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센터 산업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2)

지난 글에서 AI 혁명의 ‘물리적 실체’인 AI 데이터센터가 왜 극한의 ‘병목 현상’이 되었는지,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액체 냉각’ 등 핵심 기술을 다루었습니다. 이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는 질문에 답할 차례입니다. “이 거대한 AI 공장, 즉 AI 데이터센터는 누가 짓고, 누가 돈을 버는가?”

샘 알트만의 130조 원짜리 ‘스타게이트’ 프로젝트가 상징하듯, AI 데이터센터 전쟁은 단순히 ‘칩(GPU)’을 확보하는 싸움을 넘어, ‘칩 + 전력 + 냉각 + 부지 + 네트워킹’을 모두 아우르는 ‘풀스택 인프라 전쟁’이 되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 거대한 전쟁터를 지배하는 4개의 핵심 그룹을 심층 분석합니다. ‘칩’을 쥔 왕(엔비디아), ‘자본’을 쥔 거인(MS, 구글), ‘속도’를 쥔 신흥 강자(오라클, 코어위브), 그리고 ‘전력’을 쥔 기회주의자(전직 채굴 기업들)가 그 주인공입니다.


1. 그룹 1: ‘칩의 왕’ (The Chip Kings) – AI 데이터센터의 설계자

AI 데이터센터가 ‘공장’이라면, 이들은 공장의 ‘핵심 설비(기계)’를 독점 공급하는 기업입니다. 이들이 만드는 칩의 사양이 곧 데이터센터의 설계(전력, 냉각)를 결정합니다.

1) 엔비디아 (NVIDIA / NVDA)

엔비디아는 AI 데이터센터 운영사가 아니라, ‘AI 데이터센터 그 자체’를 패키지로 판매하는 기업입니다.

  • 전략: 이들의 핵심은 ‘CUDA’라는 소프트웨어 생태계로 GPU(H100, B200)를 독점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더 무서운 전략은 GPU를 낱개로 팔지 않고, GPU 8개와 자체 네트워킹(NVLink, InfiniBand)을 묶은 ‘DGX 서버’로, 나아가 이 서버 수천 개를 묶은 ‘DGX SuperPOD’라는 ‘AI 공장 턴키 솔루션’으로 판매하는 것입니다.
  • 영향: 엔비디아가 H100의 전력 소모량을 700W로, 차세대 B200을 1000W~1200W로 올리면, 전 세계 모든 데이터센터는 이 열을 식히기 위해 ‘액체 냉각’을 도입해야만 합니다. 즉, 엔비디아가 데이터센터 인프라 기술의 표준을 ‘명령’하고 있습니다.

2) AMD (Advanced Micro Devices / AMD)

AMD는 이 ‘AI 공장 설비’ 시장의 유일한 대안이자 강력한 도전자입니다.

  • 전략: 엔비디아의 CUDA 독점에 대항하기 위해 개방형 소프트웨어 생태계(ROCm)를 밀고 있으며, ‘MI300X’라는 강력한 GPU를 출시했습니다.
  • 영향: AMD의 목표는 ‘엔비디아 외의 유일한 선택지’가 되는 것입니다. MS, 오라클 등 엔비디아에 모든 것을 의존하기 두려운 빅테크 기업들이 AMD의 칩을 적극적으로 테스트 및 도입하고 있습니다. AMD의 성공은 데이터센터 GPU 시장의 ‘가격 결정권’을 엔비디아로부터 일부 가져오는 것을 의미합니다.

2. 그룹 2: ‘하이퍼스케일러 거인’ (The Hyperscaler Giants) – 수요와 자본의 중심

이들은 AI의 ‘뇌'(LLM)를 직접 개발하고, 이를 서비스하기 위해 수십조 원의 자본(Capex)을 쏟아부어 AI 데이터센터를 짓는 ‘최대 수요자’입니다.

1) 마이크로소프트 (Microsoft / MSFT)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서 보듯, 가장 공격적으로 AI 인프라에 투자하는 ‘공격수’입니다.

  • 전략: OpenAI(ChatGPT)라는 강력한 파트너를 등에 업고, 전 세계에 ‘애저(Azure)’ AI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습니다. 이들은 엔비디아 GPU를 ‘싹쓸이’하는 동시에, AMD(MI300X)와 자체 개발 칩(Maia)까지 도입하는 ‘다각화’ 전략을 씁니다.
  • 특징: 심지어 ‘코어위브(CoreWeave)’ 같은 신흥 강자에게 투자하고 인프라를 임대하는 등, ‘짓는 것(Buy)’과 ‘빌리는 것(Rent)’을 동시에 구사하는 영리함을 보여줍니다.

