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 우리는 AI 혁명이 ‘전기 먹는 하마’가 되어 전 세계적인 전력난을 유발하고 있으며, 향후 5년간 기존 전력망으로는 이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는 충격적인 현실을 확인했습니다. 샘 알트만(OpenAI CEO)과 일론 머스크(Tesla CEO)를 비롯한 빅테크 리더들은 이 문제의 해결책으로 일제히 ‘원자력 에너지’와 원전을 지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말하는 ‘AI 원전’은 우리가 알던 거대한 돔 형태의 1GW급 대형 원전이 아닙니다. AI 데이터센터의 폭발적인 전력 수요를 맞추기 위해, 더 빠르고, 더 작고, 더 안전하며, 심지어 데이터센터 ‘바로 옆’에 지을 수 있는 혁신적인 원자로, 바로 ‘SMR(소형 모듈 원자로)’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AI 원전’의 핵심 개념인 SMR이 무엇인지, 기존 원전과 어떻게 다르며, 이 거대한 시장의 밸류체인을 구성하는 핵심 기업들(설계, 운영, 연료)은 누구인지 집중적으로 분석해 보겠습니다.
1. ‘AI 원전’이란 무엇인가? – SMR(소형 모듈 원자로)
‘AI 원전’이라는 별칭이 붙은 SMR(Small Modular Reactor)은 말 그대로 작고(Small), 공장에서 부품을 찍어내듯 모듈화(Modular)된 원자로를 의미합니다.
- 대형 원전 (Traditional): 1,000~1,600MWe급. 건설 기간 10~15년. 막대한 초기 비용. 특정 부지(해안가 등)에만 건설 가능.
- SMR (AI 원전): 300MWe 이하. 공장에서 핵심 모듈을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 건설 기간 5~7년(목표). 비교적 저렴한 비용.
그렇다면 왜 SMR이 AI 데이터센터의 ‘궁극의 파트너’로 불릴까요?
- 위치 (Location): 이게 핵심입니다. SMR은 크기가 작고 안전성(주로 패시브 냉각 시스템)이 높아, 전력이 필요한 데이터센터 캠퍼스 ‘바로 옆’이나 내부에 지을 수 있습니다. 이는 전력망(Grid) 부족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결합니다.
- 안정성 (Stability): AI 데이터센터는 1년 365일, 24시간 일정한 전력이 필요합니다.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오락가락하는 태양광/풍력과 달리, SMR은 24/7 무탄소 기저 전력을 완벽하게 공급합니다.
- 확장성 (Scalability): 100MW가 필요하면 100MW 모듈을, 500MW가 필요하면 5개 모듈을 레고 블록처럼 추가하면 됩니다. AI의 수요 증가에 맞춰 유연하게 증설이 가능합니다.
- 속도 (Speed): 15년이 걸리는 대형 원전은 AI의 발전 속도를 따라갈 수 없습니다. 공장 생산 방식의 SMR은 이 건설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키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2. AI 원전의 밸류체인과 핵심 기술 ‘HALEU’
‘AI 원전’에 투자한다는 것은 단순히 SMR 설계사에 투자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이 생태계는 마치 반도체처럼 **’설계(SMR 개발) – 운영(전력 판매) – 소재/연료(우라늄/농축)’**라는 거대한 밸류체인으로 구성됩니다.
그리고 이 밸류체인을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바로 ‘HALEU(High-Assay Low-Enriched Uranium, 고순도 저농축 우라늄)’입니다.
- 기존 원전 연료 (LEU): 우라늄-235 농도가 3~5%입니다.
- SMR 신규 연료 (HALEU): 농도가 5~20%입니다. 원자로가 작아진 만큼, 더 효율이 높고 강력한 연료가 필요하며, 한 번 주입으로 더 오래(5~10년) 가동할 수 있습니다.
- 병목 현상: 문제는 이 HALEU를 상업적으로 대량 생산하는 유일한 곳이 바로 러시아(Rosatom)였다는 점입니다. 즉, 서방 세계가 SMR을 지으려면 ‘러시아산 연료’가 필요한 딜레마에 빠졌습니다. 이 HALEU 공급망을 확보하는 것이 AI 원전 시대의 핵심 과제입니다

3. ‘AI 원전’ 밸류체인 7대 핵심 기업
회원님께서 언급하신 기업들을 이 밸류체인에 맞춰 3개 그룹으로 나누어 분석해 보겠습니다.
그룹 1: 전력 판매 및 운영사 (Utilities) – “AI에 전기를 파는 기업”
이들은 AI 데이터센터라는 ‘새로운 대형 고객’을 맞이한, 가장 확실한 ‘수혜주’입니다. SMR이 완성되기 전부터 기존 원전의 전력을 비싸게 팔아 이익을 얻습니다.
1. Constellation Energy (CEG): 미국 최대의 원전 운영사
- 투자 포인트: 미국 최대의 무탄소(원자력) 전력 생산 기업입니다. AI 데이터센터 붐으로 전력 수요가 폭증하자, 이들의 ‘안정적인 24/7 원전 전기’ 가격이 치솟고 있습니다. MS, 구글 등 빅테크와 대규모 전력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있으며, 기존 원전 부지에 SMR을 추가 건설할 계획도 1순위로 가지고 있습니다.
- 포지션: AI 전력난의 ‘최대 수혜주’.
2. Vistra Corp (VST): 에너지 전환의 핵심, 원전 운영사
- 투자 포인트: CEG와 유사하게, Vistra는 대규모 원전 및 가스 발전소를 운영합니다. AI 데이터센터의 막대한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기존 발전소의 수명을 연장하고, 신규 SMR 및 가스 발전소 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습니다.
- 포지션: 전통 에너지와 차세대 에너지를 모두 쥐고 AI 수요에 대응하는 ‘하이브리드’ 전력사.

