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적인 물가의 암스테르담, 골프는 의외의 가성비? 해외 출장의 묘미는 업무 사이사이에 찾아오는 꿀 같은 휴식 시간입니다. 월요일부터 시작되는 공식 일정을 앞두고, 일요일 하루가 온전히 자유 시간으로 주어졌습니다. 저와 일행들이 의기투합하여 결정한 액티비티는 바로 ‘유럽 골프 라운딩’이었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걱정이 앞섰습니다. 암스테르담은 호텔 1박에 40만 원을 호가할 정도로 살인적인 물가를 자랑하는 도시이기에, 골프 비용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라 예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전 조사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은 놀라웠습니다. 한국의 절반, 아니 그 이하의 가격으로 여유로운 주말 라운딩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었죠. 오늘은 암스테르담 근교 ‘Golfclub Spaarnwoude’에서 직접 경험한 노캐디, 노카트, 100% 리얼 워킹 골프의 생생한 후기와 예약 정보를 상세히 공유합니다.
골프장 선정 및 예약 (가성비 좋은 클럽 찾기) 출장 전, 암스테르담 주변의 접근성 좋고 평이 좋은 골프장 3~4곳을 리스트업 했습니다.
- Golfclub Spaarnwoude: 규모가 크고 대중적인 분위기
- De Hoge Dijk: 접근성이 좋으나 예약이 치열함
- Open Golf club Olympus: 평판이 좋으나 동선 고려 필요
저희의 선택은 ‘Golfclub Spaarnwoude’였습니다. 구글 평점이 준수했고, 무엇보다 홈페이지(https://spaarnwoude.teecontrol.com/)를를) 통해 확인한 코스 전경이 매력적이었습니다. 시내에서 택시(우버)로 20~25분이면 도착하는 거리라 이동에 대한 부담도 적었습니다. 가장 놀라웠던 것은 그린피입니다. 주말 18홀 기준으로 인당 55~70유로(약 8~10만 원) 선이었습니다. 한국의 주말 그린피를 생각하면 정말 ‘혜자’스러운 가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희는 홈페이지를 통해 미리 티오프 시간을 예약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골프장으로 향했습니다.

유럽 골프의 첫인상, 공원 같은 자유로움 우버를 타고 도착한 골프장의 풍경은 한국의 그것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웅장한 로비와 각 잡힌 직원들이 맞이하는 럭셔리한 클럽하우스 대신, 가족들이 주말 피크닉을 온 듯한 편안하고 자유로운 분위기가 저희를 반겼습니다. 이곳은 ‘레저’ 그 자체였습니다. 복장 규정(Dress code)이 엄격하지 않았고, 반려견과 함께 산책하듯 골프를 즐기는 사람들도 보였습니다. 한국의 골프장이 ‘비즈니스와 사교의 장’이라면, 유럽의 골프장은 ‘생활 체육과 휴식의 공간’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노캐디, 노카트, 그리고 트롤리(Trolley) 골프 유럽 골프 라운딩의 가장 큰 특징은 ‘셀프 플레이’입니다.
- 노캐디(No Caddie): 경기 진행을 돕는 캐디가 없습니다. 거리 측정, 채 선택, 공 닦기, 라이 보기 등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해야 합니다.
- 노카트(No Cart): 한국식 5인승 전동 카트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대신 몸이 불편하거나 연로한 분들을 위한 1인용 ‘버기(Buggy)’가 소수 있을 뿐입니다.
- 트롤리(Trolley): 대부분의 골퍼는 골프백을 싣고 유모차처럼 밀고 다니는 ‘트롤리’를 이용합니다.


저희 일행도 당연히 노캐디, 노카트를 선택했고, 골프장에서 무료로 대여해 주는 수동 트롤리를 이용했습니다. 클럽은 현장에서 50유로를 내고 렌탈했습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고, 그린피와 렌탈비가 거의 비슷하네요. 하하.)
골프 코스 분석 – 평지의 여유와 러프의 함정 네덜란드는 국토의 대부분이 해수면보다 낮은 평지 국가입니다. 골프장 역시 산이나 언덕이 거의 없는 완전한 평지(Flat) 코스였습니다.
- 페어웨이: 관리가 꽤 잘 되어 있어 디봇 자국도 많지 않고 쾌적했습니다.
- 러프(Rough): 평지라고 얕보면 큰코다칩니다. 페어웨이를 벗어나 러프에 들어가면 풀이 길고 억세서 공을 찾기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공 귀신’이 산다는 말이 실감 날 정도로 공을 많이 잃어버릴 수 있으니 여분의 공을 넉넉히 챙겨야 합니다.
- 해저드(Hazard): 인공적으로 조성한 연못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흐르는 수로들이 워터 해저드 역할을 합니다. 네덜란드 특유의 풍경을 만들어내지만, 골퍼들에게는 위협적인 존재입니다.
- 벙커: 다행히 벙커는 많지 않았습니다. ‘벙커 지옥’ 걱정 없이 샷을 날릴 수 있어 심리적으로 편안했습니다.


골프 에티켓과 매너, 신사의 스포츠를 경험하다 캐디가 없다 보니 경기 진행 속도나 에티켓은 온전히 플레이어의 몫입니다.
- 마샬(Marshal): 앞 팀과의 간격이 좁혀지자 진행 요원(마샬)이 카트를 타고 다가와 젠틀하게 워닝을 주었습니다. 감시라기보다는 모두의 안전과 원활한 흐름을 위한 가이드였습니다.
- 분실물: 라운딩 중간에 웨지 하나를 지난 홀 그린 주변에 두고 온 적이 있습니다. 당황하고 있을 때, 뒷 팀 플레이어들이 웃으며 클럽을 챙겨다 주었습니다. 서로 배려하고 매너를 지키는 모습에서 “역시 골프는 신사의 스포츠구나”라는 것을 다시금 느꼈습니다.
- 그늘집 없음: 한국처럼 9홀 끝나고 그늘집에서 쉬는 문화는 없습니다. 18홀을 쉬지 않고 쭉 돕니다. 체력 관리가 필수입니다.
2만 5천 보의 강행군과 골프, 그러나 피로는 Zero 직접 트롤리를 끌고, 공을 찾으러 뛰어다니며 18홀을 완주하니 체력 소모가 상당했습니다. 이날 스마트워치를 확인하니 아침 산책부터 골프, 저녁 시내 구경까지 합쳐 무려 25,000보를 걸었더군요. 하지만 피곤함보다는 성취감과 즐거움이 훨씬 컸습니다. 광활한 자연 속에서 동료들과 웃고 떠들며 온전히 골프에 집중했던 시간. 라운딩 후 클럽하우스 테라스에서 마신 시원한 음료 한 잔은 그 어떤 보약보다 달콤했습니다.
암스테르담 출장 중 최고의 선택, 골프 암스테르담에서의 골프는 럭셔리함보다는 ‘합리성’과 ‘자유로움’이었습니다. 숙소로 돌아와 2시간 정도 낮잠을 자고 나니 에너지가 다시 충전되더군요. 저녁 식사 후 일찍 잠자리에 들며 다음 날의 업무를 준비했습니다. 유럽 출장이나 여행 중 색다른 경험을 원하신다면, 운동화 끈 단단히 매고 현지인들 틈에 섞여 유럽 골프 라운딩을 즐겨보시길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가성비와 가심비 모두 잡을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이 될 것입니다.
본 포스팅은 2025년 5월 직접 방문한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