2) 구글 (Google / GOOGL)

AI 분야의 ‘원조’이자, ‘수직 계열화’의 달인입니다.

  • 전략: 구글은 엔비디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일찍부터 **자체 AI 반도체 ‘TPU(Tensor Processing Unit)’**를 개발해왔습니다.
  • 강점: 자신들의 AI 모델(Gemini)에 최적화된 TPU와, 이 TPU에 최적화된 데이터센터(전력, 냉각)를 ‘엔드-투-엔드’로 설계합니다. 이는 AI 연산의 원가 경쟁력에서 엔비디아 GPU에만 의존하는 경쟁사들보다 우위에 설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3) 아마존 (Amazon / AMZN)

세계 1위 클라우드(AWS) 사업자로서, AI 인프라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집행하는 ‘수성자’입니다.

  • 전략: 구글과 마찬가지로 ‘자체 칩’ 개발에 집중합니다. AI 학습용 ‘트레이니움(Trainium)’과 추론용 ‘인퍼런시아(Inferentia)’ 칩을 개발하여, AWS 고객들에게 ‘엔비디아보다 저렴한’ AI 옵션을 제공하려 합니다.
  • 특징: AI 데이터센터의 또 다른 핵심인 ‘전력’ 확보를 위해, 미국 원자력 발전소(CEG) 지분을 직접 인수하는 등 가장 과감한 에너지 확보 전략을 보여줍니다.

3. 그룹 3: ‘네오 클라우드’ (The Neo-Clouds) – 속도와 전문성으로 무장한 신흥 강자

‘하이퍼스케일러 거인'(MS, 구글, 아마존)들이 주로 자사의 AI 서비스(ChatGPT, Gemini)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 집중하는 사이, 시장에는 엄청난 ‘GPU 기근’이 발생했습니다. 수많은 AI 스타트업과 기업들이 AI 모델을 훈련하고 싶어도 GPU를 구할 수도, 빌릴 수도 없는 ‘인프라 공백’이 생긴 것입니다.

이 틈을 파고든 것이 바로 ‘네오 클라우드’입니다. 이들은 ‘GPU-as-a-Service (GaaS)’라는 단 하나의 무기, 즉 ‘엔비디아 GPU를 전문적으로 임대해주는’ 사업에 모든 것을 건 기업들입니다.

1) 오라클 (Oracle / ORCL)

‘데이터베이스’ 전문 기업이었던 오라클은 래리 엘리슨의 강력한 리더십 아래 AI 클라우드(OCI)로 가장 성공적인 ‘피벗(Pivot)’을 감행했습니다.

  • 전략: 후발주자였던 오라클은 MS나 아마존처럼 ‘모든 것’을 다루는 대신, AI 학습에 필수적인 ‘고성능 컴퓨팅(HPC)’ 인프라에 집중했습니다.
  • 강점: 이들은 누구보다 빨리 엔비디아와 강력한 파트너십을 맺고, ‘초고속 네트워킹(RDMA)’으로 연결된 거대한 GPU 클러스터를 구축했습니다. 이는 ‘느린’ 기존 클라우드보다 AI 학습 속도가 훨씬 빠르다는 입소문이 났고, 수많은 AI 스타트업(예: ‘xAI’)이 오라클을 선택했습니다. 오라클의 주가 급등은 이 ‘AI 네오 클라우드’ 사업의 가치가 시장에서 재평가되었기 때문입니다.

2) 코어위브 (CoreWeave / Private)

‘네오 클라우드’의 상징이자, 이 시장을 개척한 유니콘(비상장) 기업입니다.

  • 전략: 2017년 ‘이더리움 채굴’로 시작했던 이 회사는, AI 붐이 오기 전부터 GPU 대량 확보의 중요성을 깨닫고 AI 인프라 사업으로 피벗했습니다.
  • 강점: ‘속도’와 ‘전문성’입니다. 이들은 엔비디아의 최신 GPU(H100)를 MS, 구글보다 먼저, 그리고 더 많이 확보했습니다. 심지어 MS조차 OpenAI의 긴급한 GPU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코어위브의 인프라를 임대하는 계약을 L었습니다.
  • (언급하신 ‘네비우스’ 관련): ‘네비우스(Navius)’는 명확한 상장 기업이 아니나, ‘코어위브’와 마찬가지로 ‘Lambda Labs’, ‘Together AI’ 등 수많은 비상장 AI 인프라 전문 스타트업들이 이 ‘네오 클라우드’ 그룹을 형성하며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을 이끌고 있습니다.

