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바이오 (1), ‘불가능’을 ‘가능’으로: 신약 개발과 질병 진단을 혁신하는 7대 기업

지금부터는 AI 바이오에 대해 다뤄보려고 합니다. 지난 수 편의 글을 통해 우리는 AI 혁명이 ‘뇌'(GPU 데이터센터)와 ‘심장'(전력 인프라)이라는 거대한 물리적 기반 위에서 일어나고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막대한 ‘연산(Compute) 능력’을 인류는 과연 어디에 사용해야 할까요?

그 궁극적인 대답은 바로 ‘생명(Life)’ 그 자체에 있습니다. 인간의 ‘몸’이라는, 우주에서 가장 복잡한 시스템을 이해하고, 질병을 정복하는 것. 이것이 바로 AI 바이오 혁명의 핵심입니다.

과거의 신약 개발은 10~15년의 시간과 수조 원의 비용, 그리고 90%가 넘는 실패 확률에 맞서 싸우는 ‘고통스러운’ 과정이었습니다. 하지만 AI, 특히 생성형 AI(Generative AI)의 등장은 이 모든 패러다임을 ‘컴퓨터 안(in-silico)’에서 해결하는 ‘디지털 생물학’의 시대를 열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AI 바이오가 ‘신약 개발(Discovery)’과 ‘질병 진단(Diagnostics)’이라는 두 개의 거대한 축을 어떻게 혁신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 시장을 주도하는 핵심 기업들을 분석합니다.

1. ‘탐색의 혁명’: 10년 걸릴 신약 후보, 1년 만에 찾다 (AI 신약 개발)

전통적인 신약 개발은 마치 ‘모래사장에서 특정 모양의 모래알 하나’를 찾는 것과 같았습니다. 수백만 개의 화합물을 실험실에서 일일이 테스트(Trial and Error)해야 했습니다. AI 바이오는 이 ‘탐색’의 문제를 ‘연산’의 문제로 바꾸었습니다.

1) 핵심 기술: 연산 생물학 (Computational Biology)

  • Schrödinger (SDGR, 슈뢰딩거): 회원님의 리스트 첫 줄에 있는 슈뢰딩거는 AI 바이오 신약 개발의 ‘교과서’입니다. 이들은 단순한 AI(머신러닝)가 아닌, ‘물리학 기반 연산 플랫폼’을 사용합니다.
  • 작동 방식: AI가 질병을 일으키는 단백질의 3D 구조를 파악하면, 슈뢰딩거의 플랫폼은 이 단백질에 가장 완벽하게 결합(Binding)할 수 있는 약물 분자를 컴퓨터 시뮬레이션만으로 수십억 개 이상 생성하고 테스트합니다.
  • 왜 강력한가: 실험실에서 1년 걸릴 테스트를 단 하루 만에 끝내버립니다. 이는 신약 개발의 ‘첫 단추’인 후보 물질 발굴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킵니다.

2) 궁극의 기술: 생성형 AI (Generative AI for Biology)

  • Isomorphic Labs (Google/DeepMind): AI 바이오의 ‘게임 체인저’입니다. 구글 딥마인드가 ‘알파폴드(AlphaFold)’로 모든 단백질 구조를 밝혀낸 뒤, 이 기술을 신약 개발에 적용하기 위해 설립한 회사입니다.
  • 작동 방식: 알파폴드가 ‘생명의 청사진’을 읽어냈다면, 생성형 AI는 ‘새로운 청사진(신약)’을 창조합니다. “위암을 유발하는 A단백질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새로운 단백질 의약품을 설계해 줘”라고 명령하는 것입니다.
  • 영향: 슈뢰딩거가 ‘존재하는’ 화합물을 ‘탐색(Search)’한다면, 이들은 ‘존재하지 않던’ 약물을 ‘설계(Design)’합니다.

2. ‘탐지의 혁명’: 암(癌)을 피 한 방울로 찾는 기술 (AI 질병 진단)

AI는 신약을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질병을 ‘찾아내는’ 방식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그 정점이 바로 ‘액체 생검(Liquid Biopsy)’입니다.

