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진단, 피 한 방울로 암(癌)을 잡다: 7대 ‘액체 생검’ 기업 총정리 (GH, NTRA, EXAS)

지난 글들에서 우리는 AI가 컴퓨터 안에서 ‘신약’을 설계하고, ‘DNA 프린터’가 이를 현실로 만드는 경이로운 혁신을 살펴보았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노력이 무의미해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바로 ‘너무 늦은 발견’입니다. AI 진단이 필수적입니다.

암(Cancer)은 1기에 발견하면 생존율이 90%가 넘지만, 4기에 발견하면 10% 미만으로 떨어집니다. 문제는 기존의 영상(CT/MRI)이나 고통스러운 ‘조직 생검(Tissue Biopsy)’ 방식으로는 암을 ‘조기에’ 발견하기 어려웠다는 점입니다.

이 ‘발견’의 패러다임을 뿌리째 바꾸는 기술이 바로 AI 진단, 그중에서도 ‘액체 생검(Liquid Biopsy)’입니다.

액체 생검은 간단한 ‘채혈(피 한 방울)’만으로, 혈액 속을 떠다니는 극미량의 암세포 DNA 조각(ctDNA)을 찾아내는 기술입니다. 하지만 혈액 10mL 속 수십억 개의 정상 DNA 사이에서 ‘ctDNA’라는 ‘바늘’을 찾는 것은 인간의 능력 밖입니다.

이것이 바로 AI 진단의 영역입니다. 방대한 유전체 데이터 속에서 ‘진짜 암 신호(Signal)’와 ‘가짜 신호(Noise)’를 구별해내는 AI 머신러닝 모델이 이 혁신의 핵심 엔진입니다.

AI 진단 시장은 크게 3개의 전쟁터로 나뉩니다.

  1. 치료제 매칭 (Therapy Selection): 이미 암에 걸린 환자에게 ‘최적의 항암제’를 찾아주는 시장.
  2. MRD (미세잔존질환): 수술 후 암이 ‘재발’하는지 감시하는 시장.
  3. MCED (다중암 조기진단):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암을 최초로 발견’하는 꿈의 시장.

이번 글에서는 이 3개의 전장을 주도하는, 시가총액 기준 7대 AI 진단 핵심 기업을 분석합니다.


1. 엑작트 사이언시스 (Exact Sciences / EXAS)

  • 1. 기업 소개: ‘Cologuard(콜로가드)’라는 비(非)침습적 ‘대장암 분변 검사’로 미국 시장을 평정한, AI 진단 분야의 현존하는 ‘왕’입니다. 막대한 현금 창출력을 바탕으로 ‘액체 생검’ 시장까지 넘보고 있습니다.
  • 2. 사업 영역:
    • 스크리닝 (Cologuard): 주력 사업. 대변 샘플의 DNA를 AI로 분석해 대장암을 조기 진단. (엄청난 캐시카우)
    • 정밀 종양학 (Oncotype DX): 유방암/전립선암 환자의 조직을 분석해 ‘항암치료가 필요한지’ 여부를 결정하는 진단(예후 예측) 제공.
    • 액체 생검 (MRD / MCED): 이 두 사업의 AI 역량과 현금으로 액체 생검 MRD(재발) 및 MCED(조기진단) 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 중.
  • 3. 최근 1년 주요 뉴스: 차세대 ‘콜로가드 플러스’가 FDA 승인을 받으며 기존 제품보다 정확도를 높임. 액체 생검 기반 간암 진단(Oncoguard Liver) FDA 승인 획득.
  • 4. 향후 2년간 기대 호재: ‘콜로가드’의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 유지. 그리고 자체 MCED(다중암 조기진단) 테스트가 ‘GRAIL(Galleri)’의 대항마로 성공적으로 시장에 출시되는 것.

