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인간 심리의 불완전함을 다룬 명저, 『클루지(Kluge)』를 소개하려 합니다.

혹시 이런 경험 없으신가요? “내가 팔면 오르고, 내가 사면 떨어진다.” “장기 투자하겠다고 맹세해놓고, 폭락장에 공포에 질려 매도 버튼을 눌렀다.“
개리 마커스는 이 책에서 인간의 뇌가 결코 합리적이지 않다고 말합니다. 인간의 뇌는 진화 과정에서 임시방편으로 덧대어진, 엉성한 해결책인 ‘클루지(Kluge)’ 덩어리이기 때문이죠.
[ 책을 읽게 된 계기와 전반적인 감상] ‘클루지(Kluge)’. 서투르게 짜 맞춘 기구, 혹은 엉성한 해결책을 뜻하는 공학 용어입니다. 개리 마커스는 인간의 마음이 바로 이 ‘클루지’라고 주장합니다. 인간의 생각에는 비논리적이고, 비합리적이며, 상식과 반대되는 부분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죠. 왜 그럴까요? 인간의 뇌는 완벽하게 설계된 컴퓨터가 아니라, 자연의 변화와 함께 기존의 체계 위에 새로운 체계를 덧붙이며 서서히 진화해왔기 때문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입니다. 지금 우리의 현대화된 삶은 인간이 진화하며 적응해온 수렵 채집 시절의 환경과 판이하게 다르고, 이 괴리에서 오는 엉성한 생각과 행동 양태, 그것이 바로 우리가 안고 사는 ‘클루지’라는 설명입니다.