1) 핵심 기술: 액체 생검 (Liquid Biopsy)

  • 개념: 암세포가 파괴되면서 혈액 속에 흘러나오는 미세한 DNA 조각(ctDNA)을 찾아내는 기술입니다. 즉, 고통스러운 조직 검사 없이, 간단한 ‘피 한 방울’로 암을 조기에 진단하고 모니터링합니다.
  • AI의 역할: 문제는 이 ctDNA가 ‘건초더미에서 바늘 찾기’ 수준이라는 것입니다. 혈액 속 수십억 개의 정상 DNA 사이에서 극미량의 암 DNA 조각을 찾아내고, 그 신호(Signal)가 진짜 암인지 노이즈(Noise)인지 판별하는 것은 ‘AI 머신러닝’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2) 핵심 기업: ‘피’에서 암을 읽어내는 기업들

  • Guardant Health (GH, 가던트 헬스): 회원님 리스트에 있는 AI 바이오 진단의 대표 주자입니다. ‘가던트360’ 같은 제품을 통해, 이미 암 진단을 받은 환자의 유전자를 분석하여 가장 적합한 표적 항암제를 ‘매칭’해주는 사업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 Natera (NTRA, 나테라): 역시 리스트에 있는 핵심 기업입니다. 본래 산전 기형아 검사(NIPT) 등 ‘무세포 DNA(cfDNA)’ 분석의 강자였으나, 이 AI 분석 기술을 ‘암 조기 진단’ 및 ‘재발 모니터링’ 분야로 성공적으로 확장시켰습니다.

3. ‘AI 바이오 생태계’를 완성하는 기업들 (Enablers)

AI 바이오 혁명은 ‘AI 두뇌’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AI가 설계한 것을 ‘제작(Write)’하고, AI가 찾아낸 것을 ‘편집(Edit)’하며, AI로 면역 체계를 ‘해독(Read)’하는 조력자들이 필요합니다. 회원님의 리스트에는 이 핵심 ‘조력자’들이 정확히 포함되어 있습니다.

  • 1) ‘DNA 프린터’: Twist Bioscience (TWST, 트위스트 바이오사이언스)
    • 역할: AI가 아무리 훌륭한 신약(단백질)을 ‘설계’해도, 그 설계도(DNA)를 실제로 ‘출력(합성)’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입니다. 트위스트는 반도체 기술을 이용해 DNA를 대량으로 ‘프린팅’하는 독보적인 기술을 가졌습니다.
    • 비유: AI 신약 개발의 ‘TSMC(파운드리)’입니다.
  • 2) ‘유전자 가위’: Crispr Therapeutics (CRSP, 크리스퍼 테라퓨틱스)
    • 역할: AI 바이오가 “저기 100만 번째 유전자가 질병의 원인이다”라고 ‘찾아내면’, 크리스퍼(CRISPR) 기술은 그 유전자를 물리적으로 ‘잘라내고 편집’하는 ‘가위’ 역할을 합니다.
    • 비유: AI가 ‘지도’를 주면, CRISPR가 ‘수술’을 집도합니다.
  • 3) ‘면역 해독기’: Adaptive Biotechnologies (ADPT, 어댑티브 바이오테크놀로지스)
    • 역할: 인체의 면역 체계(T세포, B세포)는 우리가 겪은 모든 질병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어댑티브는 AI를 이용해 이 면역세포의 수용체를 ‘해독(Sequencing)’하여, 특정 질병(암, 자가면역질환)을 진단하고 그에 맞는 면역 치료제를 개발합니다.
    • 비유: AI 기반의 ‘면역 데이터 고고학자’입니다.

4. 결론: ‘디지털’을 넘어 ‘생명’을 코딩하는 시대

AI 바이오 혁명은 AI, 로보틱스, 양자 컴퓨팅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융합되는 지점입니다.

  1. 양자 컴퓨터가 분자 구조를 시뮬레이션하고,
  2. AI(슈뢰딩거, 딥마인드)가 신약을 설계하면,
  3. ‘DNA 프린터'(트위스트)가 그 설계도를 출력하고,
  4. ‘AI 진단'(가던트, 나테라)이 환자를 찾아내며,
  5. ‘유전자 가위'(크리스퍼)가 질병을 치료합니다.

물론, AI가 컴퓨터 안에서 찾은 후보 물질이 실제 임상(인간 대상)에서 성공하기까지는 여전히 수많은 ‘죽음의 계곡’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AI가 이 ‘죽음의 계곡’을 건너는 확률과 속도를 극적으로 높여주고 있는 것 또한 명백한 사실입니다.

투자자의 관점에서, 이는 15년 전 ‘클라우드 컴퓨팅’이나 10년 전 ‘전기차’의 초창기를 목격하는 것과 같습니다. AI 바이오는 인류의 ‘수명’과 ‘삶의 질’이라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를 다루는 기술이며, 이 혁명은 이제 막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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