2. 가던트 헬스 (Guardant Health / GH)

  • 1. 기업 소개: AI 진단의 ‘치료제 매칭’ 시장을 개척한 선구자이자 ‘액체 생검’이라는 단어를 대중화시킨 아이콘입니다.
  • 2. 사업 영역:
    • 치료제 매칭 (Guardant360): 주력 사업. 3~4기 암 환자의 혈액(ctDNA)을 분석, 해당 암의 ‘유전적 특성’을 파악해 가장 효과적인 표적 항암제를 ‘매칭’해줍니다.
    • MRD (Guardant Reveal): 수술 후 암 재발을 감시하는 시장 (Natera와 격전).
    • MCED (Guardant Shield): ‘조기 진단’ 시장.
  • 3. 최근 1년 주요 뉴스: ‘Guardant Shield’가 ‘대장암 조기 발견’ 용도로 FDA 승인을 획득한 것이 가장 큰 뉴스. 이는 EXAS(콜로가드)의 영역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민 것입니다.
  • 4. 향후 2년간 기대 호재: ‘Shield’의 CMS(미국 의료보험) 등재 및 상업적 성공. 이것이 가던트의 ‘사활’을 건 가장 큰 모멘텀입니다. 성공 시, 3~4기 환자 대상 기업에서 1~2기 조기진단 기업으로 ‘퀀텀 점프’하게 됩니다.
AI 진단

3. 나테라 (Natera / NTRA)

  • 1. 기업 소개: AI 진단‘MRD(재발 감시)’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폭발적인 성장주입니다. 본래 산전 기형아 검사(NIPT) 1위 기업이었습니다.
  • 2. 사업 영역:
    • NIPT (Panorama): 산모 혈액으로 태아 기형아를 검사 (캐시카우).
    • MRD (Signatera): 압도적인 핵심 사업. 환자의 수술 조직(암)과 혈액을 모두 분석, 환자 ‘개인’에게만 특화된 DNA 표지자를 찾아냅니다. 이후 정기적인 혈액 검사로 이 표지자가 보이면 ‘암이 재발했다’고 판단합니다.
  • 3. 최근 1년 주요 뉴스: Signatera(시그나테라)가 대장암, 유방암, 폐암 등 거의 모든 주요 암 분야에서 ‘재발을 가장 빨리 예측한다’는 압도적인 임상 데이터를 쏟아내며, CMS 등재 및 병원 표준 가이드라인으로 채택되기 시작.
  • 4. 향후 2년간 기대 호재: Signatera가 ‘재발 감시’의 글로벌 표준(Standard of Care)으로 완전히 자리 잡는 것. 더 많은 암 종으로 보험 적용(Reimbursement)이 확대되는 것 자체가 폭발적인 매출 상승으로 직결됩니다.

4. 그레일 (GRAIL / GRAL – Spin-off)

  • 1. 기업 소개: AI 진단의 ‘꿈의 기술’인 MCED(다중암 조기진단)의 ‘성배(Holy Grail)’로 불리는 기업. 빌 게이츠, 제프 베이조스가 투자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 2. 사업 영역: 오직 MCED 하나에만 집중. ‘Galleri(갤러리)’라는 단일 혈액 검사로, 증상이 없는 건강한 사람에게서 ’50가지 이상의 암’을 한 번에 스크리닝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 3. 최근 1년 주요 뉴스: 2021년 ‘일루미나(Illumina)’에 인수되었으나, 독점 문제로 미국/유럽 규제 당국의 철퇴를 맞고 2024년 6월 ‘강제 분사(Spin-off)’되었습니다. (2025년 중 나스닥 재상장 예정)
  • 4. 향후 2년간 기대 호재: ‘독립 상장’ 자체가 최대 호재. 이제 ‘일루미나’의 기계가 아닌 모든 회사의 시퀀싱 장비와 협력 가능. 영국 NHS(국민보건서비스)와 진행한 14만 명 규모의 ‘Galleri’ 임상 최종 결과 발표가 임박. 이 데이터가 MCED의 운명을 결정할 것입니다.