[인간의 마음을 구성하는 6가지 클루지] 이 책은 인간의 마음이 불완전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크게 6가지 영역으로 나누어 설명합니다.
1. 맥락과 기억: 기억은 믿을 만한 것이 못 된다 인간의 기억은 컴퓨터의 하드디스크처럼 ‘주소’를 찾아 정확히 꺼내는 방식이 아니라, ‘맥락’에 의존하는 방식이다. 우리는 정보를 찾을 때 단서(맥락)를 중심으로 기억을 재구성한다. 그래서 자주 쓰지 않는 정보는 잊혀지고, 기억은 현재의 상황이나 감정에 따라 왜곡되거나 변질되기 쉽다. ‘예비 효과(Priming effect)’처럼 앞선 정보가 뒤의 정보 해석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이 때문이다.
2. 오염된 신념: 인간은 속아 넘어가도록 진화했다 우리는 진실을 추구하기보다 믿고 싶은 것을 믿으려 한다. 이를 ‘확증 편향’이라 부른다.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증거는 받아들이고, 반대되는 증거는 무시하거나 왜곡한다. 이는 우리가 객관적인 관찰자가 아니라, 자신의 생존과 이익을 대변하는 변호사처럼 사고하도록 진화했기 때문이다.
3. 선택과 결정: 합리적 선택의 환상 경제학에서는 인간을 합리적인 ‘호모 이코노미쿠스’로 가정하지만, 실제 인간은 ‘기대 효용 이론’을 따르지 않는다. 우리는 액수(절대적 가치)보다 비율(상대적 가치)에 민감하고, 미래의 큰 보상보다 당장의 작은 보상을 선호하는 ‘쌍곡선형 할인’ 오류를 범한다. 또한 같은 문제라도 어떻게 표현하느냐(프레이밍)에 따라 선택을 바꾼다.
4. 언어의 비밀: 언어는 불완전한 소통 도구다 인간의 언어는 체계적이지 않고 불완전하다. 단어는 중의적이고, 문법은 불규칙하며, 발음은 모호하다. 우리는 대화할 때 상대방의 의도를 끊임없이 추론해야 한다. 이는 언어가 완벽한 설계를 통해 탄생한 것이 아니라, 원시적인 소통 수단 위에 점진적으로 복잡성이 더해져 진화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5. 위험한 행복: 무엇이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가 우리는 무엇이 우리를 행복하게 할지 예측하는 데 서툴다. ‘쾌락의 쳇바퀴’처럼 행복에 금방 적응해버리기 때문이다. 진화는 우리가 ‘행복’ 그 자체보다는 유전자를 퍼뜨리는 데 유리한 행동(경쟁, 성취 등)을 할 때 보상을 주도록 설계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진정한 행복과는 거리가 먼 것들에 집착하곤 한다.
6. 심리적 붕괴: 마음은 언제나 위태롭다 진화는 우리에게 이성적인 ‘숙고 체계’를 주었지만, 위급 상황에서는 여전히 원시적인 ‘반사 체계’가 작동한다. 스트레스, 피로, 불안 상황에서 우리는 쉽게 이성을 잃고 충동적으로 행동하거나 심리적 장애를 겪는다. 이는 뇌의 신구 체계가 완벽하게 통합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럼 이 ‘클루지’가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를 할 때는 어떤 결정적인 실수를 하게 만들 수 있을까요? 책에 나오는 6가지 클루지가 우리 계좌를 어떻게 위협하는지 매칭해 보았습니다.
📉 투자를 망치는 6가지 뇌의 착각 (클루지)
1. 맥락과 기억: “최근의 수익률이 미래를 보장하지 않는다”
- 클루지: 인간의 기억은 정확한 정보 저장소가 아닙니다. 현재의 상황(맥락)에 따라 기억을 왜곡해서 끄집어냅니다.
- 투자 적용: 최신 편향(Recency Bias)이 대표적입니다. 최근 주식 시장이 좋았다면, 과거의 폭락장은 잊고 “앞으로도 계속 오를 거야”라고 착각합니다. 반대로 하락장에서는 “이제 세상은 망했어”라며 공포에 휩싸여 바닥에서 주식을 팝니다. 부동산 상승기에 ‘영끌’을 하는 심리도 이와 같습니다.
2. 오염된 신념: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확증 편향”
- 클루지: 우리는 진실을 알기보다, 내가 믿고 싶은 것을 지키는 데 뇌를 사용합니다.
- 투자 적용: 내가 산 종목에 대해 긍정적인 뉴스나 유튜버의 영상만 찾아봅니다. 악재나 매도 리포트는 “세력의 장난”이라며 무시하죠. 객관적인 분석 없이 행복 회로만 돌리다가 손절 타이밍을 놓치게 됩니다.
3. 선택과 결정: “프레이밍 효과와 닻 내림 효과”
- 클루지: 같은 문제라도 어떻게 표현하느냐(프레임)에 따라 선택이 달라지고, 처음 제시된 숫자에 기준점(닻)을 둡니다.
- 투자 적용: “90% 확률로 성공”이라는 말에는 투자하지만, “10% 확률로 실패”라는 말에는 투자하지 않습니다. 또한, ‘본전 심리’ 때문에 내가 샀던 매수가(닻)에 집착하여, 기업 가치가 훼손되었음에도 팔지 못하고 비자발적 장기 투자가가 됩니다.
4. 언어의 비밀: “스토리텔링의 함정“
- 클루지: 언어는 불완전하며, 우리는 논리보다 그럴듯한 ‘이야기’에 더 잘 속습니다.
- 투자 적용: 복잡한 재무제표 숫자보다 “이 기술이 세상을 바꾼다”, “바이오 임상만 통과하면 대박이다”라는 그럴듯한 내러티브(서사)에 혹해 투자합니다. 테마주에 휩쓸리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5. 위험한 행복: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 (상대적 박탈감)”
- 클루지: 인간은 절대적인 행복보다 상대적인 비교에 민감하게 진화했습니다.
- 투자 적용: 내 자산이 1억 늘었어도, 옆집 철수가 코인으로 10억을 벌었다는 소리를 들으면 불행해집니다. 이 상대적 박탈감은 무리한 ‘추격 매수’나 ‘레버리지(빚투)’를 유발하여 결국 파멸로 이끕니다.
6. 심리적 붕괴: “패닉 바잉과 패닉 셀링”
- 클루지: 스트레스 상황에서 이성적인 뇌(숙고 체계)는 마비되고, 원시적인 뇌(반사 체계)가 지배합니다.
- 투자 적용: 폭락장에서 공포에 질려 아무런 이성적 판단 없이 투매(Panic Selling)를 하거나, 폭등장에서 나만 뒤처질까 봐 두려워 패닉 바잉(FOMO)을 하는 현상입니다.
💡 현명한 투자자가 되기 위한 13가지 제안
그렇다면 이 엉성한 뇌를 가지고 어떻게 투자를 해야 할까요? 책에서 제시한 13가지 제안을 투자 격언으로 바꾸어 보았습니다.
- 대안 가설 고려: “내 종목이 하락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없을까?” 반대 의견을 반드시 찾아보세요.
- 문제 재구성(Reframing): “수익률 20%”가 아니라 “손실 가능성 -20%”의 관점에서 포트폴리오를 다시 보세요.
- 상관관계 ≠ 인과관계: 차트가 좋다고 해서(상관관계), 반드시 주가가 오르는 것(인과관계)은 아닙니다.
- 표본의 크기 확인: “누가 그걸로 돈 벌었다더라”는 소수의 사례(일화)를 일반화하지 마세요.
- 충동 사전 차단: 충동매매를 막기 위해 예약 매수/매도를 활용하거나, 앱을 지우는 등 물리적 장치를 마련하세요.
- 조건 계획(If-Then) 수립: “그냥 돈 벌어야지”가 아니라, “손실이 -10%가 되면 기계적으로 손절한다”는 구체적 조건을 세우세요.
- 피로할 때 결정 금지: 장중에 멘탈이 흔들리거나 피곤할 때는 매매를 쉬세요.
- 이익 vs 비용 평가: 수수료, 세금, 그리고 기회비용을 항상 계산하세요.
- 관찰자 시점: “워런 버핏이라면 지금 이 주식을 살까?”라고 상상해 보세요.
- 거리 두기: 잠시 시장에서 물러나 현금을 들고 관망하는 것도 투자입니다.
- 생생한 일화 경계: 뉴스 헤드라인이나 지인의 대박 무용담보다 ‘통계’와 ‘실적’을 믿으세요.
- 한 우물 파기: 이 기법 저 기법 휘둘리지 말고 자신만의 투자 철학을 고수하세요.
- 합리적 노력: 우리의 뇌는 투자에 적합하지 않게 진화했습니다. 이를 인정하고 끊임없이 이성을 깨우려 노력해야 합니다.

📝 마치며
『클루지』는 우리가 왜 투자에서 실패하는지, 왜 부동산 꼭지에서 사고 바닥에서 파는지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줍니다. “내 인지 능력은 불완전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그것이 투자의 고수로 가는 첫걸음 아닐까요?
투자가 마음처럼 되지 않을 때, 내 뇌의 ‘버그’를 점검해 보고 싶은 분들께 이 책을 강력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