그룹 2: SMR 설계사 (Developers) – “차세대 원자로 설계자”
AI 원전의 ‘핵심 기술’을 설계하는 기업들입니다. 기술력은 뛰어나지만, 상용화까지 시간이 걸리는 ‘고위험 고수익’ 그룹입니다.
3. GE Vernova (GEV): 산업계 거인의 귀환
- 투자 포인트: GE에서 분사한 에너지 전문 기업입니다. 이들이 GE-히타치와 합작한 SMR 모델 **’BWRX-300’**은 NuScale과 더불어 상용화 속도가 가장 빠른 선두 주자입니다. 이미 캐나다, 폴란드, 에스토니아 등 전 세계에서 계약을 따내고 있습니다.
- 포지션: 대기업의 안정성을 바탕으로 SMR 시장에 진출한 ‘가장 안전한’ SMR 설계주.
4. NuScale Power (SMR): SMR 상장의 ‘아이콘’
- 투자 포인트: 미국에서 유일하게 SMR 설계(VOYGR)에 대한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표준설계인가를 받은 기업입니다. 이는 기술적 ‘권위’를 정부로부터 인증받은 것입니다.
- 주의점: 다만, 첫 상용화 프로젝트(UAMPS)가 비용 상승으로 좌초되는 등 주가 변동성이 매우 큽니다.
- 포지션: SMR 기술력 자체에 ‘올인’하는 ‘고위험’ 순수 SMR 테마주.
5. Oklo (OKLO): ‘샘 알트만’의 AI 원전
- 투자 포인트: OpenAI CEO 샘 알트만이 의장으로 있는 SMR 스타트업입니다. (SPAC 상장) Oklo는 300MW급 SMR이 아닌, 1.5~100MW급 ‘마이크로 리액터(초소형 원전)’에 집중합니다.
- 비전: 이들의 목표는 아예 ‘AI 데이터센터 하나에 Oklo 원자로 하나’를 패키지로 파는 것입니다. AI와 원전의 가장 직접적인 연결고리입니다.
- 포지션: ‘AI가 선택한 원전’이라는 강력한 스토리를 가진, 가장 투기적이고 폭발력 있는 테마주.

그룹 3: 연료 공급망 (Fuel Chain) – “병목 현상의 수혜자”
SMR 100기를 짓는다고 해도, ‘연료’가 없으면 무용지물입니다. 러시아를 제외한 서방의 유일한 HALEU 공급망과 우라늄 채굴 기업입니다.
6. Centrus Energy (LEU): 서방의 유일한 ‘HALEU’ 공급사
- 투자 포인트: 이 기업이 바로 앞서 설명한 ‘HALEU 병목 현상’의 핵심입니다. LEU는 미국에서 유일하게 NRC로부터 HALEU 생산 라이선스를 허가받아, 2023년 말부터 생산을 시작했습니다.
- 포지션: SMR 산업 전체의 ‘관문’을 틀어쥔 기업. SMR이 성공하려면 LEU의 HALEU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7. Uranium Energy Corp (UEC) / Energy Fuels (UUUU): 미국의 ‘우라늄’ 광부
- 투자 포인트: 이들은 ‘원재료’인 우라늄을 채굴하고 처리하는 기업들입니다. (UEC, UUUU는 대표적인 미국 기반 채굴 기업) AI로 인한 SMR 수요 증가는 곧 우라늄 원자재 수요의 폭발적 증가를 의미합니다.
- 포지션: ‘AI-원전’ 트렌드에 베팅하는 가장 원자재에 가까운 투자처.
4. 향후 전망: 전력망이 AI의 속도를 결정한다
AI 혁명은 이제 막 시작되었지만, 그 속도는 ‘전력망’이라는 물리적 한계에 부딪혔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AI 원전(SMR)’의 등장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투자자의 관점에서, 이 거대한 패러다임 전환은 크게 3가지 기회를 제공합니다.
- 단기 (Today): 전력 가격 상승의 즉각적 수혜를 받는 ‘전력 운영사’ (CEG, VST)
- 중기 (The Bottleneck): SMR 상용화의 필수 관문인 ‘핵연료 공급망’ (LEU, UEC, UUUU)
- 장기 (The Dream): AI와 함께 성장할 ‘차세대 원전 설계사’ (GEV, SMR, OKLO)
AI의 ‘뇌’가 엔비디아의 GPU라면, AI의 ‘심장’은 이들 AI 원전 기업들이 될 것입니다. 이들의 기술 발전 속도가 곧 AI 혁명의 속도를 결정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