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릭 요거트 너머, 진짜 그리스의 맛을 테살로니키에서 한국인에게 ‘그리스’라는 나라의 이미지는 무엇일까요? 아마도 90% 이상은 파르테논 신전이 있는 아테네의 유적, 산토리니의 파란 지붕과 하얀 벽, 그리고 음식으로는 ‘그릭 요거트’나 ‘올리브 오일’ 정도를 떠올리실 겁니다. 저 역시 이번 출장길에 오르기 전까지는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중해와 맞닿아 있는 이탈리아와 스페인이 세계적인 미식 국가로 손꼽히듯, 같은 바다를 공유하는 그리스 역시 그에 못지않은, 아니 오히려 더 원초적이고 풍요로운 식문화를 가진 ‘미식의 나라’였습니다. 그리스 음식에 대한 나무위키를 참고해보시죠

특히 그리스 제2의 도시이자 미식의 수도로 불리는 ‘테살로니키(Thessaloniki)’에서의 경험은 저의 이러한 편견을 완전히 깨뜨려 주었습니다. 현지 비즈니스 파트너인 그리스인 동료의 안내로 경험한 테살로니키의 점심과 저녁 식사. 관광객용 식당이 아닌 현지인들이 사랑하는 ‘진짜 맛집’에서 느낀, 건강하고 다채로운 지중해 식단의 진수를 소개합니다.
캐주얼한 미식의 즐거움, ‘Εστιατόριο Όρεξις’에서의 점심 오전 업무를 마치고 현지 동료가 안내한 곳은 시내에 위치한 ‘Εστιατόριο Όρεξις (Estiatorio Orexis)’라는 식당이었습니다. ‘Orexis’는 그리스어로 ‘식욕’을 뜻한다고 하니, 이름부터 믿음이 가죠? ㅋㅋ 이곳은 정해진 메뉴판을 보고 주문하는 일반적인 레스토랑이라기보다는, 진열된 수십 가지의 요리를 눈으로 직접 보고 원하는 만큼 무게를 달아 주문하는 뷔페식 델리(Deli) 스타일의 캐주얼 식당이었습니다. 실내와 실외 테이블에서 자유롭게 식사하는 현지인들, 그리고 끊임없이 드나드는 테이크아웃 손님들과 배달 기사들의 모습에서 이곳이 테살로니키 시민들의 ‘부엌’과 같은 곳임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스 가정식의 정수, 무사카(Moussaka)와 미트 스틱 우리는 현지 동료의 추천을 받아 그리스 가정식의 대표 주자들을 골고루 주문했습니다. 사실 현지 동료가 다 골랐죠 ㅎ
- 무사카(Moussaka): 얼핏 보면 이탈리아의 라자냐와 비슷해 보이지만 맛의 깊이가 달랐습니다. 밀가루 반죽 대신 얇게 썬 가지와 감자를 층층이 쌓고, 그 사이에 다진 고기와 베샤멜 소스를 듬뿍 얹어 구워낸 요리입니다. 라자냐보다 훨씬 담백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일품이었고, 가지 특유의 풍미가 고기의 육즙과 어우러져 속을 편안하면서도 든든하게 채워주었습니다. 자극적이지 않은 건강한 맛이었습니다.

- 미트 스틱 & 감자: ‘수주카키아(Soutzoukakia)’라고 불리는 이 미트 스틱은 다진 고기를 길쭉하게 빚어 구워낸 요리입니다. 돼지고기와 양고기를 적절히 섞었는지 잡내는 전혀 없고, 한 입 베어 물 때마다 터져 나오는 육즙과 쫄깃한 식감이 예술이었습니다. 함께 곁들인 구운 감자 또한 포슬포슬한 식감이 매력적이었습니다.

