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말에 IBM이 양자 오류 정정 (Quantum Error Correction) 관련 획기적인 기술개발을 했다는 뉴스에 IBM의 주가가 하루 만에 약 7.9%가 급증하여 52주 신고가를 경신했고, 이 기술 시연에 칩을 제공한 파트너사인 AMD의 주가도 약 7.6% 동반 급등했습니다. 이만큼 양자 컴퓨팅에 대한 기술적 분석과 관련 기업들의 기술개발 동향에 대한 정보는 주식 투자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이에 양자 컴퓨팅 기업에 대한 투자를 고려하고 있거나 투자 중이라면 기업들의 전략을 심층적으로 분석해야 할 것입니다.
양자 컴퓨팅 기술을 설명한 지난글을 살펴보시죠
현재 양자 컴퓨팅 시장은 단순히 ‘누가 더 많은 큐비트를 만드느냐’의 1차원적인 경쟁을 넘어, ‘누가 먼저 상업적 가치가 있는 신뢰할 수 있는 계산을 해내는가’라는 복잡한 전쟁으로 진입했습니다. 각 기업이 선택한 기술 철학과 로드맵은 그들의 미래 가치를 결정짓는 핵심입니다.
이 글에서는 IBM,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그리고 아이온큐(IonQ)와 같은 주요 플레이어들의 현황과 방향성을 ‘투자자의 관점’에서 더욱 상세하게 분석해 보고자 합니다.

1. ‘규모와 생태계’의 거인들: IBM과 Google의 초전도 전략
막대한 자본력과 수십 년간 축적된 연구 개발(R&D) 역량을 보유한 IBM과 구글은 ‘초전도 큐비트’ 방식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전략은 하드웨어의 물리적 한계를 규모로 돌파하고, 강력한 클라우드 생태계를 통해 시장을 선점하는 것입니다.
IBM: 신뢰할 수 있는 로드맵과 ‘모듈화’ 전략
IBM은 업계에서 가장 투명하고 꾸준하게 기술 로드맵을 발표하며 시장의 신뢰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큐비트 숫자(양)를 늘리는 것을 넘어, 큐비트의 질(품질)과 오류 수정(Error Correction)을 동시에 추구하는 정공법을 택했습니다.
- 로드맵의 진화: IBM은 2022년 433큐비트 ‘Osprey’를 발표한 데 이어, 2023년 말 1,000 큐비트의 벽을 넘는 ‘Condor’ 칩을 공개했습니다. 하지만 투자자로서 더 주목해야 할 칩은 133큐비트 ‘Heron’입니다. ‘Heron’은 큐비트 수는 적지만, 이전 세대 칩 대비 오류율을 획기적으로 낮춘 ‘고품질’ 칩입니다.
- 핵심 전략 ‘모듈화’: IBM의 진정한 비전은 ‘IBM System Two’로 대표되는 모듈화(Modularity)입니다. 이는 고성능 ‘Heron’ 칩 여러 개를 마치 레고 블록처럼 연결하여 양자 컴퓨터를 확장하는 방식입니다. 이는 거대한 단일 칩을 만드는 것보다 기술적 난이도가 낮고 확장성이 뛰어납니다. 즉, 수천, 수만 큐비트 시스템으로 나아가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 생태계 구축: ‘IBM Quantum’ 클라우드 서비스는 이미 전 세계 수십만 명의 연구자와 개발자가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양자 컴퓨팅의 ‘표준’을 선점하려는 강력한 무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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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gle: ‘양자 우월성’을 넘어 ‘논리 큐비트’로
구글은 2019년 53큐비트 ‘Sycamore’ 칩으로 “슈퍼컴퓨터가 1만 년 걸릴 계산을 200초 만에 해냈다”며 ‘양자 우월성(Quantum Supremacy)’을 달성했다고 발표, 양자 컴퓨팅의 가능성을 전 세계에 각인시켰습니다.
- 궁극의 목표 ‘논리 큐비트’: 하지만 구글의 현재 전략은 단순한 ‘양자 우월성’ 과시를 넘어, 업계의 가장 큰 난제인 ‘오류 수정(Error Correction)’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현재의 큐비트(물리 큐비트)는 매우 불안정하여 계산 중 오류가 쉽게 발생합니다. 구글의 목표는 이 불안정한 물리 큐비트 수백, 수천 개를 묶어, 오류가 스스로 보정되는 완벽한 1개의 큐비트, 즉 ‘논리 큐비트(Logical Qubit)’를 만드는 것입니다.
- 2023년의 중대 발표: 구글은 2023년 초, ‘네이처’지에 “큐비트 수를 늘리자 실제로 오류율이 낮아지는 현상”을 실험적으로 증명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오류 내성 양자 컴퓨터(Fault-Tolerant Quantum Computer)’로 가는 길목에서 가장 중요한 과학적 이정표를 통과했음을 의미합니다. 투자 관점에서 이는 구글의 초전도 방식이 ‘규모의 경제’를 통해 오류를 극복할 수 있다는 신뢰를 더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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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플랫폼’과 ‘게임 체인저’들: MS, Amazon, 그리고 IonQ
거대 기업들이 하드웨어 개발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는 동안, 일부는 더 영리한 ‘플랫폼’ 전략을, 또 다른 일부는 완전히 다른 기술로 ‘게임 체인저’를 꿈꾸고 있습니다.
MS와 Amazon: 하드웨어에 구애받지 않는 ‘허브’ 전략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아마존(Amazon)은 당장의 하드웨어 경쟁에서 한발 비켜서 있습니다. 이들의 전략은 마치 클라우드 시장에서 ‘AWS’와 ‘Azure’가 그랬듯, 양자 컴퓨팅의 ‘인프라’를 장악하는 것입니다.
