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포스팅에서 싱가포르 국립 미술관(National Gallery Singapore)에서 만난 뜻밖의 인상주의 걸작들에 대해 소개해 드렸는데요. 오늘은 미술관 관람 직후, 저의 진짜 취향을 저격한 또 다른 특별한 공간으로 여러분을 안내하려 합니다. 바로 싱가포르 국립 도서관!
사실 저는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것도 좋아하지만, 그보다 더 사랑하는 것이 바로 ‘독서’입니다. 한국에서도 주말이면 집 근처 도서관이나 분위기 좋은 북카페를 찾아 책 냄새를 맡으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저의 가장 큰 낙이거든요. 예전 런던 출장 때도 일부러 런던 도서관을 찾아갔을 정도니, 저의 도서관 사랑은 국경을 가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번 싱가포르 출장에서도 이 본능은 어김없이 발동했습니다. 마침 국립 미술관에서 도보로 불과 5분 거리에 ‘싱가포르 국립 도서관 (National Library Singapore)’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죠. 망설임 없이 발걸음을 옮겼고, 그곳에서 저는 여행자가 아닌 현지인이 된 듯한 기분 좋은 1시간의 휴식을 맛보았습니다.
1. 웅장한 지식의 성전, NLB (National Library Building)
미술관을 나와 조금 걷다 보니, 싱가포르의 푸른 녹지와 어우러진 현대적인 건물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바로 NLB(National Library Building)입니다.


사진에서 보시는 것처럼 건물 외관은 유리를 많이 사용하여 개방감을 주었고, 곳곳에 싱가포르 특유의 열대 식물들이 식재되어 있어 삭막한 콘크리트 건물이 아닌 살아 숨 쉬는 공간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All great discoveries start somewhere (모든 위대한 발견은 어디선가 시작된다)’라는 현수막 문구가 도서관으로 들어서는 저의 마음을 더욱 설레게 만들더군요.
입구에 들어서니 높은 층고와 전면 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 채광이 압도적이었습니다. 로비에 있는 ‘nlb’ 로고 조형물 앞에서 인증샷을 남기며 본격적인 도서관 탐방을 시작했습니다.
2. 여행자의 쉼터가 되어준 지하 1층 ‘중앙 도서관 (Central Public Library)’
이 건물의 층별 안내도를 보니 규모가 상당했습니다.
- B1: 중앙 도서관 (Central Library) & 어린이 생물다양성 도서관
- L1: 더 플라자 & 인포메이션
- L7~L13: 리콩치안 레퍼런스 도서관 (Lee Kong Chian Reference Library) – 주로 전문 서적 및 연구 자료

저는 전문적인 자료를 찾으러 온 것이 아니라, 편안하게 책을 읽으며 휴식을 취하고 싶었기에 지하 1층에 위치한 ‘중앙 도서관 (Central Public Library)’으로 향했습니다.

지하 1층에 도착하자마자 느껴지는 시원한 에어컨 바람과 고요한 정적, 그리고 책장 넘기는 소리가 저를 반겼습니다. 벽면을 가득 채운 화려한 싱가포르의 일러스트가 ‘Central Library’라는 간판을 더욱 돋보이게 하더군요.
내부는 생각보다 훨씬 넓고 쾌적했습니다. 한국의 대형 서점이나 북카페 못지않게 세련된 인테리어가 인상적이었는데요. 서가 사이사이에는 편안한 소파와 의자가 충분히 마련되어 있어 누구나 자유롭게 책을 꺼내 읽을 수 있었습니다.

저도 마음에 드는 자리를 골라 앉아, 한국에서부터 챙겨간 책을 펼쳤습니다. 싱가포르라는 낯선 땅, 그것도 가장 중심부에서 시원한 공기를 마시며 즐기는 독서라니… 관광지를 바쁘게 돌아다닐 때는 느낄 수 없었던 체력 충전의 시간이었고, 주변의 싱가포르 시민들 틈에 섞여 있으니 잠시나마 현지인이 된 듯한 착각도 들었습니다.
3. 아빠의 마음을 울린 ‘어린이 생물다양성 도서관’
한 시간 정도 독서 삼매경에 빠져 있다가, 잠시 머리를 식힐 겸 도서관을 한 바퀴 둘러보았습니다. 그러다 제 눈길을 사로잡은 곳이 있었는데, 바로 중앙 도서관 내부에 마련된 ‘어린이 생물다양성 도서관 (Children’s Biodiversity Library)’이었습니다.