코스트코 오일은 잊어라, ‘진짜’ 올리브 오일의 충격 점심 식사 중 가장 충격적이었던 경험은 메인 요리가 아닌, 식전 빵과 함께 나온 ‘올리브 오일’이었습니다. 현지인들이 먹는 방식대로 빵을 오일에 듬뿍 찍어 입에 넣는 순간,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어? 내가 알던 올리브 오일 맛이 아닌데?” 우리가 한국의 마트나 코스트코에서 사 먹던 오일과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커클랜드 미안) 느끼함은 전혀 없고, 풋풋한 풀향과 알싸한 끝맛, 그리고 목 넘김 후에 올라오는 신선한 과실 향이 입안을 가득 채웠습니다. 이것이 바로 산지에서 맛보는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의 위력이었습니다. 이미 배가 불렀음에도 불구하고 일행 모두가 남은 빵을 싹싹 비웠을 정도였습니다. 그리스가 왜 올리브의 종주국인지 확인한 순간이었습니다.

전통의 강호, ‘Diagonios 1977’에서의 저녁 만찬 점심의 감동이 채 가시기도 전, 저녁 식사를 위해 찾은 곳은 1977년부터 영업을 이어온 테살로니키의 노포 맛집 ‘Diagonios 1977’입니다. 점심보다 조금 더 격식 있고 전통적인 분위기의 이곳에서 우리는 다시 한번 그리스 음식의 향연에 빠져들었습니다.

- 그릭 샐러드 (Greek Salad): 가장 기본적이지만 가장 완벽한 에피타이저입니다. 큼직하게 썬 토마토와 오이, 양파, 올리브 위에 두툼한 페타 치즈(Feta Cheese) 한 덩이가 통째로 올라갑니다. 신선한 채소와 짭조름하고 고소한 페타 치즈의 조화는 입맛을 돋우기에 최고였습니다.
- 차지키(Tzatziki) 소스의 재발견: 이날 저녁의 주인공은 단연 ‘차지키’였습니다. (실제 발음은 자지키 에 가깝습니다… 발음 조심해야합니다…) 그릭 요거트에 오이, 마늘, 식초, 딜(허브) 등을 섞어 만든 이 소스는 단순한 소스를 넘어 요리의 맛을 완성하는 마법의 열쇠였습니다. 어떻게 만드는지 레시피가 네이버 블로그에 있길래 즐겨찾기를 해두었습니다. ㅋㅋ

- 기로스(Gyro)와의 환상 궁합: 점심에 이어 또 주문한 미트 스틱과 얇게 썬 고기인 기로스(Gyro)를 이 차지키 소스에 듬뿍 찍어 먹으니 맛이 배가되었습니다. (현지인 동료가 추천해준 식사법입니다.) 고기의 기름진 맛을 상큼한 요거트와 마늘 향이 깔끔하게 잡아주어, 무한대로 들어갈 것 같은 중독성을 자랑했습니다. 현지 동료가 알려준 “고기와 감자튀김을 차지키에 비비듯 찍어 먹어라”는 팁은 정말 유용했습니다.


건강하고 맛있는 삶, 테살로니키 테살로니키에서의 짧은 2박 3일 동안 그리스에 대한 저의 호감도는 200% 상승했습니다. 서유럽 대비 확연히 저렴한 물가와 숙박비,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인의 입맛에 딱 맞으면서도 건강한 식재료로 가득한 음식들. 이곳은 단순히 유적을 보러 오는 곳이 아니라, ‘먹고 즐기고 휴식하기 위해’ 와야 하는 곳임을 깨달았습니다. 이러한 조건들을 고려하면 은퇴후에 한 달 살기할 후보지 중에 하나로 넣어둬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네이버에 검색해보니 실제로 테살로니키에서 한달 살기를 하신 분의 후기도 있더라고요. 애게해의 햇살을 머금은 신선한 재료와 오랜 역사가 빚어낸 조리법의 조화. 테살로니키는 저에게 ‘미식의 도시’로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 이제 부푼 배와 행복한 기억을 안고, 다음 목적지인 신들의 도시 아테네로 향합니다.
본 포스팅은 2025년 5월 직접 방문한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