- Amazon Braket & Azure Quantum: 이 두 서비스는 ‘양자 컴퓨팅 브로커’ 역할을 합니다. 개발자들은 아마존이나 MS의 클라우드에 접속하여, IBM, IonQ, Rigetti, Quantinuum 등 다양한 제조사의 양자 컴퓨터 하드웨어를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 투자 매력도: 이 전략은 특정 하드웨어 기술(초전도든 이온 트랩이든)의 흥망에 종속되지 않습니다. 누가 승리하든 이들은 플랫폼 사용료를 받으며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이는 ‘골드러시 시대에 청바지와 곡괭이를 판’ 전략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 (MS의 숨겨진 칼날): 물론 MS는 ‘위상학적 큐비트(Topological Qubit)’라는 궁극의 하드웨어 기술을 비밀리에 연구 중입니다. 이는 이론상 완벽한 오류 내성을 갖지만, 아직 실험실 수준에서도 구현이 극도로 어려운 ‘꿈의 기술’입니다.
아이온큐 (IonQ): ‘큐비트의 질’로 승부하는 이온 트랩 강자
양자 컴퓨팅 스타트업 중 가장 주목받는 기업인 아이온큐(IonQ)는 IBM, 구글과는 정반대의 길을 갑니다.
- ‘양’이 아닌 ‘질’: 아이온큐는 ‘이온 트랩’ 기술을 사용합니다. 이는 초전도 방식보다 연산 속도는 느릴 수 있으나, 큐비트 자체가 극도로 안정적이며 오류율이 낮습니다. 이들은 거대한 냉각 장치가 필요한 초전도 큐비트와 달리 상온에 가까운 환경에서 구동 가능하며, 칩의 크기도 매우 작습니다.
- ‘알고리즘 큐비트(AQ)’: IonQ는 단순 큐비트 개수(물리 큐비트) 경쟁을 비판하며 ‘AQ’라는 새로운 지표를 제시했습니다. 이는 ‘실제 의미 있는 알고리즘을 실행할 수 있는 큐비트 수’를 의미하며, 큐비트의 양뿐만 아니라 정확도(Fidelity)까지 반영한 실질적인 성능 지표입니다.
- 포지셔닝: IonQ는 높은 큐비트 ‘질’을 바탕으로, 더 적은 수의 큐비트로도 초전도 방식의 거대 큐비트 시스템을 능가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는 양자 컴퓨팅 시장의 ‘다윗’과 같은 파괴적 혁신을 노리는 전략입니다.
3. 결론: 투자의 관점, ‘오류 수정’이 모든 것의 열쇠
우리는 양자 컴퓨팅이라는 거대한 기술 혁명의 서막에 서 있습니다. AI가 신약 개발, 신소재, 금융 모델링의 한계에 부딪힐 때, 양자 컴퓨팅은 그 장벽을 부술 유일한 해결책으로 지목됩니다.
하지만 투자자의 관점에서는 냉정한 시각이 필요합니다. 현재 우리가 마주한 ‘NISQ(Noisy Intermediate-Scale Quantum)’ 시대는 여전히 ‘시끄럽고(오류가 많고)’ ‘중간 규모’의 실험 단계입니다.
투자자로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단 하나의 키워드는 ‘오류 내성(Fault-Tolerance)‘입니다.
진정한 상업적 가치는 수천 개의 물리 큐비트가 아니라, 단 하나의 완벽한 ‘논리 큐비트’가 탄생하는 순간부터 시작될 것입니다. 현재의 인터넷 암호 체계를 무너뜨릴 ‘쇼 알고리즘’이나 복잡한 분자 구조를 시뮬레이션할 알고리즘은 ‘오류 없는’ 논리 큐비트 없이는 실행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각 기업의 발표에서 단순한 큐비트 개수(예: “1,000 큐비트 달성!”)에 현혹되어서는 안 됩니다. 대신, 다음과 같은 ‘질적’ 지표를 신뢰성을 바탕으로 추적해야 합니다.
- 큐비트 오류율 (Fidelity): 계산이 얼마나 정확한가? (예: 99.9% vs 99.99%)
- 결맞음 시간 (Coherence Time): 양자 상태가 얼마나 오래 유지되는가?
- 오류 수정 진척도: 논리 큐비트를 구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성과가 있는가? (구글의 2023년 성과처럼)
IBM의 모듈화 전략, 구글의 논리 큐비트 로드맵, IonQ의 고품질 큐비트 전략, 그리고 MS/아마존의 플랫폼 전략은 모두 이 ‘오류 수정’이라는 거대한 산을 넘기 위한 각자의 해법입니다. 이 산을 가장 먼저 넘는 기업이 AI 시대를 넘어선 ‘양자 시대’의 진정한 승자가 될 것입니다.
어떤 기업이 경제성을 확보한 기술적 혁신을 달성하여 양자 시대의 승자가 될지는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양자컴퓨팅의 미래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관련 기업들에 크지 않은 비율로 분산투자를 한 후 지속적으로 뉴스들을 모니터링 하면서 앞서가는 것으로 판단되는 소수의 기업으로 비중을 옮겨가는 것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투자방법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다음 글에서는 양자컴퓨팅과 블록체인 / 디지털 경제의 미래에 대해서 다뤄보겠습니다. 해독이 거의 불가능하여 희소성과 보안 측면에서 대체불가의 가치를 인정받아 투자처로 각광을 받고 있는 블록체인 기술이 양자컴퓨팅 기술이 발전되면 그 근간부터 흔들릴 수 있다는 소식이 있고, 보안을 전제로 하는 지금의 디지털 경제도 흔들릴 수 있다는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왜 그런 이야기들이 있는지를 다음글에서 이해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