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난 12편의 글을 통해 AI라는 ‘두뇌'(양자 컴퓨팅, LLM)와 그 ‘육체'(휴머노이드, AMR)가 가져올 혁명적인 미래를 살펴보았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간과한 가장 중요하고 근본적인 질문이 있습니다. 이 강력한 AI와 로봇 군단을 24시간 365일 움직이게 할 ‘심장’, 즉 ‘전력’는 어디에서 오는가?
“AI의 가장 큰 제약은 전력망이다.” “다음 부족 사태는 변압기(Transformer)가 될 것이다.”
샘 알트만(OpenAI CEO)과 일론 머스크(Tesla CEO)의 이 경고는 단순한 엄살이 아닙니다. AI 혁명은 인류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속도로 ‘전력 수요’를 폭발시키고 있으며, 이 속도를 기존의 전력 인프라가 도저히 따라잡지 못하는 ‘물리적 한계’에 부딪히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왜 AI가 이토록 엄청난 전력을 필요로 하는지, 그 규모가 얼마나 심각한지, 그리고 미국, 중국, 유럽 등 주요국들이 이 ‘AI 전력난’이라는 거대한 벽을 넘기 위해 어떤 전략을 펼치고 있는지 심층적으로 분석합니다.

1. 왜 AI는 ‘전기 먹는 하마’가 되었는가?
우리가 이메일을 보내거나 유튜브를 볼 때 사용하는 ‘전통적인 데이터센터’와 AI를 구동하는 ‘AI 데이터센터’는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 전통적 데이터센터: CPU(중앙 처리 장치)를 기반으로, 비교적 낮은 전력 밀도로 넓게 분산된 작업을 처리합니다.
- AI 데이터센터: LLM(거대 언어 모델)의 ‘학습(Training)’과 ‘추론(Inference)’을 위해 GPU(그래픽 처리 장치)를 사용합니다.
문제는 이 GPU, 특히 엔비디아의 H100이나 B200 같은 AI 가속기에서 발생합니다.
- 엄청난 전력 소모: H100 GPU 1개는 최대 700W~1,000W의 전력을 소비합니다. 이는 고성능 데스크톱 컴퓨터 1~2대, 또는 구형 냉장고 10대의 전력 소모량과 맞먹습니다.
- 높은 집적도 (Rack Density): AI 데이터센터는 이 GPU 수천, 수만 개를 ‘랙(Rack)’이라는 캐비닛에 고밀도로 집적합니다. H100 GPU 8개가 들어간 ‘NVIDIA DGX H100’ 서버 1대의 전력 소모량은 10.2kW에 달합니다. 랙 하나의 전력 소모가 과거 데이터센터 랙의 10배를 넘습니다.
- 24/7 가동: LLM 학습과 서비스(추론)는 1년 365일, 24시간 내내 최대 부하로 가동됩니다.
결과적으로, 거대 AI 모델 1개를 학습시키는 데 필요한 전력량은 수십 GWh(기가와트시)에 달하며, 이는 미국 수천 가구가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막대한 양입니다.
이렇게 구축된 하나의 ‘AI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는 수백 MW(메가와트)에서 1GW(기가와트)에 이르는 전력을 필요로 합니다. 1GW는 중소도시 하나 전체가 소비하는 전력량이며, 대형 원자력 발전소 1기가 생산하는 전력량과 맞먹습니다.

2. 숫자로 보는 전력 부족: “향후 5년, 상상의 쇼크”
이러한 전력을 소모하는 AI 데이터센터 수요가 얼마나 빨리 증가하고 있을까요?
국제에너지기구(IEA)의 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센터, AI, 그리고 암호화폐가 소비하는 전력량은 2022년 약 460TWh(테라와트시)에서 2026년까지 최소 620 TWh, 최대 1,050 TWh에 이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는 4년 만에 전력 수요가 2배 이상 폭증할 수 있다는 의미이며, 이 증가량은 독일 전체의 전력 소비량과 맞먹습니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Goldman Sachs)는 더욱 충격적인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AI로 인한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2030년까지 미국 전체 전력의 8%, 전 세계 전력의 3~4%를 차지할 것이라는 예측입니다.
문제는 ‘속도’입니다. AI 모델은 6개월마다 2배씩 강력해지고, 데이터센터 수요는 매년 폭발적으로 증가하는데, 기존 전력망(Grid)과 발전소(원자력, 가스, 태양광)를 건설하는 데는 최소 5년에서 15년이 걸립니다.
AI의 수요 곡선은 ‘수직’으로 상승하는데, 전력 공급 곡선은 ‘완만’합니다. 이 ‘거대한 가위(Great Scissor)’ 격차가 바로 우리가 마주한 AI 전력난의 본질입니다.
3. ‘AI 전력’ 확보 전쟁: 미국, 중국, 유럽의 3국지
AI의 패권이 곧 국가의 패권이 되는 시대, ‘안정적인 전력망’은 반도체만큼이나 중요한 전략 자산이 되었습니다. AI 데이터센터 유치를 위한 경쟁은 이제 ‘누가 더 빠르고, 더 싸게, 더 많은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가’의 싸움으로 변모했습니다.
🇺🇸 미국: ‘민간 주도’와 ‘원자력의 부활’
미국은 이 전력난을 ‘민간(Tech)’이 주도하고 ‘정부(정책)’가 밀어주는 방식으로 해결하고 있습니다.
- 민간 하이퍼스케일러의 움직임: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아마존(AWS) 등 AI 혁명을 주도하는 빅테크 기업들은 더 이상 전력 회사가 전기를 가져다주기만을 기다리지 않습니다. 이들은 아예 **’전력원을 직접 소유’**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 핵심 전략 ‘원자력’: 이들의 해답은 ‘원자력(Nuclear Power)’입니다.