이곳은 리조트 월드 센토사(Resorts World Sentosa)의 S.E.A. 아쿠아리움과 파트너십을 맺어 만든 공간이라고 합니다. 입구의 로고에서부터 바다 내음이 물씬 풍기죠?.
안으로 들어가 보니 정말 ‘바닷속 도서관’에 온 것 같았습니다. 천장에는 갈매기 모형들이 날아다니고, 거대한 산호초 모양의 기둥이 공간의 중심을 잡고 있었습니다. 서가 역시 파도 모양으로 둥글게 디자인되어 있어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해 보였습니다.

무엇보다 제 마음을 몽글몽글하게 만든 건 그 공간을 채우고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주말을 맞아 아이 손을 잡고 온 부모님들, 아빠 품에 안겨 책을 고르는 아이, 산호초 기둥 아래 옹기종기 모여 앉아 책을 읽는 가족들의 모습….
문득 한국에 있는 우리 아이들 생각이 났습니다. 저도 아이들이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는 주말마다 도서관에 데리고 다녔거든요. 그때는 제가 가자고 하면 졸졸 잘 따라오고, 제 무릎에 앉아 책 읽는 걸 좋아했는데… 이제는 머리가 굵어졌다고 아빠 따라 도서관 가자고 해도 잘 안 따라오네요. (웃음)
아이들을 위한 저 아기자기한 공간을 보면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그 시절이 떠올라 갑자기 조금 서글퍼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곳의 아이들이 책과 함께 행복한 추억을 쌓고 있는 모습을 보니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도서관은 단순히 지식을 쌓는 곳이 아니라, 가족의 추억이 쌓이는 공간이기도 하니까요.

4. 낯선 여행지에서의 ‘기분 좋은 일탈’
남들이 보면 “해외까지 가서 무슨 도서관이야?”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저에게 이번 싱가포르 국립 도서관 방문은 여행 중 가장 특별한 경험 중 하나였습니다.
특별한 장소에서 하는 평소의 행동. 이것이 주는 묘한 쾌감이 있습니다. 한국에서 늘 하던 ‘독서’라는 행위지만, 싱가포르의 랜드마크 속에서 행하니 마치 ‘기분 좋은 일탈’처럼 느껴지더군요. 바쁜 출장 일정 속에서 잠시 멈춤 버튼을 누르고,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5. 방문 팁 & 정보
싱가포르 국립 미술관을 관람하신 후, 다리가 아프거나 잠시 시원한 곳에서 쉬고 싶으시다면 국립 도서관을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 위치: 100 Victoria St, Singapore 188064 (국립 미술관에서 도보 5~10분)
- 운영 시간: 매일 오전 10:00 ~ 오후 9:00 (공휴일은 변경 가능하니 확인 필요)
- 이용 팁:
- B1 중앙 도서관: 편안하게 책을 읽거나 휴식을 취하기 가장 좋습니다. 아이와 함께라면 ‘생물다양성 도서관’은 필수 코스!
- 입장료: 무료입니다.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 가능합니다.
- Wi-Fi: 무료 와이파이(Wireless@SG) 사용이 가능합니다.
- 공식 홈페이지: https://www.nlb.gov.sg/main/home
화려한 마리나 베이의 야경도 좋지만, 가끔은 이렇게 현지인들의 삶 속에 섞여 조용히 책 한 권 읽는 여유를 가져보시는 건 어떨까요? 싱가포르가 훨씬 더 입체적이고 다정하게 다가올 것입니다.
다음에도 싱가포르 출장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기대해 주세요!
이 포스팅은 직접 방문하여 촬영한 사진과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