5. 템퍼스 AI (Tempus AI / TEM)

  • 1. 기업 소개: (지난 #20 글에 이어) AI 신약 개발AI 진단의 ‘교집합’에 위치한 데이터 플랫폼 기업입니다.
  • 2. 사업 영역: 가던트(GH)처럼 암 환자 ‘진단’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하지만 진짜 목적은 이 과정에서 생성되는 방대한 임상/유전체 데이터를 ‘익명화-구조화’하여 ‘AI 학습용 라이브러리’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 3. 최근 1년 주요 뉴스: 2024년 6월 나스닥 성공적 상장(IPO). AI 진단에서 창출된 데이터를 ‘빅 파마’들에게 라이선스 판매하는 ‘AI 신약 개발’ 파트너십 계약을 연이어 체결.
  • 4. 향후 2년간 기대 호재: ‘진단(테스트)’ 매출과 ‘데이터(라이선스)’ 매출이 동반 성장하는 ‘플라이휠(Flywheel)’ 효과를 증명하는 것.

6. 어댑티브 바이오테크놀로지스 (Adaptive Biotechnologies / ADPT)

  • 1. 기업 소개: AI 진단의 독특한 접근법. 암 DNA(ctDNA)가 아닌 ‘면역 시스템(T세포)’을 AI로 해독합니다.
  • 2. 사업 영역:
    • MRD (clonoSEQ): 혈액암(백혈병, 골수종) 환자의 ‘특정 면역세포(클론)’를 AI로 추적하여 재발을 감시합니다. (Natera의 고형암 버전 vs. Adaptive의 혈액암 버전)
    • 면역 의학: MS 등 빅 파마와 협력, AI로 T세포 수용체를 분석해 자가면역질환 신약 타깃을 발굴합니다.
  • 3. 최근 1년 주요 뉴스: clonoSEQ가 혈액암 MRD 시장의 표준으로 자리 잡으며 꾸준한 성장. MS와의 AI 파트너십을 통한 면역 데이터 플랫폼 고도화.
  • 4. 향후 2년간 기대 호재: clonoSEQ의 보험 적용 확대. ‘면역 의학’ 플랫폼에서 유의미한 신약 개발 마일스톤(기술료)이 발생하는 것.

7. 베라사이트 (Veracyte / VCYT)

  • 1. 기업 소개: AI 진단의 ‘스페셜리스트’입니다. MCED(모든 암)를 노리는 대신, “수술이냐 아니냐”의 기로에 선 ‘특정 암’ 진단에 집중합니다.
  • 2. 사업 영역: AI/머신러닝 기반의 ‘유전체 분류기(Classifier)’가 핵심입니다.
    • Afirma (갑상선 결절): 조직 검사로 ‘암인지 아닌지 애매한’ 갑상선 결절을 AI로 분석, ‘불필요한 수술’을 90% 이상 막아줍니다. (캐시카우)
    • Percepta (폐 결절), Prosigna (유방암 예후) 등 라인업 확장.
  • 3. 최근 1년 주요 뉴스: 갑상선(Afirma)에서의 성공 방정식을 폐, 유방암으로 성공적으로 이식하며 안정적인 매출 성장 및 흑자 전환 달성.
  • 4. 향후 2년간 기대 호재: ‘1제품(Afirma)’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벗고, ‘다중암 진단 플랫폼’ 기업으로 성공적으로 리브랜딩하는 것. 유럽/아시아 시장 진출 본격화.

5. 결론: AI, ‘죽음의 지도’를 ‘생명의 나침반’으로

AI 진단(액체 생검)은 AI 신약 개발과 더불어 AI 바이오 혁명의 양대 산맥입니다. 이 기술은 암을 ‘공포스러운 사형 선고’에서 ‘관리가능한 만성 질환’으로 바꾸는 첫걸음입니다.

투자자의 관점에서, 이 7개 기업은 각기 다른 ‘전쟁터’에서 싸우고 있습니다.

  • 치료제 매칭 (현재): 가던트(GH)
  • 재발 감시 (가장 빠른 성장): 나테라(NTRA), 어댑티브(ADPT)
  • 조기 진단 (최대 시장/최고 위험): 엑작트(EXAS), 그레일(GRAL)
  • 데이터 플랫폼 (교집합): 템퍼스(TEM)
  • 특화 시장 (안정성): 베라사이트(VCYT)

AI가 혈액 속 ‘죽음의 신호(ctDNA)’를 ‘생명의 정보’로 바꾸는 지금, 인류의 수명은 이 AI 진단 기업들의 어깨에 달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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