- MS/구글: 24시간 안정적인 무탄소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SMR(소형 모듈 원자로) 및 차세대 원전 개발 스타트업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거나, 데이터센터 인근에 SMR을 건설하려는 계획(예: MS의 ‘OpenAI’ 전용 SMR 발전소 구상)을 세우고 있습니다.
- 아마존: 2023년, 펜실베이니아에 있는 대규모 원자력 발전소 ‘서스쿼해나(Susquehanna)’의 지분을 인수했습니다. 이는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테크 기업이 원전 지분을 직접 사들인 최초의 사례로, 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주었습니다.
- 정부의 지원: 미국 정부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원자력, 태양광, 풍력 등 청정에너지원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고, 노후화된 전력망(Grid)을 현대화하는 데 수십조 원을 투입하며 민간의 투자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 중국: ‘국가 주도’의 압도적 물량 공세
중국은 ‘AI 굴기’를 뒷받침하기 위해 국가가 모든 자원을 총동원하는 ‘총력전’ 태세를 갖추고 있습니다. 전력 공급도 하나의 축입니다.
- 핵심 전략 ‘양면 전술’: 중국의 전략은 ‘재생에너지’와 ‘전통 에너지’를 모두 짓는 것입니다.
- 재생에너지: 중국은 전 세계 태양광 패널과 풍력 터빈의 80% 이상을 생산하는 ‘공급망’ 자체를 장악하고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자국 내에 압도적인 규모의 태양광 및 풍력 발전소를 건설 중입니다.
- 원자력/석탄: 동시에, 안정적인 기저 전력을 위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고 있으며, 심지어 석탄 발전소 건설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AI 패권을 위해서라면 환경 규제보다 에너지 안보가 우선이라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줍니다.
- 데이터센터 전략: ‘동수서산(东数西算)’ 프로젝트를 통해, 전력 수요가 높은 동부(상하이, 베이징)의 데이터를 전력 생산이 풍부하고 저렴한 서부(사막, 고원지대)의 데이터센터로 보내 처리하는 국가 차원의 분산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 유럽: ‘친환경’과 ‘에너지 안보’의 딜레마
유럽은 ‘탄소 중립(Green Deal)’이라는 강력한 환경 규제와 AI 데이터센터의 막대한 전력 수요 사이에서 가장 큰 딜레마에 빠져있습니다. 전력을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 핵심 전략 ‘재생에너지’ (그러나 한계 직면): 유럽은 태양광과 풍력(특히 해상풍력)에 집중해왔으나,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오락가락하는 ‘간헐성’ 문제와 높은 전력 비용으로 인해 AI 데이터센터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 ‘원자력’을 둘러싼 분열:
- 프랑스: 원자력 비중이 높은 프랑스는 SMR 등을 통해 AI 시대의 ‘에너지 허브’가 되려 합니다.
- 독일: 탈원전을 선언한 독일은 높은 전기료로 인해 자국 산업(특히 제조업)과 AI 데이터센터 경쟁력 모두에서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 대응: 유럽연합(EU)은 전력망을 하나로 묶어(Super Grid) 프랑스의 원전 전력과 북해의 풍력 전력을 공유하고,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효율을 극단적으로 높이는 규제(PUE)를 통해 버티려 하고 있습니다.
4. 결론: ‘전력’ 없이는 ‘AI’도 없다
AI 혁명은 인류를 새로운 시대로 이끌고 있지만, 그 대가로 ‘막대한 양의 안정적인 전력’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샘 알트만의 말처럼, “미래의 AI 통화는 컴퓨팅(Compute)이 아니라 에너지(Energy)”가 될 것입니다.
향후 5년은 AI의 폭발적인 수요와 기존 전력망의 한계가 가장 격렬하게 충돌하는 ‘골든 타임’입니다.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게임 체인저’로, 24시간 무탄소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AI 원전(SMR 및 차세대 원전)’이 해답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 ‘AI 원전’이 무엇이며, 이 시장을 주도하는 핵심 기업들은 누구인지 본격적으로 파헤쳐 보겠습니다.
이미 이들 기업의 주가는 25년에만 2~5배가 상승할 만큼,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보였지만, 아직 그 미래는 오지 않았고 여전히 희망은 커지고 있습니다.
AI 전력, AI 원전 관련 주요 기업들은 아래와 같으며, 상세한 내용은 다음 글들을 살펴봐주시기 바랍니다.
- CEG, VST (‘현실’): 이미 AI 데이터센터와 전력 계약을 맺고 ‘오늘’ 돈을 벌기 시작했습니다. 주가는 이익(Earning)에 기반해 ‘가치 실현’을 하며 안정적으로 우상향합니다.
- Constellation Energy (CEG): 미국 최대의 원전 운영사
- Vistra Corp (VST): 에너지 전환의 핵심
- OKLO, SMR, LEU (‘꿈’과 ‘병목’): 아직 의미 있는 매출이나 이익이 없습니다. 주가는 오직 ‘기술적 마일스톤’, ‘샘 알트만의 비전’, ‘HALEU 독점’이라는 강력한 ‘스토리(Narrative)’에 기반해 움직입니다. 이는 ‘고위험-고수익’의 전형적인 ‘고(High) 베타’ 주식의 특성입니다.
- Oklo (OKLO): ‘샘 알트만’의 AI 원전
- NuScale Power (SMR): SMR 상장의 ‘아이콘’
- Centrus Energy (LEU): 서방의 유일한 ‘HALEU’ 공급사