유롭게 거니는 것으로 만족했습니다. 천수각은 겉에서 볼 때 가장 아름답다는 말도 있으니까요. 대신 아이들과 성벽 아래에 앉아 사진을 찍으며 여유를 즐겼습니다.

오사카성 관람 팁 (주유패스 소지자 필독)
- 로드 트레인: 공원 입구에서 천수각 근처까지 운행하는 로드 트레인(유료)이 있습니다. 부모님이나 어린아이와 함께라면 이용을 추천합니다.
- 천수각 엘리베이터: 천수각 내부는 엘리베이터가 있지만, 옥상 전망대까지 직행하지 않고 중간 층까지만 운행하는 경우가 많아 계단을 이용해야 할 수 있습니다.
- 포토 스팟: 천수각 바로 앞보다는, 해자 건너편이나 고자부네 배를 타는 곳에서 바라보는 뷰가 전체적인 성의 모습을 담기에 더 좋습니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가족 여행의 시작 14년 전의 추억 위에 새로운 추억을 덧입힌 오사카성 방문. 비록 천수각 꼭대기에 오르지는 않았지만, 훌쩍 자란 아이들과 함께 같은 공간을 거닐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이제 저희는 오사카성의 해자를 따라 유유자적 뱃놀이를 즐기러 갑니다. 주유패스로 무료 이용 가능한 ‘오사카성 고자부네 놀잇배’와 ‘아쿠아 라이너’ 탑승 후기는 다음 포스팅에서 이어집니다.

본 포스팅은 2025년 6월 직접 방문한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