4. 그룹 4: ‘AI 전력 기회주의자’ (The Opportunists) – 전직 비트코인 채굴 기업

2024년 가장 극적이고 투기적인 주가 상승을 보여준 그룹입니다. 이들은 AI 기술이 전혀 없지만, AI 시대의 ‘가장 희귀한 자원’을 선점하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바로 아이렌(IREN), 어플라이드 디지털(APLD), 사이퍼 마이닝(CIFR), 테라울프(WULF) 등 전직 ‘비트코인 채굴 기업’입니다.

1) 이들의 ‘진짜 자산’: 토지가 아닌 ‘전력 계약’

AI 데이터센터와 비트코인 채굴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저렴하고, 대규모의, 안정적인 전력’을 24시간 소비한다는 것입니다.

이 기업들은 비트코인 채굴을 위해 이미 수년 전부터 가장 어려운 작업, 즉 ‘100MW급 이상의 대규모 전력망 연결’과 ‘장기 저가 전력 구매 계약’을 완료하고, 데이터센터 ‘건물(Shell)’까지 지어 놓았습니다.

2) ‘AI 골드러시’의 완벽한 수혜

AI 붐이 터지자, 이들은 자신들이 앉아있던 ‘땅(전력 계약)’이 ‘황금’임을 깨달았습니다.

  • ‘AI-전력 차익거래’: 비트코인 채굴은 수익 변동성이 큽니다. 하지만 AI 데이터센터(HPC) 임대 사업은 훨씬 더 안정적이고 높은 수익을 보장합니다.
  • 피벗(Pivot) 전략: 이들은 기존의 전력 인프라에 비트코인 채굴기 대신 엔비디아 GPU를 꽂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전력, 부지, 건물이 준비되었기에 MS나 구글보다 훨씬 ‘빠르게’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임대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 아이렌(IREN) / 어플라이드 디지털(APLD): 이 피벗을 가장 공격적으로 선언한 기업들입니다. IREN은 ‘Poolside AI’ 등과 HPC 계약을 맺었고, APLD는 ‘AI Cloud’ 사업 부문을 명확히 분리하여 투자자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냈습니다.
  • 사이퍼(CIFR) / 테라울프(WULF): 이들 역시 자사의 잉여 전력 부지를 활용한 AI/HPC 데이터센터 사업 진출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며 주가가 동반 상승했습니다.

이들의 주가 폭등은, AI 시대의 진정한 가치가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그 소프트웨어를 돌릴 수 있는 ‘물리적 전력 인프라’ 그 자체에 있음을 시장이 인정한 것입니다.


5. 결론: AI 데이터센터, ‘4개의 전장’이 열리다

‘스타게이트’로 상징되는 AI 데이터센터 전쟁은 4개의 거대한 전장으로 나뉘었습니다.

  1. ‘칩’의 전장: 엔비디아(NVDA)가 ‘무기’를 독점 공급하고 AMD가 추격합니다.
  2. ‘자본’의 전장: MS, 구글, 아마존이 수십조 원의 자본으로 ‘자체 군대(Private Datacenter)’를 구축합니다.
  3. ‘속도’의 전장: 오라클(ORCL), 코어위브(Private) 등 ‘네오 클라우드’가 거인들이 놓친 틈새시장을 ‘전문 용병(GaaS)’처럼 장악합니다.
  4. ‘전력’의 전장: 아이렌(IREN), 어플라이드 디지털(APLD) 등 ‘전직 채굴 기업’들이 선점한 ‘전력 요충지(Power Contracts)’의 가치가 재평가되고 있습니다.

투자자의 관점에서, AI 인프라 투자는 이제 엔비디아 하나만 보는 단계를 지났습니다. AI의 ‘뇌'(GPU)부터, AI의 ‘심장'(전력), 그리고 AI의 ‘몸통'(데이터센터 건물, 냉각, 네트워킹)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물리적 실체’를 공급하는 기업들이 AI 혁명의 거대한 수혜자가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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