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지 않는 오사카의 에너지, 22년 만의 재회 오사카 항만 지역(Bay Area)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지하철을 타고 다시 도시의 중심부로 돌아왔습니다. 목적지는 오사카 여행의 시작이자 끝, 바로 ‘도톤보리(Dotonbori)’입니다. 제가 처음 오사카 땅을 밟았던 것이 2003년이니, 어느덧 22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강산이 두 번 변하고도 남을 시간이지만, 도톤보리의 풍경은 놀랍도록 그대로입니다.


화려한 네온사인, 거리를 가득 메운 인파, 호객하는 상인들의 목소리, 그리고 맛있는 냄새가 뒤섞인 이곳 특유의 활기는 언제 와도 여행자의 심장을 뛰게 합니다. 오늘은 도톤보리의 터줏대감 맛집 ‘긴류라멘(금룡라면)’에 대한 찬사와, 주유패스로 즐긴 ‘도톤보리 원더크루즈’의 생생한 후기, 그리고 예약 꿀팁을 상세히 기록해 봅니다.
이치란보다 긴류! 22년 단골의 라멘 취향 도톤보리 거리에는 수많은 라멘집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한국인 관광객은 독서실 좌석으로 유명한 ‘이치란 라멘’을 선호하지만, 저의 ‘원픽’은 단연코 ‘긴류라멘(Kinryu Ramen)’입니다. 거대한 용 모형이 간판을 뚫고 나오는 그곳, 맞습니다. 22년 전, 일본에서 처음 맛본 라멘이 긴류라멘이었기 때문일까요? 저에게 이곳은 단순한 맛집을 넘어 추억의 장소입니다.
- 주문 방식: 여전히 아날로그 감성이 뿜어 나오는 자판기에서 식권(티켓)을 구매합니다. 메뉴는 기본 돈코츠 라멘과 차슈가 추가된 라멘, 딱 두 가지뿐. 맛집의 자신감이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 좌석: 붉은색 다다미 평상이나 간이 테이블에 걸터앉아 먹는 노상 분위기 또한 긴류라멘만의 매력입니다. 세련되지는 않지만, 오사카의 밤거리와 가장 잘 어울리는 분위기죠.

한국인의 입맛을 저격하다, 김치와 부추 무제한 긴류라멘이 한국인에게, 그리고 저에게 특별한 이유는 바로 ‘무제한 토핑 바’ 때문입니다. 진하고 꼬릿한 돈코츠 육수는 자칫 느끼할 수 있는데, 이곳에서는 김치와 양념 된 부추(파김치), 그리고 다진 마늘을 마음껏 넣어 먹을 수 있습니다. 자리를 잡고 라멘을 받아 든 뒤, 부추와 김치를 듬뿍 얹으면 비로소 ‘긴류 스타일’이 완성됩니다.
- 맛의 조화: 걸쭉한 돼지 사골 국물에 김치의 칼칼함과 부추의 알싸함이 더해지면, 느끼함은 사라지고 감칠맛이 폭발합니다. 이치란의 깔끔함도 좋지만, 긴류 특유의 투박하면서도 강렬한 이 맛은 주기적으로 생각나는 중독성이 있습니다. 이번에도 가족들과 함께 “역시 이 맛이야!”를 외치며 국물까지 싹 비웠습니다.


도톤보리를 즐기는 새로운 방법, ‘원더크루즈’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향한 곳은 도톤보리 강가입니다. 오사카 주유패스 2일 차의 마지막 일정인 ‘도톤보리 원더크루즈(Wonder Cruise)’를 타기 위해서입니다. 오사카를 5번이나 왔지만, 도톤보리 강에서 배를 타는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솔직히 “이 좁은 강에서 배를 타서 뭐 하나?”라는 생각도 있었지만, 주유패스에 포함되어 있으니 안 타면 손해라는 생각으로 도전했습니다.
- 예약 필수 팁: 도톤보리에는 ‘톰보리 리버 크루즈’와 ‘원더크루즈’ 등 여러 종류가 있는데, 저희가 이용한 원더크루즈는 온라인 사전 예약이 필수입니다. 이 점이 오히려 장점입니다. 현장에서 티켓을 교환하느라 긴 줄을 설 필요 없이, 예약한 시간에 맞춰 가면 바로 탑승할 수 있어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었습니다. (주말 저녁 시간대는 매진이 빠르니 여행 전 미리 예약하세요!)
물 위에서 본 도톤보리의 야경 막상 배에 오르니 생각보다 훨씬 즐거웠습니다.
- 색다른 시선: 늘 위에서 내려다보던 도톤보리 강을 수면 높이에서 올려다보니, 화려한 간판들이 더욱 압도적으로 다가옵니다. 돈키호테의 관람차, 아사히 맥주 간판 등 오사카의 랜드마크들이 눈앞을 스쳐 지나갑니다.
- 소통의 즐거움: 다리 위를 지나가는 수많은 관광객과 서로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국적은 달라도 여행이라는 공통분모 속에서 나누는 짧은 인사가 기분을 좋게 만듭니다. 아담한 배가 출렁거리는 느낌도 묘한 재미를 더해주었습니다.


하이라이트, 글리코상 포토 타임 [ 약 20분간의 운행 중 하이라이트는 단연 ‘글리코상(Glico Man)’ 앞입니다. 배가 글리코상 앞에 잠시 멈추고 포토 타임을 줍니다. 에비스바시 다리 위는 늘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어 독사진을 찍기 힘든데, 배 위에서는 방해받지 않고 글리코상과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습니다. 물론 앉아서 찍어야 해서 글리코상의 시그니처 포즈(한 발 들기)를 전신으로 따라 하기는 어렵지만, 상반신 위주로 재미있는 인증샷을 남기기엔 충분했습니다. (전신 포즈는 나중에 다리 위에서 다시 찍었답니다.)

결론: 맛과 멋이 공존하는 오사카의 밤 22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맛을 지켜온 긴류라멘, 그리고 처음 타봤지만 의외의 낭만과 재미를 선사한 원더크루즈. 이 두 가지 코스는 도톤보리의 밤을 완벽하게 즐기는 방법이었습니다. 오사카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화려한 네온사인 아래서 뜨끈한 라멘 한 그릇과 시원한 강바람을 맞는 크루즈 여행을 꼭 경험해 보시길 바랍니다.



본 포스팅은 2025년 6월 직접 방문한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