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여행] 신화와 역사가 숨 쉬는 테살로니키(Thessaloniki) 아침 산책, 아리스토텔레스 광장에서 화이트 타워까지 걷다

낯선 도시에서의 아침, 그리고 역사와의 만남 암스테르담에서의 아침 산책이 차분한 운하의 정취를 느끼는 시간이었다면, 이곳 그리스 테살로니키(Thessaloniki)에서의 아침은 웅장한 역사의 시간과 장소를 마주하는 시간이었습니다. 해외 출장을 올 때마다 낯선 도시의 아침 공기를 마시며 걷는 것은 저만의 소중한 루틴이고 여행의 재미입니다. 시차 적응을 핑계 삼아 일찍 눈을 뜬 저는 호텔 조식을 든든하게 먹고, 산책을 위해 호텔을 나섰습니다. 구글 지도로 미리 살펴본 테살로니키는 생각보다 아담한 규모의 도시였습니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역사의 깊이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호텔을 나서자마자 코끝을 스치는 짭조름한 바다 내음,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광활한 지중해(테르마이코스 만).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을 바라보며 해변 도로를 걷다 보니, 수천 년 전 이 바다를 바라보았을 한 영웅의 모습이 오버랩되었습니다. 바로 마케도니아의 정복자, 알렉산더 대왕입니다. 그는 이 푸른 바다를 보며 세상의 끝까지 정복하겠다는 야망을 품었을까요? 혹은 트로이 전쟁의 영웅들이 목마를 싣고 이 물길을 건넜을까요? 걷는 내내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만드는 도시, 테살로니키의 아침 풍경을 소개합니다.


철학의 거장을 마주하다, 아리스토텔레스 광장 (Aristotelous Square) 해변 도로를 따라 걷다 보니, 도시의 심장부이자 가장 상징적인 장소인 ‘아리스토텔레스 광장’에 도착했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웅장해지는 그 이름,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 학창 시절 윤리 교과서에서나 접했던 위대한 철학자의 이름을 딴 광장이 눈앞에 펼쳐져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전율이 일었습니다. 플라톤의 제자이자, 서양 철학의 기틀을 마련한 인물. 무엇보다 이곳 테살로니키가 속한 마케도니아 왕국의 왕자였던 알렉산더 대왕의 스승이었던 그입니다. 광장의 구조는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바다를 향해 뒤집힌 ‘U’자 모양으로 활짝 열려 있는 형태는 마치 도시가 바다를 품에 안으려는 듯, 혹은 바다로부터 오는 새로운 문물을 환영하는 듯한 개방감을 주었습니다. 양옆으로 늘어선 고풍스러운 건축물들은 아침 햇살을 받아 황금빛으로 빛나고 있었습니다. 사진으로는 눈으로 봤을 때의 광활함과 임체감, 감성이 도저히 전해지지가 않네요. 너무나 아쉽지만, 사실 이런 제약 때문에 저희가 직접 여행지를 방문하고 체감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ㅎ


사색에 잠긴 스승, 아리스토텔레스 동상 광장의 오른편, 바다가 잘 보이는 곳에는 청동으로 된 아리스토텔레스 동상이 앉아 있습니다. 그는 편안하게 앉아 지중해 너머의 하늘을 응시하고 있었습니다. 동상을 제작하고 이 광장에 배치한 담당자들이 아리스토텔레스에 대한 이해가 매우 높지 않았나 하고 감탄을 했습니다. 우리나라였으면 광장 중앙에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자랑하듯이 동상을 두었을 텐데, 광장 가장 자리에 동상을 두고 하늘과 바다를 응시하는 방향으로 배치를 한 탁월한 식견! 그의 눈빛은 단순히 풍경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인간, 그리고 삶의 본질에 대해 깊이 고찰하는 듯했습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는 명언을 남긴 그는, 지금 이 순간 현대의 테살로니키 사람들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테살로니키

동상의 왼쪽 엄지발가락은 유난히 반질반질하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이곳을 만지면 지혜를 얻을 수 있다는 속설 때문에 수많은 관광객과 학생들이 만지고 간 흔적이라고 합니다. 저 역시 잠시 발을 만지며 오늘 있을 비즈니스 미팅에서의 지혜를 구해보았습니다. 과거와 현재가 동상 하나를 두고 교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역사의 파수꾼, 화이트 타워 (White Tower) 광장을 뒤로하고 해안 산책로(Nikis Avenue)를 따라 약 10분 정도 걸으니, 테살로니키의 또다른 랜드마크인 ‘화이트 타워(White Tower)’가 위용을 드러냈습니다.

이 타워는 테살로니키의 파란만장한 역사를 온몸으로 증언하는 건축물입니다. 오스만 제국 시절에는 도시의 방어 요새이자 망루 역할을 했고, 한때는 죄수들을 가두는 악명 높은 감옥으로 사용되어 ‘피의 탑’이라 불리기도 했습니다. 이후 그리스가 도시를 되찾은 뒤, 과거의 어두운 역사를 씻어내겠다는 의미로 하얗게 칠하면서 지금의 ‘화이트 타워’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습니다. 건축적으로는 매우 심플한 원통형 구조입니다. 하지만 그 군더더기 없는 단순함이 오히려 강렬한 존재감을 발산합니다. 푸른 하늘과 바다를 배경으로 우뚝 솟은 타워는 묵묵히 지중해를 감시하는 파수꾼처럼 든든해 보였습니다. 타워 꼭대기에는 그리스 국기가 힘차게 펄럭이고 있어, 이곳이 그리스의 땅임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주었습니다.


테살로니키의 아침을 여는 사람들 화이트 타워 뒤편으로는 넓은 공원과 광장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이곳의 풍경은 유적지의 엄숙함보다는,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활기로 가득했습니다. 이른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조깅을 하거나 강아지와 산책을 즐기는 현지인들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이어폰을 꽂고 땀을 흘리며 달리는 그들의 모습에서 ‘여행지’가 아닌 ‘생활 터전’으로서의 테살로니키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관광객인 저에게는 특별한 명소지만, 그들에게는 매일 마주하는 일상의 배경이라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다가왔습니다. 그들의 활기찬 에너지를 받으니 저 또한 오늘 하루를 힘차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역사 속에서 비즈니스를 준비하다 알렉산더 대왕의 야망, 아리스토텔레스의 지혜, 그리고 화이트 타워의 굳건함까지. 짧은 아침 산책이었지만 테살로니키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방대했습니다. 과거의 영광에만 머물러 있는 도시가 아니라, 그 유산 위에서 부지런히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도시. 이제 저는 여행자의 설렘을 잠시 접어두고, 이 역동적인 도시의 에너지를 품고 비즈니스맨의 모습으로 돌아갑니다. 오늘 예정된 ‘C Solution’사와의 미팅에서도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본 포스팅은 2025년 5월 직접 방문한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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